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회기본능의 첫 번째 EP [자멸위기종] 발매

늘 헛발질만 하던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번엔 제대로 한 건 해냈다. 아무 기대 없이 유튜브 스크롤을 흘려보던 중 선명한 색의 영상 썸네일 이미지 하나가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상의 제목 또한 강렬했다. “[Full Album] 회기본능 – 자멸위기종”. 4일 전 업로드된 따끈한 앨범이라기에 더욱 이끌려 감상한 앨범은 요 며칠 동안 필자의 헤드폰에서 쉴 새 없이 반복 재생되고 있다.

밴드 회기본능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소재의 대학교 밴드 동아리에서 만나 결성되었다고. 회기본능, 밴드의 영어 명은 ‘Humming Instinct’인데, 이 또한 ‘Homing Instinct(회귀본능)’을 변형한 것으로, ‘흥얼거림의 본능’이라는 뜻을 부여했다고 밴드는 스스로를 소개한다. [자멸위기종]은 이들의 첫 번째 EP 앨범으로, ‘우리는 어떤 인간인가?’에 관한 밴드의 담론을 담는다. 자멸의 낭떠러지로 향하는 현대 사회 속 개인에게 일어나는 현상 인식의 과정을 담은 기록물. 커버아트에 새겨진 네 마리의 동물인 바다거북, 기절염소, 타조, 나그네쥐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현대 사회 속 인간의 불안, 회피, 고립, 강박 등을 상징하는 메타포다.

회기본능은 스스로를 ‘장르 없는 밴드’라고, 지향하는 음악적 정체성이 희미하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반대로 모든 음악에 열린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 EP [자멸위기종]의 네 수록곡 또한 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총 16분 16초에 이르는 러닝타임 중 장르적 관점에서 가장 인상 깊은 파트는 마지막 트랙 “나그네쥐”의 중반부, 레게로 전환되는 파트다. ‘밝아진 낮’이라는 가사의 등장과 동시에 레게로 급 트랜지션되는데, 이는 음악의 전반부 ‘어두운 밤’과 대치되며, 또한 이전의 어두운 고민에서 벗어나 희망을 암시하듯 분위기를 급작스럽게 환기한다. 그러나 결국 현실은 불완전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듯, 희망적이고 여유로운 레게는 순간적이며 묘한 여운을 남기고 앨범은 종료된다.

회기본능의 [자멸위기종]은 이들의 첫 번째 EP임에도 탄탄한 주제 의식과 대담함으로 청자의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주고 있는 듯하다. 유튜브도 이를 알아본 것일까?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조회수가 날로 상승하고 있다. 이제 앨범을 직접 확인하자.

회기본능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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