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 에피(Effie)가 신곡 “24HRS IN SEOUL”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트랙을 여는 훌쩍이는 기타와 수줍은 첫 소절은 살벌한 서울에서 견뎌야만 하는 여리디 여린 그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낸다. “닿지 않나 봐 진심만으론. 전부 떠났고 난 울 수도 없네”에서 느끼지만, 에피는 이미 아플 만큼 아팠고, 지칠 대로 지쳤다.
에피에게 이런 지침은 익숙하다. 2021년에 발표한 [Neon Genesis]는 밝은 하이퍼팝 신스와 트랩 드럼으로 이런 지침에 대한 외향적인 처방을 갈구했다. 올해 꾸준히 싱글 “Accident Prone”, “LKLK”, “미워미워”도 제각각 다르되 밝거나 빼곡한 스타일로 에피의 고민을 뒷받침 했다. 하지만 “24HRS IN SEOUL”에서는 깨어날 새로운 세상은 없다.
가면 없이 살아가기 힘든 서울에서 느낀 상실감과 소외감으로 소거되는 유년의 순수함, 스물한 살부터 가족을 떠나 영등포 원룸 생활을 지내온 에피에게 서울은 피로사회 그 자체다. 장맛비에 빗댄 고난은 지나도 슬프고, 돌아올 것 같아 두려운 존재다. 불확실함과 불합리함, 예정되지 않았지만 그 아픔이 경황없이 돌아오더라도 “아마 아프기만 하지 않을까”라는 진솔한 의문으로 노래를 끝내는 에피의 진심. 진심이 통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부터 노래했음에도, 다시 진심을 찾아 나서는 그녀의 간절함은 눈부시게 밝다.
이번 발매는 키집(KIZIP)의 송태용, 마젠타(ma9enta)가 콘셉트 및 예술감독을, 방준훈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맡았다. “24HRS IN SEOUL”의 연출은 에피의 목소리와 가사를 돋우며, 곡의 고독함을 조곤조곤 강조한다. 에피의 새로운 내향적인 여정, 지금 바로 확인해 보자.
Photographer | 방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