“Walking on a Dream”으로 차트를 강타하고 “Celebrate”으로 ‘국뽕’까지 챙겼던 일렉트로팝 밴드 엠파이어 오브 더 썬(Empire of the Sun). 2014년 울트라 코리아에서 신나게 놀았거나 20대를 2000년대 후반에 불태웠다면, 햇살이 내리쬐는 따뜻한 여름이면 이들의 짜릿한 신스 소리와 상큼 발랄한 가사가 생각날 수밖에 없을 테다. 팝과 선 라(Sun Ra)를 섞은 이들의 매력도 그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자르반 84세 뺨치는 중국 경극 복장으로 이목을 이끈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나고, 마지막 단독 프로젝트 발매로부터 8년이 지난 오늘, 이들은 새 싱글 “Changes”를 들고 다시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제목 자체가 ‘변화’인 만큼, 이번 곡은 밴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윤기가 촬촬 흐르는 멜로디는 여전하지만, 한층 여유로워진 톤으로 그들은 오히려 변화를 반긴다. “Letting go, letting go(놓아줘, 놓아줘)”를 이어 70년대와 80년대의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이나 시크(Chic)가 생각나는 절제된 그루브는 이들의 여유를 받쳐 든다.
멤버 닉 리틀모어(Nick Littlemore)의 다른 프로젝트인 PNAU와 함께 발매한 2023년 싱글 “AEIOU”에서 울리는 우울한 팝과는 다른 맛이다. 일렉트로팝과 신스팝이라는 질감을 통해 다양한 서사를 노래해 온 듀오가 여태껏 보여줬던 모습 중 단연코 가장 성숙한 잔상을 남긴다. 전혀 다른 광택을 드러내는 매끄러운 멜로디의 윤곽은 여전히 빛난다. 다만, 이제 세월에 따라 맑아졌지만 처량해진 여운을 남길뿐.
하지만, 이번 뮤직비디오 이들의 철들지 않은 ‘병맛’ 신화는 계속된다. 영화감독 마이클 맥시스(Michael Maxxis)와 함께 태국에서 연출한 뮤직비디오에서 다시 중국 경극 복장을 한 모습을 보면 8년이 지난 것이 맞다 싶다. 화장과 장난기는 옅어진 것 같지만, 듀오의 태양신 세계관은 되려 깊어져 더욱 감칠맛 난다. 그럼, 바로 엠파이어 오브 더 썬의 ‘똘끼’에 다시 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