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슬롬, 두번째 앨범 [MINISERIES 2] 발매

지난 18일, 2021년 화제의 앨범인 [MINISERIES]의 후속작 [MINISERIES 2]가 발매됐다. 수민과 슬롬이 각자의 음악적 영역을 고수하면서 안정된 전개를 만들어낸 이번 앨범은 펑키한 감성과 함께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수작이던 전작과 궤를 같이한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의 간극 속에서 서서히 축적된 에너지와 새로이 만들어진 취향들이 고스란히 그들의 음악에 녹아있다.

둘은 이번에도 확실한 역할 분담을 통해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슬롬은 수록곡 전반의 편곡을 도맡으며 굵직한 뼈대를 잡아주었고, 수민은 그 속에서 수많은 디테일을 만들어내며 곡의 채도를 한껏 높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들의 음악은 대다수의 시리즈 앨범에서 도드라지던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며 전작과는 또 다른 맛과 향을 담은 앨범으로 완성됐다.

케이팝, 힙합, 알앤비 등 음악 시장 전방위에 걸쳐 다양한 행보를 보여주던 그들은 합작 앨범에서도 여러 갈래로 변모하는 장르와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그 시너지를 입증한다. 선공개로 공개된 트랙 “신호등”은 몇 마디의 전주를 갖는 다른 수록곡들과 달리 수민의 허밍으로 곡의 포문을 연다는 점이 참신하다. 백킹 기타에서 느껴지는 어쿠스틱한 감성과 대비되는 브레이크비트는 어딘가 모르게 초연함이 느껴지는 앨범 아트 속 그들의 표정과 어울린다.

그 밖에도 레트로한 사운드가 강조된 트랙 “째깍째깍”과 “텅 빈 밤” 그리고 대낮의 온화한 분위기 속 재지함 한 스푼을 섞은 듯한 1번 트랙 “보통의 이별” 등 그들은 곡마다 갖는 여러 관점의 이야기들을 범용성 높은 작법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또 수민의 음악 활동에 동행해오던 비주얼 디렉터 소요(Soyo)의 디자인은 앨범의 푸릇한 향을 더욱 짙게 만들어준다.

[MINISERIES 2]가 다수의 합작 앨범들과 구분되는 가장 큰 점은 악기나 곡 구성에 관한 불필요한 담론을 늘어놓기보다 직관으로 이해되는 1차원적인 감상의 이지리스닝 음반이라는 사실이다. 수민과 슬롬의 음악은 각자의 영역이 분명하지만 대조되지 않고 융화되는 듯 보인다. 마치 여러 술과 음료가 뒤섞인 칵테일처럼 말이다. 장마철의 꿉꿉함을 시원하게 날려줄 웰메이드 음반 [MINISERIES 2]. 그들이 지휘하는 호화스러운 음악들로부터 사랑과 초연함의 미학을 포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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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SUMIN, S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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