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midi의 해체 선언, 그리고 이어진 Geordie Greep의 첫 정규 [The New Sound]

2020년 동안 독특한 사운드로 대중을 휘어잡았던 혜성 같은 밴드 블랙 미디(black midi), 2019년 “bmbmbm”의 라이브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이 4인조는 충격적인 스타일을 통해 많은 음악 팬들의 뇌리에 박히게 했다. 각자의 개성을 잘 살린 악기 연주는 물론, 마구 질주하다가도 어느 순간 잠잠해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전개, 서로 싸우는 듯하면서도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하모니. 이 모든 부분은 이 밴드가 다른 평범한 밴드와는 확실히 다른, 범상치 않다는 것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었다. 1집 [Schlagenheim]의 발매 이후 밴드는 3인조로 줄었지만, 조르디 그립(Geordie Greep), 카메론 픽턴(Cameron Picton), 모건 심슨(Morgan Simpson)이 보여주는 마구잡이로 엉키며 새로움을 창조해 내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의 협주는 많은 이들을 홀리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3개의 정규 앨범을 빠르게 발매하며, 한국에서도 2번이나 내한 공연을 진행했을 만큼 쉴 틈 없는 활동을 보여주었던 밴드지만, 해체 소식은 매우 갑작스럽게 전해졌다. 8월 10일 라이브 방송을 하던 멤버 조르디 그립이 블랙 미디에 관한 질문을 받자 “블랙 미디는 정말 흥미로운 밴드였지만, 이제는 영원히 끝나버렸다”라고 대답했던 것. 이후 매니지먼트 팀과 팀 동료 카메론 픽턴, 모건 심슨 모두 조르디 그립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당황하는 분위기였으나, 결국 그들 역시 해체를 부정하지는 않으며 잠정적으로 블랙 미디가 끝났음을 시인했다. 물론 매니지먼트 팀은 블랙 미디가 솔로 활동을 위해 일정 기간 휴지기를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재결합에 관한 질문에 정작 멤버들은 확답을 피하며 재결합이 언제 일어날지, 실제로 재결합이 있기는 할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블랙 미디 활동 당시 Geordie Greep.

블랙 미디 해체 선언 이후, 그립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르게 새 앨범 [The New Sound]의 소식을 알렸다. 사실 블랙 미디의 해체 소식 이전부터 그립의 솔로 음악 활동은 계속해서 계획되어 왔다. 2023년 말부터 녹음되었던 그립의 솔로 앨범은 올해 3월 그의 첫 솔로 라이브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으며, 8월 해체 이후 곧바로 공식적으로 활동 선언을 하며 블랙 미디가 아닌 조르디 그립으로써 팬들에게 다가갈 것을 약속했다.

8월 20일 처음 공개된 선공개 싱글이었던 “Holy, Holy”는 앨범을 6분간의 질주로 요약시켜 놓은, 매우 흥미로운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보사노바 리듬이 가미된 신나는 브라스, 기타 소리와 더불어 그립의 흥겨운 보컬, 나지막이 들리는 “holy, holy”라고 외치는 코러스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진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앨범의 선공개 곡으로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앨범에는 흥미로운 곡들이 꽤 많이 수록되어 있다. 빠르게 달리는 드럼과 퍼커션, 기타가 마치 서로에게 달려드는 느낌을 주는 “Blues”는 앨범의 첫 부분을 매우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데 충분했다. 또한 블랙 미디 시절부터 보사노바에 종종 관심을 가져왔던 만큼, “Holy, Holy” 외에도 다양한 트랙에서 느껴지는데, 분위기 있는 도입부와 더불어 브라질 재즈가 섞여 있는 “Terra”, 잔잔한 매력을 지닌 타이틀 곡 “The New Sound” 역시 독특한 퍼커션이 눈에 띄는 보사노바 리듬을 기반으로 한 곡이다.

또한 눈에 띄는 인트로가 특징인 “Through a War”와, 이전부터 여러 번 작업을 같이 해온 세스 에반스(Seth Evans)가 리드 보컬로 참여한 “Motorbike” 역시 이 앨범에서 인상적인 파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Motorbike”는 세스의 잔잔한 보컬 인트로가 끝난 뒤 시작되는 휘몰아치는 프로그레시브와 재즈가 마구잡이로 맞물리는 곡으로, 어찌 보면 블랙 미디가 보여줬던 열정과 광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트랙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후반부에서도 왈츠 리듬과 4분의 4박자를 오가며 미묘한 감정을 자아내는 “As if Waltz”와, 이미 블랙 미디 시절에도 공개된 바 있는 “The Magician” 등의 트랙이 앨범의 풍성함을 더해준다. 그 이후에 흘러나오는 한 편의 영화, 혹은 연극이 떠오르는 “If You Are But a Dream”은 속주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마치 위로하는 듯한, 화려하면서도 위트 있는 피날레로 어울리는 곡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The New Sounds]는 함축된 것이 상당히 많은 작품이지만, 이 앨범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는 듣는 이들의 선택이다. 악기와 구성 요소를 하나하나 뜯어가며 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그저 물 흐르듯이 편하게 듣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허나 확실한 부분은 듣는 방식에 상관없이, 이 앨범은 듣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도발적이면서도, 또 한 편에서는 위로를 해주는, 다양한 감정을 불러서 일으킬 힘이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블랙 미디는 아마도 오랫동안 볼 수 없겠지만, 조르디 그립은 첫 솔로 정규 앨범을 통해 다시금 신인으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밴드의 기습 해체 선언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어디로 튈지 예측이 불가능한 인물이지만, 어쩌면 그게 바로 그립의 매력일 것고, 실제로 이 부분은 그의 새 정규 앨범에도 잘 나타나 있다. 블랙 미디가 등장 당시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려 놓은 것처럼, 조르디 그립의 [The New Sound] 역시 팬들을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는 탄탄한 구성과 사운드로 듣는 내내 놀라움을 부여해 줄 수 있는 작품이다. 함께 감상해 보며, 솔로 아티스트로 돌아온 그립의 새로운 스토리를 함께 느껴보자.

Black Midi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Geordie Greep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Geordie Greep, The Guardian, NME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