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T3xwtb5Sm6E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Duckworth)가 올해 4월 발매한 네 번째 정규 앨범 [DAMN.]은 미국 음악 차트를 석권하며 그의 명성을 공고히 해주었다. 작품에 사회문제를 풀어내는 소신 있는 거리의 시인으로 알려진 그의 신보 [DAMN.], 분명 이는 14개의 트랙으로 담아낸 켄드릭 라마의 내적 세계다. 여태까지 그가 자신을 둘러싼 사회문제를 알뜰히 꼬집어 왔다면, 본 앨범은 앞의 주제뿐만 아니라 그의 야망, 비관적인 성격, 철학이 합쳐진 총체다. 그리고 13개 트랙을 지나 마주하게 되는 마지막 곡 “DUCKWORTH.”는 본 앨범에서 가장 화두에 오른 트랙이자, 그가 자칭 최고의 래퍼가 될 수 있게 한 어떤 사건을 읊조린 독백이다.
“DUCKWORTH.”의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켄드릭 라마가 속한 TDE(Top Dawg Entertainment)의 수장 앤서니 “탑 독” 티피스(Anthony “Top Dawg” Tiffith)는 과거 L.A. 거대 갱 조직 멤버였으며, 이전 같은 동네에 있는 KFC 매장을 습격해 인명, 재산 피해를 낸 경력이 있다. 이후 그가 다시금 강도질할 목적으로 그 매장을 습격했을 때, 평소 자신에게 친절했던 매장 직원 더키(Ducky)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놀랍게도 더키는 켄드릭 라마의 아버지였다. 거대한 운명이라 말할 수 있는 이 가사의 진위는 이미 여러 외신을 통해 사실로 규명되었다.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의식에서, 그리고 20세기 프로파간다 매체에서 음악이 빠지지 않는 것은 분명 음악이 감정을 전달하는 강력한 전도체인 까닭이다. 그러기에 “DUCKWORTH.”의 프로듀서 나인스 원더(9th Wonder)는 분명 켄드릭 라마의 자전적 독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곡의 선율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리라. 그리고 그가 선택한 6개의 샘플 중 하나는 70년대 유고슬라비아의 재즈 록 밴드 셉템버(September)의 76년 작 [Zadnja Avantura]의 수록곡 “Ostavi Trag”였다.
유고슬라비아의 초기 퓨전 재즈 앨범 중 하나로 알려진 [Zadnja Avantura]는 당시 차트에 오르내리는 적 없이 조용했다. 하지만 본 앨범은 현재 동유럽 음악 평론가 사이 발칸 지역 70년대의 수작으로 평가받는데, 그 배경에는 다양한 경력을 자랑하는 밴드 구성원들이 있다. 그중 밴드 내 키보드 연주자 티호밀 폽 아사노비치(Tihomir Pop Asanović)는 단독으로 작곡 활동을 한 경험이 긴 만큼, “Ostavi Trag”의 제작을 맡았다. “Ostavi Trag” 초입부의 묵직한 합창은 듣는 이의 감정선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나인스 원더가 “DUCKWORTH.”에 사용한 부분은 그 초입부에 국한되었다. 나아가 합창 부분의 “Kad nisi tu”, 즉 “당신이 이곳에 없을 때”라는 가사가 “DUCKWORTH.”에 반복됨은 아버지의 부재가 자신에게 미칠 수 있었던 영향, 즉 “나는 아버지 없이 자라다 총격전 속에서 죽었을 것”이라 말하는 그의 독백 후반부와 잘 어울린다.
음악과 패션 양 분야에서 대세로 떠오른 켄드릭 라마의 DAMN. 팝업 스토어가 이번 주 주말, 한남동의 편집 스토어 웝트(WARPED)에서 열린다. 그의 머천다이즈를 기다리는 사람은 주말까지 남은 시간 중 4분을 투자해 한번 들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