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합작 정규 앨범 [춤으로]를 발매하며 첫 활동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 림(Leem)과 프로듀서 이도열이 또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10월 30일 발매된 EP [Image]는 전작과 다르게 기획의 무게감을 대폭 줄인 앨범으로, 단기간 안에 작업한 습작에 가까운 트랙들을 무심히 엮어낸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들은 한 달 반이라는 빠듯한 제작 기간이 무색할 정도로 더욱 정교하고 세심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발전된 시너지를 자랑한다.
이번 EP는 다른 작업을 하던 중, 프로듀서 이도열이 새 창에 가볍게 찍어낸 비트 위로 림의 가이드가 올라가며 완성된 데모 트랙 “End”를 시작으로 서로가 표현하고자 하는 소리를 가감 없이 투영시킨 앨범이다. 그만큼 단순하고 정제되지 않은 소리가 절묘한 합을 이루며 색다른 인상을 만들어내는데, 그들이 토착한 장르가 불분명하면서도 상징적으로 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날로그 사운드에 근거한 첫 트랙 “End”의 드럼 머신 소리와 그 끝으로 이어지는 “Ish-Mish”의 리듬 루프는 그 결이 미묘한 대립을 이루면서도 확실한 분위기 전환을 이끌어내며 앨범의 몰입감을 높인다. 2번 트랙 “Ish-Mish”는 비워진 부분과 채워진 부분의 경계가 명확하지만, 귀의 피로가 적은 미니멈 일렉트로닉 트랙이다. 프로듀서와 보컬 중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곡 속에 스며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2번 트랙의 타이트한 리듬과 아르페지오의 흐름을 단호하게 끊어내는 림의 아우성으로 3번 트랙 “Wraith”가 시작된다. “Wraith”는 앨범에서 Leem의 냉담한 보컬 특색이 가장 두드러지는 트랙 중 하나로, 내밀하게 채워진 악기들과 연쇄되는 멜로디 라인의 조화가 인상적인 곡이다. 이처럼 프로덕션은 트랙끼리의 연결점이나 악기 구성끼리의 조합을 교묘히 비틀며 비범한 전개를 만들어낸다.
타이틀 “Solo”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이지리스닝 트랙이다. 전작이던 [춤으로]와 같이 이들의 음악 전반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멜로우한 느낌을 강조한 아트팝 스타일로, 외로움과 공허함이 느껴지는 보컬 톤이 특징이다. 이어지는 엠비언트 사운드 기반의 “Glory Glory”와 리듬의 변칙과 의도적으로 망가진 그루브를 연출한 “Raining JIHYEON”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으로 독특한 신디사이저 리드와 드럼앤베이스 리듬의 변주가 인상적인 “Joe”까지 프로듀서는 여러 장르의 스타일을 최소한의 사운드로 무심히 컨트롤하고 있다.
또, 그러한 프로듀서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은 채 하나의 악기로써 목소리를 활용한 보컬 테크닉을 이 앨범의 주요한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앨범 전반의 농도를 낮춰줌과 동시에 되려 프로듀서의 역량을 강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두 명의 뮤지션이 포지션의 경계를 허물고 감각 하나로 완성한 수작 [Image]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End”, “Wraith”의 비주얼라이저를 직접 감상하자.
이미지 출처 | Leem, 이도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