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악가 moribet의 첫 정규앨범, [so, ho hum]

2023년, khc와 함께 2인조 듀오를 결성해 콜라보 앨범 [전파납치]를 선보였던 모리베(moribet)가 자신의 첫 정규앨범 [so, ho hum]으로 돌아왔다. 2025년 새해 첫날 공개된 앨범에는 포크트로니카(Folktronica)라는 장르적 틀과 함께 형성된 모리베만의 음악이 담겨있다.

[so, ho hum]은 ‘포크’와 ‘일렉트로니카’ 두 사운드 간의 균형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포크 기타와 보컬이라는 중심을 단단히 유지하면서도, 그 위에 글리치(glitch) 사운드와 전자음을 대담하게 덧입혔다. 특히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층 팝적인 보컬 선율을 채택하면서, 이를 감싸는 전자음의 밀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점이 인상적이다.

앨범은 첫 트랙 “dead dial”부터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짧게 조각난 글리치와 이펙트 사이로 스트링 사운드가 침범하더니, 공간감을 이루는 아르페지오 신스와 흐릿한 보컬이 중심을 잡는다. 계속해 물거품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전자음은 갈렌 팁톤(Galen Tipton)의 [brain scratch] 시리즈와 같은 묘한 간질거림을 연상케 하고, 어쿠스틱과 전자음의 대비는 어느 한쪽이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서로를 감싼다. “anhedonia”에서 고양되는 이 대비는 전자음의 과밀이 분출하듯 쏟아지며 마무리된다.

“smell good to be okay”를 기점으로 앨범은 약간의 변화를 맞이한다. 전자음의 형태가 비선형적 구조를 벗어나 좀 더 친숙한 모습을 띠기 시작하는데, 브레이크 비트를 기반으로 한 IDM(Intellegent Dance Music) 요소들은 이전까지 무질서하게 섞여 있던 어쿠스틱과 전자음의 경계를 긋기 시작한다. 반대편에선 우주적 앰비언스(Ambience)의 공간감과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 같은 자연적 소리들이 이 대비를 한층 강화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이분법적 대비가 서로의 충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자의 영역은 굳건한 모습을 유지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진 요소들은 그 과밀한 형태로 굳어져 서로를 투과하는 유리창이 된다. 마지막 트랙 ‘providence’에서는 보컬 없이 흐르는 기타 리프와 오류, 혹은 신호일지 모르는 글리치 소리가 산발적으로 울리며, 이 모든 요소가 쌓아 올려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은 채 공존한다.

결국 [so, ho hum]은 앨범 커버의 사진 위 거친 흠집 너머 보이는 풍경처럼, 왜곡과 균열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순간들을 담아낸 작품이다. 그 불완전함이 자아내는 따뜻한 순간을 당신도 직접 경험해 보자.

moribet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mori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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