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xx 활동을 넘어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평단과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제이미 xx(Jamie xx)가 9년 만에 새 정규앨범 [In Waves]로 돌아왔다. 전작 [In Colour]는 내면을 향하는 댄스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앨범 커버의 무지개는 마치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속 프리즘을 통과한 빛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 [In Waves]에서는 그 시선을 더 넓혀, 물결 위에 떠 있는 직사각형으로 영국 댄스 음악의 거대한 흐름 속 제이미 자신을 비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앨범에서 제이미는 과거 세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사랑해 온 문화를 예찬하고, 댄스음악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신보 발매에 맞춰 [In Waves]에서 주목할 만한 세 가지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In Waves]를 즐기는 세 가지 포인트
1. 샘플링의 활용: “Breather” 속 요가 수업에서 클럽까지
약 3,500개의 샘플곡이 사용된 더 아발란체스(The Avalanches)의 [Since I Left You]는 어린 시절 제이미 xx의 음악 세계를 열어준 앨범이다. 이 앨범은 그가 샘플링의 매력을 탐구하게 한 계기였으며, 컴퓨터도 없이 ‘Music 2000′이라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통해 샘플링 기법을 연습해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샘플링은 제이미 xx에게 단순한 기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의 독창적인 샘플링 기술이 빛을 발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가 사랑했던 문화와 음악적 뿌리를 존중하면서도 이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게 바로 제이미 xx가 샘플링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앨범에서 제이미 xx는 90년대 영국 개러지, 하우스, 소울,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영감을 받은 샘플을 사용해 청중에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음악적 연결을 제공한다. 이 앨범의 주요 샘플링 곡은 각각의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이미 xx는 클럽 음악이 단순한 춤의 도구가 아닌 감정과 서사를 담아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트랙은 “Breather”로, 제이미는 팬데믹 기간 매일 하던 요가 수업의 비디오에서 강사의 목소리를 샘플링했다. 이 샘플은 명상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제이미는 이를 클럽에서의 쾌락적인 경험과 대조적으로 배치했다. 그가 요가 수업을 듣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가 결국 클럽의 감정적 해방을 상징하는 곡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샘플링 트랙은 “All You Children”이다. 이 곡에서는 아이들의 합창 소리를 샘플링해 감동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이 곡은 제이미가 어릴 때부터 사랑해 온 더 아발란체스와 협업한 곡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더 아발란체스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아이들의 목소리와 니키 지오반니(Nikki Giovanni)의 시를 결합해 하나의 트랙으로 완성한 건 제이미가 샘플링을 예술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샘플 리스트
“Wanna”
Tina Moore – Never Gonna Let You Go (1997)
Double 99 – Ripgroove (1997)
Andy Quin – Awakening (2008)
“Treat Each Other Right”
Almeta Lattimore – Oh My Love (1975)
“Waited All Night”
Mis-Teeq – All I Want (2001)
“Baddy On The Floor”
Keni Burke – Let Somebody Love You (1981)
Divine Styler – Ain’t Sayin’ Nothin’ (1989)
“Dafodil” J.J. Barnes – I Just Make Believe (1973)
Astrud Gilberto – Touching You (1972)
“Still Summer” The Moody Blues – Nights in White Satin (1967)
“Life”
Revelacion – The House of the Rising Sun (1977)
“The Feeling I Get From You” Apple & The Three Oranges – Moonlight (1970)
“Breather”
Boho Beautiful Yoga – Best Yin Yoga Release (2018)
“All You Children”
Nikki Giovanni – Dance Poem (1976)
Edna Fliedel – שמלת השבת
“Every Single Weekend (Interlude)”
Edna Fliedel – שמלת השבת
The People’s Workshop – A Song for the Children (1982)
2. [In Colour]와의 관계: 이어지는 대화, 그리고 새로운 방향성
[In Waves]는 전작과 유사한 결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Wanna” 트랙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이미는 DJ 세트에서 사용하기 위해 이 곡을 만들었지만, 트랙리스트 배치를 하던 중 포텟(Fout tet)의 조언으로 앨범의 오프닝 트랙에 배치해 [In Colour]의 끝에서 자연스럽게 [In Waves]로 이어지는 흐름을 연출했다. 유려하게 이어지는 두 앨범의 세계와 확장되는 주제는, 전작과 함께 이번 앨범을 감상할 때 더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3. 클럽의 의미와 앨범의 주제: 실존과 카타르시스
제이미에게 클럽은 단순한 춤의 공간을 넘어 명상과 자아 탐구, 해방의 장소로 여겨진다. 팬데믹 중 사람들이 춤추기 위해 불법 레이브에 모인 모습을 보며, 그는 어릴 적 사랑한 클럽 문화의 본질을 재발견했다. “Falling Together”는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며, 오나 도허티와의 협업으로 클럽에서 느낄 수 있는 황홀함과 깊은 성찰을 담았다. 곡 말미에 남은 시계 소리는 우연한 개입이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와 맞아떨어지며 실존적이자 카타르시스적인 주제의 중심을 적절하게 잡는다. 앨범 전체를 통해 클럽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정신적 해방의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제이미 xx는 샘플링과 독창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며, 그 속에서 청자들이 스스로를 해방하고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이 앨범은 클럽 문화의 매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킴과 동시에, 듣는 이로 하여금 음악을 통한 내적 여행을 떠나도록 한다. 제이미의 팬은 물론, 새로운 사운드를 찾는 이들에게 그의 앨범을 감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지 출처 | Jamie xx 인스타그램, The standard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