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적 가사와 함께 돌아온 뉴욕 래퍼 MIKE의 새 정규 [Showbiz!]

그루브있는 힙합 비트 위 느긋한 목소리를 통해 진중한 가사를 읊으며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scene)에서 오랜 기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뉴욕 출신 래퍼 마이크(MIKE)가 새 정규 [Showbiz!]로 돌아왔다.

2023년 발매한 [Burning Desire] 이후 2년 만의 솔로 정규 앨범인 [Showbiz!]는 뉴욕의 생활을 펜으로 묘사해 낸 듯한 마이크의 편안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이와 더불어 이번 앨범은 어머니 산드라(Sandra)의 죽음,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 등으로 인해 생긴 내적 불안함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탐구적인 가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2분 남짓한 짧은 길이의 24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앨범이지만, 각각의 곡은 그 개성을 뚜렷이 드러낸다. 바쁜 시기 속 자신을 돌아보는 수록곡 “Man in the Mirror”의 가사 ‘I’m just talking to the man in the blurred mirror(난 그저 흐릿한 거울 속 남성과 이야기하고 있어)’에서도 느껴지다시피, 마이크는 지쳐버린 내면, 즉 온전하게 바라볼 수도 없는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는데, 이후 더욱 실존적인 의미를 담아낸 고찰로 가사는 흘러간다. 마이크는 이 곡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대표 곡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앨범 명으로도 고민했을 만큼 꽤 애정 있는 트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다른 트랙 “You’re the Only One Watching”의 경우, 2019년 어머니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상황의 절망과 회상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잔잔한 스토리텔링과 반성이 맞닿은 가사는 그가 어머니와 생전 얼마나 가까운 관계였는지,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었는지 잘 나타낸다. 진득한 그루브가 느껴지는 샘플링이 상당히 매력적인 곡으로, 2분 6초라는 짧은 시간 내에도 강렬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외에도 앨범 속 많은 트랙들은 무게감을 통해 앨범의 완성도를 조금씩 보태주고 있다. 처절한 삶의 다양한 주제를 침착하게 풀어가는 마이크의 래핑, 재즈, 가스펠,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형태의 샘플링을 활용한 비트까지. 기존 마이크가 대중들에게 보여줘 왔던 스타일이 역시나 잘 담겨 있지만, 더욱 다가가기 어려웠던 내면의 주제를 탐험하면서 깊이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쉴 틈이 없는 삶, 그리고 어느 순간 찾아오는 받아들이기 힘든 소식. 살다 보면 이러한 가혹한 순간은 모든 이에게 찾아온다. 이럴 때 일 수록, 압박 속에서 잠시 벗어나 담담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삶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깊은 반성은 또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함께 감상해 보자.


이미지 출처 |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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