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FIKA의 3번째 정규 앨범 [Bonfire]

독보적인 정체성의 멀티 아티스트 씨피카(CIFIKA)가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난 새로운 스타일의 정규 앨범 [Bonfire]로 돌아왔다. 이전 앨범 [ION]에서 느껴지던 단호하고 냉담한 어조는 이번 앨범에서 조금 더 서정적이고 따스한 톤으로 변모했다. 그녀가 활동하는 음악 범주를 벗어나기 위한 대담한 시도가 엿보이면서도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배제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난 19일 공개된 이 앨범은 전자음악을 비롯해 얼터너티브 포크, 앰비언트 등 뜻밖의 요소들을 포함하며, 전작과 달리 신디사이저나 인위적인 보컬 프로세싱의 비중을 줄이고 리얼 악기 기반의 편곡을 전면에 내세워 예상치 못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 때문에 보컬의 감정 표현이나 메시지 전달이 더욱 섬세하게 이루어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의미의 신선한 몰입을 선사한다.

한편, 이번 앨범에는 BTS RM의 솔로 앨범 그리고 뮤지션 김아일(Qim isle)의 정규 앨범 작업에 참여하며 독특한 감각을 인정받은 프로듀서 낸시보이(Nancy Boy)와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우마카(Umaka)가 제작에 힘을 실어 그녀의 음악적 비전을 한층 더 정교하게 구현해 냈다.

앨범은 연결과 수용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음악을 대하는 그녀의 진솔한 태도와 그녀가 가진 다소 인간적인 면모들을 담백하게 투영해내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전자 음악 기반이 아닌 어쿠스틱한 정서를 녹여내기 위한 시도들은 다분히 유효했다. 특히 앨범 후반부 등장하는 트랙인 “Pebble”은 작업 과정에서 함께 녹음된 엠비언스를 의도적으로 남겨두며 날것의 분위기를 연출해 냈고, 아웃트로 트랙인 “Totem”에서 역시 잡다한 노이즈와 가공되지 않은 사운드 간의 긴밀한 조화가 의외의 울림을 준다.

이 밖에도 앨범의 인트로 트랙인 “View”는 그녀의 우아한 음색이 주를 이루며 앨범의 흐름을 안내하듯 차분하고 미니멀한 진행을 보여주는데, 재미난 부분은 앨범의 끝이었던 “Totem”과 절묘하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아웃트로 트랙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앨범의 인트로 트랙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어서, 앨범의 두 번째 수록곡이자, 선 공개 트랙이었던 “If I Could Be“는 따스하고 포근한 EP 사운드와 원초적인 보컬의 질감 그리고 점차 고조되는 가창 퍼포먼스가 두드러지는 트랙으로, 이번 앨범을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수록곡 “Bonfire”는 이 앨범을 들으며 줄 곧 연상되던 모닥불 앞에서 합창하는 부족들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재현된 트랙이다. 곡의 도입부에 그녀의 실제 친구들을 통해 녹음한 코러스와 빈티지한 드럼 머신이 흥겨운 그루브를 만들어내는데, 다른 수록곡들에 비해 굳은 의지와 결의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며 따듯하다 못해 뜨겁게 타오르는 불씨가 떠오른다.

싸이키델릭이나 메탈 같은 록 음악의 형식을 차용한 타이틀 트랙 “Little Drama”에서는 반복되는 기타 리프와 토속적인 드럼 리듬으로 익숙하지만 특별한 구성을 보여주는데, 우마카의 파워풀한 기타 연주와 점진적으로 변화해 가는 곡의 전개가 특징이다. 또 다른 수록곡 “Babes In the Wood”에서는 드라이한 보컬 질감과 낸시보이의 유쾌한 드럼 루프가 주도하며 앨범의 일관된 무드를 적절히 틀어 환기를 시켜준다.

그녀가 스스로 최애곡이라 밝힌 “Heart Piece Collector”는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도입부, 급변하는 구성, 쏟아지는 슈게이징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까지 가장 다양한 요소를 결합한 트랙이지만, 어디 하나 어색하거나 튀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가장 강렬해 보이지만, 가장 연약한 속내를 대변한 곡. 11월 2일 성수 EQL에서 진행한 라이브 세션 영상과 풍성하고 감동적인 앨범 [Bonfire]를 직접 감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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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ㅣCIF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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