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에이셉 라키(A$AP Rocky)가 신곡 “Tailor Swif”와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지난 8월 22일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음원 유출로 인한 정규 4집 [Don’t Be Dumb] 발매 연기를 언급했던 에이셉 라키는, 이윽고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새로운 싱글 “Tailor Swif”의 드롭 예정 소식을 알렸다.
해당 소식 이후 인터넷 상에선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관련된 또 다른 어그로라는 의심과 지겨움으로 말미암은 여러 설왕설래가 있었다. 물론 제목과 가사(“I’m too swift, don’t tell Taylor ’bout this shit”)만 보더라도 라키가 테일러 스위프트를 일부 이용했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지만, 실제 트랙이 공개된 이후엔 라임으로만 사용되었을 뿐 딱히 논란이 될 내용이 없어 관련 이슈는 사그라든 모양새. 대신 작품 자체에 대한 찬사와 뮤직비디오와 관련된 뒷 이야기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2022년 7월 포르투갈에서의 라이브 퍼포먼스로 처음 유출되어 ‘Wetty’라는 가제로 유튜브에서만 감상할 수 있었던 “Tailor Swif”는, 유출 당시부터 공식 발매에 대한 염원으로 들끓었던 트랙이다. 프로듀서 힛키드(Hitkidd)의 쿨한 트랩 비트를 라키가 특유의 유려한 탄성으로 채워낸다.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 예상됐던 가사가 담긴 후렴을 과감한 로우컷(Low Cut)으로 처리한 뒤, 획하고 경쾌하게 등장하는 2절은 가장 큰 쾌감이 느껴지는 대목.
“Tailor Swif”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니아 헤이만(Vania Heymann)과 갈 무기아(Gal Muggia)가 연출을 맡은 뮤직비디오다. 독특하고 괴상한 소재들이 매 신(Scene)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3분 14초 분량의 영상은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여라’의 완벽한 형상화다. 화장실에서 정장을 입고 윈드밀을 선보이는 남자 옆으로 누군가가 물구나무를 선 채 소변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출입문으로 털복숭이 괴물이 등장하고, 냉장고 속 컴퓨터에서 꺼낸 CD를 공작한테 건네는 모습 다음으로 흰 말을 탄 고객이 창 밖에 서 있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라키가 랩을 하는…, 그런 식이다. 현실과 밀접한 소재들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합해, 비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인 비주얼을 그려낸다.
예측 불가한 전개로 보는 이의 기분을 묘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영상의 마지막 문구에 등장한다. 바로 이 영상이 2021년 12월 우크라이나 키이우(Kyiv)에서 촬영되었다는 것.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고작 3개월 전이다. 해당 사실을 알고 나면, 여태까지 보아온 갖가지 농담거리가 가득한 영상 위로, 매체에서 보았던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건물 위를 날아다니는 미사일, 불타고 있는 가구, 아파트에 처박힌 자동차 등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던 영상 속 여러 소재들이 다소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가히 현재까지 2024년 최고의 문제작. 지금 바로 확인해 보자.
이미지 출처 | A$AP Ro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