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스텝(Dubstep)의 선구적 레이블 템파(Tempa)가 9년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번 신보는 케냐 출신 프로듀서 슬릭백(Slikback)의 [Data]로, 2016년 이후 종적을 감춰 온 레이블의 소식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반가운 앨범이다.
[Data]는 정밀하게 갈린 칼끝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날 선 베이스(Bass) 트랙 3개로 구성된 본 작은 앨범 커버의 플로피 디스크와 제목이 상징하듯, 아티스트와 레이블의 유산을 좇는 짧은 경험으로도 보인다.
슬릭백은 트랩(Trap), 풋워크(Footwork), 꼼(Gqom) 등 폭넓은 스타일을 변칙적으로 재배열한 2018년 데뷔작, [Lasakaneku]를 기점으로 언더그라운드 장르 음악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또한 그는 우간다 기반 콜렉티브 하쿠나 쿠라라(Hakuna Kulala)의 공동 설립자이다. 하쿠나 쿠라라는 국내 팬들에게 낯익은 이름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지난해 넷 갈라(NET GALA)의 첫 정규 앨범 [GALAPAGGOT]을 발매했기 때문.
2000년에 설립된 템파는 덥스텝 장르를 정의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혁혁한 공을 세운 레이블이다. 설립자인 닐 졸리프(Neil Jolliffe)는 2002년 처음으로 덥스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2스텝 가라지(2-Step Garage)와 덥(Dub) 음악의 융합으로서 새로운 장르를 정의하고 명명했다. 초기 발매작인 호스파워 프로덕션스(Horsepower Productions)의 [When You Hold Me / Let’s Dance]는 덥스텝의 기반을 닦았으며, 스크림(Skream)의 2005년 앨범 [Midnight Request Line]은 결정적으로 덥스텝을 주류 음악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템파를 통해 앨범을 발매한 아티스트는 ‘Benga’, ‘Youngsta’, ‘J:Kenzo’ 등이 있으며, 덥스텝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댄스 음악을 선보였다.
또한 템파는 2024년 10월 밴드캠프(Bandcamp)에 약 25년에 걸친 방대한 카탈로그를 업로드했는데, 이 움직임은 과거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 레이블의 활발한 릴리즈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레이블의 9년 만의 컴백, 슬릭백의 [Data]는 레이블의 여전히 진취적인 행보를 알리는 작품으로, 현재 모든 음원 플랫폼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Tem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