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과 일렉트로닉 신을 견인하는 두 아티스트,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와 릴 야티(Lil Yachty)의 협업 앨범 [Bad Cameo]가 지난 6월 28일 발매됐다.
공교롭게도, 둘의 최근 작업물은 상반된 결과를 지향했다. 그간 힙합과 R&B에 집중하던 모습을 벗어던지고 지난 9월 UK 장르를 포함 댄스 뮤직 장르로 회귀한 앨범 [Playing Robots Into Heaven]을 발매한 제임스 블레이크.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의 프로그레시브를 적극 차용해 록과 힙합의 경계를 넘어뜨린 문제작 [Let’s Start Here]를 공개하며 평단의 뜨거운 감자에 놓인 릴 야티. 클래식과 얼터너티브를 지향하던 두 아티스트가 하나의 뜻으로 뭉쳐 협업 앨범을 발매한 상황.
신보 [Bad Cameo]에서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프로듀싱을 제임스 블레이크, 랩과 서브 보컬을 릴 야티가 맡았다는 점이겠다. 제임스 블레이크는 이번 앨범을 통해 보컬 릴 야티를 매개로 다시 ‘CMYK 키드’로 돌아온 모습을 보이는데, 울부짖는 신디사이저 멜로디에서 보이는 소리의 굴절,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뒤틀림은 그라임(Grime)으로 확장되며 뒤이은 앰비언트와 연결한다.
이렇듯 [Bad Cameo]는 전자 음악 색채에 있어 제임스 블레이크의 존재감이 강하지만, 3번 트랙 “Midnight”에서 릴 야티와 화합한 모습은 그가 기존에 다루었던 힙합 또한 간과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힙합과 R&B, 그리고 일렉트로닉을 혼합한 새로운 얼터너티브에 가까운 무언가에 도달한 모습인데, 협업 상대인 릴 야티 또한 계속하여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지난 앨범을 통해 보여주려 했기 때문에 이러한 새로운 모습이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Bad Cameo]에서 단연 주목할 만한 트랙은 8번 트랙 “Transport Me”. 808 질감의 애시드한 신디사이저가 릴 야티의 담담한 랩과 함께 이어지고, 점차 분열되며 제임스 블레이크의 코러스와 함께 뒤섞이더니, 트랩으로 마무리를 짓는 모습이다. 두 아티스트의 장기가 여념 없이 발휘된 모습이 담긴 명곡. 이 곡을 기점으로 남은 두 트랙을 제임스 블레이크의 앰비언트로 끝내며 앨범 내에서도 단연 킬링 트랙의 입지를 굳혔다.
힙합과 일렉트로닉. 각 신에서 주목하는 뜨거운 아티스트가 모여 만들어낸 앨범 [Bad Cameo]는 전도유망한 두 아티스트의 협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올해의 앨범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직접 감상하자.
James Blake 인스타그램 계정
Lil Yachty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Lil Yach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