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 배우, 가수, 작곡가 등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온 FKA 트윅스(FKA Twigs)가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EUSEXUA]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그동안 그녀가 보여준 얼터너티브한 정체성과 모호한 사운드에 비해 장르의 갈래가 분명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도 그럴 것이, FKA 트윅스는 4개월 전 선 공개된 동명의 수록곡 “Eusexua”에서도 댄스 팝과 테크노, IDM 등 댄스 뮤직에 기반을 둔 여러 스타일의 집합을 보여줬다.
집요한 탐구 끝에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이 적절히 배합된 “Eusexua”는 긴 러닝 타임과 난잡한 곡 구조 속에서도 FKA 트윅스가 녹여내고자 한 분위기가 명확하게 자리 잡혀 있다. 이는 단순한 복고적 접근이 아니라, 과거의 요소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조립한 결과물로, 다른 수록곡에서도 반복되며 청자에게 노골적으로 Y2K의 미학을 강조한다.
앨범마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비디오로 청취 이상의 몰입을 선사해 온 그녀답게, 이번 앨범의 비주얼 작업 역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댄스비디오에 가까운 그녀의 뮤직비디오는 백댄서와 조명 연출로 만들어진 무대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8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며 압도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Eusexua”의 뮤직 비디오도 같이 감상하길 추천한다.
한편, 앨범의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한 트랙 “Perfect Stranger”도 눈길을 끈다. 미니멀한 구성의 개러지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으로, 앨범이 실험 음악의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대중 친화적인 영역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하지만 그 속에도 FKA 트윅스만의 개성이 자리 잡고 있다. 유려한 보컬과 섬세한 리듬 운용, 몽환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져 단순한 팝 트랙을 넘어 그녀만의 독창적인 색채를 드러낸다. 실험성과 대중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이 곡은, 앨범 전체의 흐름 속에서도 중요한 균형점 역할을 한다.
또 그녀의 다른 수록곡 “Girl Feels Good”은 트립합 장르의 전형성과 앨범의 개성을 포괄하는 댄서블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몽환적인 신스와 보컬, 그와 대비되는 깊이 있는 리듬의 레이어링은 트립합 밴드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대표적인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그녀의 음악 세계관을 녹여낸 비주얼라이저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곡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FKA 트윅스는 이번 앨범을 통해 또 한 번 자신을 갱신했다. [EUSEXUA]는 전면에 내세우는 핵심 테마가 분명하지만, 그 속에서 각 트랙별로 장르적 고민과 탐구를 이어온 흔적이 역력하다. 그녀는 전통적인 음악 구조를 해체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불어넣어 다층적인 사운드 텍스쳐를 완성했다. 그러나 이 사운드는 결코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기존의 음악적 뿌리를 유지한 채, 새롭게 재구성되었기 때문.
이러한 접근 방식은 그녀의 음악 세계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자칫 중구난방일 수 있는 곡들을 하나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엮어내는 유기성은 결국 그녀의 고유한 음악성에서 비롯된다. 단순한 음악적 실험을 넘어, 자유와 자기 탐색에 관한 트윅스의 철학을 담아 밀도 있게 풀어낸 앨범 [EUSEXUA]을 직접 감상하자.
이미지 출처 | FKA Twi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