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연주하는 밴드 CHS의 새 앨범 [열야양성(熱夜陽星)]

트로피컬 사이키델릭 그루브 밴드 CHS가 지난 11일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왔다. ‘뜨거운 여름밤에 뜨는 태양’이라는 뜻을 가진 이번 앨범 [열야양성(熱夜陽星)]에는 따스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가진 4개의 곡이 수록됐다. 이전작 [엔젤빌라(Angel Villa)]와 결이 비슷한 듯 보이지만 곡들의 세세한 부분들에서 그들이 여름을 바라보는 감상이 사뭇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앨범의 시작인 “낮잠”은 몽롱한 기타 반주와 자잘한 잡음들이 섞여 마치 달콤한 단잠에 든 것 같은 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진다. 다음 곡인 “One Summer Day”는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메이 에하라(mei ehara)와 함께 모던한 색채를 적절히 표현해 냈다. 이외에도 투박한 감성과 함께 극적인 전개가 느껴지는 “Wet Market”, 잔잔한 해변 앞에 앉아 듣는듯한 “Starry Night..”까지. EP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일상적인 초여름의 정취를 잘 담아냈다.

CHS의 사운드는 그 각각의 뿌리가 분명하지만 동시에 비정형성을 띄는 오묘한 특징이 있다. 밴드원들 개개인의 색깔이 음악 안에서는 분리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며 청자로 하여금 특정한 장면들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한다. 한 가지 계절을 연주하지만, 표현 방식이 모두 다른 이들은 서로의 바탕과 도식을 이해할 수 없기에 더욱 흥미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다소 계산적인 작업 방식의 여러 랩톱 음악들이 비근한 요즘, 원테이크를 선호하는 이들의 작업 방식은 한결 더 자유롭고 즉각적인 감흥들을 담아내기에 좋다. 그 덕에 이들은 적지 않은 밴드 원을 구성하고도 그대로 답보하지 않고 꾸준히 변화하며 여름날의 새로운 감상들을 표현해 낸다.

음악으로 완성된 이들의 연대는 때로 풍성하기도 하고 심플하기도 하며, 대낮의 햇볕처럼 뜨겁다가도 새벽녘 해변처럼 선선하다. 여름이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 말하는 이들. CHS의 낭만 가득한 음악과 함께 막바지 무더위를 느긋하게 만끽해 보자.

CH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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