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로 소통하던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의 유튜브 계정 ‘David Lynch Theater’에 크리스타벨(Chrystabell)과 함께 작업한 앨범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2022년 말까지 매일 올라오던 날씨와 숫자 콘텐츠가 예고 없이 막을 내린 뒤 ‘잃고서야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팬들은 그의 새로운 비디오 소식에 다시금 모여들었다. 약 5주 전부터 업로드된 영상은 과연 그다웠다. 크리스타벨의 얼굴 3개가 악몽처럼 오가는 영상을 시작으로, “열차의 도착(The 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Station)”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료 푸티지에 앨범 발매를 알리는 음성을 더빙한 것, 타오르는 양초를 쥐고 있는 손을(크리스타벨로 추정된다) 3분가량 보여주는 영상까지 평소 그의 스타일을 모르고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영상이다.
다섯 번째로 공개된 “The Answers to the Questions” 뮤직비디오는 특히 초현실주의 고전영화와 닮아있다. 한껏 열화된 화질과 흑백 컬러의 조합은 1920~193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나오던 예술영화를 떠올리게 만들며, 빨간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살랑살랑 춤을 추는 크리스타벨의 플래퍼 스타일 또한 그 시절 말괄량이 여성상을 소환한다. 단조롭지만 매혹적인 그녀의 몸짓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녀와 대칭을 이루는 지점에선 “로스트 하이웨이(Lost Highway)”의 미스터리 맨을 닮은 검고 작은 존재가 손을 뻗어온다. 가만가만 다가오는 검은 존재는 문턱 깨를 넘지 못하고 그녀를 향해 ‘얼굴’을, ‘#’ 형상의 무언가를 보낸다. 시원한 해설이 어려운 추상적 비디오지만, 앨범 발매를 알리는 이전의 영상이 영화의 한 씬 같았다면 이번 뮤직비디오는 피사체의 작은 움직임으로 관계의 흐름과 긴장의 고조를 형성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단순한 콜라주로 만든 비디오는 점점 더 어려운 방식으로 기막힌 것을 만들려는 우리에게 자유로운 표현의 맛을 상기시킨다.
“트윈 픽스: 더 리턴(Twin Peaks: The Return)”에서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춘 둘은 앨범 [Cellophane Memories]로 어느덧 세 번째 레코드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이번 앨범은 그들이 언제나 던졌던 질문으로 회귀한다.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린치가 밤에 숲을 걸으며 경험한 ‘빛’에서 시작해 빛과 소리, 낮과 밤, 별이 빛나는 하늘과 어두운 숲의 융합을 담았으며 20년이 넘는 공동 작업의 정점이 되는 앨범이라고 자신감을 비춘 만큼 꿈속의 울림 같은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선물 같은 앨범이 될 것.
앨범은 8월 2일 발매되며 사전 예약을 통해 바이닐을 판매한다. 750장만 판매되는 ‘Sacred Bones’ 에디션은 이미 품절된 바, 상당한 인기가 예상되니 수집을 원한다면 서두르자. 발매 소식 이후 매주 업로드 되고 있는 영상의 행보도 잊지 말고 지켜보길.
[Cellophane Memories] 공식 판매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Sacred Bones Records, Chrystabell, David Lynch The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