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신비로운 뮤지션 딘 블런트(Dean Blunt)가 2025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새 EP [Lucre]를 공개했다. 틀에 박힌 행보와는 거리가 먼 그답게 이번 EP는 공식적인 발매 없이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만 공개됐다. 영상에는 움직이는 이미지 대신 아트워크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노란 꽃다발 이미지만이 보인다. 여담으로, 해당 이미지는 BBC가 1985년부터 지금까지도 방영하고 있는 “이스트엔더스(EastEnders)”의 한 장면이라고. “이스트엔더스”는 런던 속 가상의 동네를 배경으로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연속극이다.
이번 EP는 각 트랙의 제목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설명란에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아주 간략한 정보와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모지 무더기만이 보인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덴마크 밴드 아이스에이지(Iceage)의 보컬 엘리아스 뢰넨펠트(Elias Rønnenfelt)와 레이블 플리즈 메이크 잇 루인즈(PLZ Make It Ruins)의 수장이자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프로듀서로도 알려진 비건(Vegyn)이 참여했다는 것뿐.
엘리아스 뢰넨펠트와 비건이 딘 블런트와 합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엘리아스 뢰넨펠트는 2023년에 발매된 딘 블런트의 싱글 “Smile Please”, 그리고 2024년에 발매된 딘 블런트와 조앤 로버트슨(Joanne Robertson)의 합작 앨범 [Backstage Raver]의 수록곡 “repeat offenders”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가 딘 블런트의 음악 위에서 어떻게 매력을 발산하는지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이번 EP에서도 그의 보컬은 어딘가 불안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오묘한 매력이 돋보인다. 비건 또한 판다 베어(Panda Bear)와 함께 참여한 싱글 “DOWNER” 등을 통해 이미 딘 블런트와 협업한 바 있다. 비건 자신의 개인 작업을 통해서는 깔끔하고 정교한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딘 블런트와의 협업에서는 거친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되 특유의 감성은 잃지 않는다.
딘 블런트의 행보는 항상 예측할 수 없다. 정식 발매 없이 유튜브를 통해서만 공개했던 작업물이 예고 없이 삭제된 전례가 여러 번 있다. 물론 코어 팬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 다시 업로드할 확률이 높지만, 이번 EP도 언제 지워질지 모른다. 지금 바로 감상해 보자.
이미지 출처 | Dean Bl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