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당신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난데없이 클럽에서 음악을 틀고 싶다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아마도 그녀를 응원하기까지는 심적으로 꽤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와무로 스미코(Sumiko Iwamuro)는 도쿄 중식당을 운영하는 82세 할머니다. 그녀는 60년이 넘는 세월을 남편과 함께 만두를 빚는 데 보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한 종업원의 수만 해도 50여명.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스미코는 두 번째 삶을 살게 됐다. 동년배의 노인들이 잠자리에 들 밤 8시, 그녀는 ‘스미록(DJ Sumirock)’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신주쿠 거리를 활보한다.
70대의 나이에 디제잉 스쿨에서 디제잉을 배웠고, 그로부터 벌써 약 10년의 내공이 쌓인 지금은 신주쿠 ‘DecaBarZ’를 비롯한 도쿄 여러 클럽에서 음악을 튼다. 플레이 스타일은 그녀가 직접 말하길, 재즈, 샹송 및 클래식 음악을 곁들인 테크노. 그냥 테크노만으로는 지루하기 때문이라고. 터키 국영 방송 ‘TRT World’ 기자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트냐고 묻자 스미록은 “비트를 맞추고 적절한 음악을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그녀는 덧붙여 “최고의 기술은 관객이 스스로 즐기게끔 하는 것입니다”라고 담백한 소감을 밝혔다.
손자와 고양이가 어울리는 황혼의 나이에 중식당에서 육체노동을 이어가는 스미코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삶에 도전한다. 만두를 빚던 손재주가 CDJ 플래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언젠가 그녀가 원하는 뉴욕 클럽에 당당히 입성하길 기원하며, 즐거운 날만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