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여명을 밝히는 음악, DJ KRUSH 서울 헨즈 클럽 내한 공연

도쿄 기반의 프로듀서, 턴테이블리스트 DJ Krush(이시이 히데아키, Hideaki Ishi)가 바로 오늘 4월 26일, 금요일 상수동에 자리한 헨즈 클럽(The Henz Club)을 통해 다시 한번 한국 팬들과 만난다.

힙합과 트립합, 레코드를 사랑하는 음악애호가들이 모두 입을 모아 극찬하는 아티스트 DJ Krush는 1987년 그룹 ‘Krush Possse’를 결성해 활동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5년 뒤 그룹 해체 이후 현재의 DJ Krush로서 이름을 알리게 될 본격적인 솔로 행보에 나선다. 1994년 [KRUSH]와 [Strictly Turntablized]를 각각 일본 챈스 레코드(Chance Records)과 영국 모 왁스(Mo Wax) 레이블에서 발표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트립합의 본산 모 왁스와 DJ Krush가 손을 잡으며 그는 서구권 리스너들로부터 컬트적 인기를 누리며 그의 진면목을 세상이 알게 되는 물꼬를 튼다.

이후 DJ Krush의 진가를 드러낸 다음 연도 앨범 [Meiso]로 그는 일본 당대 최고의 턴테이블리스트이자 힙합 프로듀서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하게 된다. 해당 앨범은 C.L. Smooth, Black Thought, Malik B, Big Shug, Guru 그리고 DJ Shadow까지 90년대 힙합을 사랑한 이들이라면 너무나 반가울 레전드들이 참여하며 DJ Krush의 위상을 한껏 치켜세웠다.

DJ Krush는 거의 모든 앨범 제목 자신의 모국어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재즈와 힙합에 근거해 다양한 전통 악기들을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뿌리가 곧 일본이자 아시아인임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는 서양악기가 내지 못하는 섬세한 소리를 동양악기가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가 지난 2016년,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신사 조죠지에서 동 틀 무렵 펼친 턴테이블 퍼포먼스 또한 동일한 맥락.

그는 90년대를 지나며 [Kakusei]와 같은 걸출한 또 하나의 앨범을 남겼고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힙합의 미래와 나아가야 할 자신만의 비전을 진지하게 탐구한 [Zen], [The Message at the Depth]와 같은 힙합 하이브리드 앨범을 전파했다.

자신의 개인 작업에 그치지 않고 2004년에는 일본의 레전드 포토그래퍼 아라키 노부요시의 자전적 영화 “Arakimentari”의 OST 프로듀서로 손을 보태기도 했으며 DJ HIDE, DJ SAK 등과 함께 다양한 협업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영역과 세계관을 끊임없이 확장해왔다.

시간은 흐르고 여전히 멈추지 않는 일본의 왕 DJ Krush가 지난 2020년 [Trickster] 이후 최근 다시 한번 솔로 앨범 [Saisei]로 돌아왔다. 무려 더블 디스크로 발표된 해당 앨범은 전체적인 DJ Krush의 전매특허인 어두운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오케스트레이션, 전자음악 그리고 트랩 등 끊임없이 새로움을 향해 더듬어가는 거장의 호기심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이 DJ Krush의 팬이거나 아니라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이들이라면, 한평생 외길을 걸어온 마에스트로의 손 끝에서 분명 그 어떤 영감과 자극이든 흘러들어올 것이 분명하니, 약간의 마음이라도 동한다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좋겠다.

DJ Krush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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