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출신 프로듀서 슬릭백(Slikback)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 [Slikback]을 발표했다. 슬릭백은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발표한 자신의 곡 중 22곡을 엄선해 4개 파트로 재구성했다. 이 앨범에서는 아프리카 음악과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슬릭백 특유의 거친 사운드가 잘 드러난다.
슬릭백의 음악은 아프리카 전자음악의 성장과 맥을 같이한다. 2010년대 이후 아프리카와 남미의 다양한 댄스 음악 장르가 서구 클럽 신(Scene)에 소개되면서 일렉트로닉 음악의 지평이 크게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 우간다의 녜게 녜게 테입스(Nyege Nyege Tapes)가 동아프리카 전자 음악 신을 집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간다 유학 시절 음악을 시작한 슬릭백 역시 녜게 녜게와 인연을 맺으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녜게 녜게의 산하 레이블 하쿠나 쿠알라(Hakuna Kulala)를 통해 첫 EP 앨범 [Lasakaneku]와 [Tomo]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들은 테크노, 꼼(Gqom), 트랩, 하드 드럼(Hard Drum)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스타일로 호평받았다. 이후 슬릭백은 브로딘스키(Brodinski), 츠싱(Tzusing), 오브젝트(Objekt) 등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슬릭백의 음악은 이처럼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특히 거친 텍스처를 통해 만들어내는 그만의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가 인상적인데, 슬릭백은 Mixmag과 인터뷰에서 이러한 음악적 접근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라 설명했다.
이번 앨범 [Slikback]은 이러한 그의 음악적 특징이 잘 드러난다. “SACAI”의 하이 피치(high pitch) 신스와 부서지는 듯한 베이스, “HASH”의 고조되는 유포릭(Euphoric) 사운드, “MSCIW”의 노이즈에 가까운 텍스처, “SUCCESSION”의 왜곡된 앰비언스 등 다양한 트랙은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슬릭백은 이 앨범을 “내 존재에 대한 이야기의 정수”라고 표현했다.
방대한 작업량으로도 유명한 슬릭백에게 이번 셀프 타이틀 앨범 [Slikback]은 처음 그의 음악 여정을 되돌아보고 정리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앨범을 통해 슬릭백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직접 경험해 보자.
이미지 출처 | Slikback, Resident Advi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