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의 북미 홈 프로듀싱 무브먼트는 80년대 음악 샘플에 괴상한 이펙트를 덧입힌 Lo-Fi 사운드가 유행했다. 이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베이퍼웨이브(Vaporwave)로, 8090 음악을 기억하는 리스너에게 묘한 향수를 선사하며,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동시대, 칠웨이브(Chillwave)라는 사운드가 같은 궤도에서 혜성같이 등장하여 언더그라운드 신(Scene)의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베이퍼웨이브와 칠웨이브 모두 텀블러의 키치한 넷 문화 사조에서 피어난 음악이다. 하지만 당시 칠웨이브 아티스트의 대우는 격이 달랐다. 사뭇 진지한 음악관에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됐던 샘플 클리어런스(Sample Clearance) 이슈를 회피하며 언더그라운드 레이블과 차례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기, 칠웨이브 무브먼트의 중심엔 토로 이 모아(Toro Y Moi)가 있었다.
토로 이 모아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칠웨이브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네온 인디언(Neon Indian), 와시드 아웃(Washed Out)과 함께 칠웨이브 삼걸로 많이 거론된다. 하지만 그의 지난 행보를 들어보면 초반을 제외하곤, 막상 칠웨이브 궤도에 올라 있는 음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칠웨이브 사운드를 두고, “잠깐 유행했던 타이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앨범 [Boo Boo]에서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까지 거론하며, 다시 한번 칠웨이브와 베이퍼웨이브를 탐닉하는 듯한 신스 웨이브를 공개했으니, 의문이 생겼으리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행보. 최근 토로 이 모아는 자신의 여섯 번째 앨범 [Outer Peace] 발표 예정일 그리고 수록곡 “Freelance”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해당 트랙은 이전의 편안한 무드와는 상반된 훵키한 디스코를 가득 담아내고 있으며, 오토 튠을 입힌 로보틱한 보이스가 도드라진다. 커버아트와 동일한 세계관을 가지는 뮤직비디오는 그의 작업과정을 연출함과 동시에 홈 프로듀서에서 월드 뮤지션으로 성공한 셀러브리티의 단면을 담아낸 듯하다.
앨범 발표일은 2019년 1월 18일. 2019년은 마침 그가 칼파크(Carpark Records)와 계약을 맺은 지 어느덧 10년이 되는 해다. 따라서 그에게 10년이란 세월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 대답은 앨범 [Outer Peace]를 통해 알 수 있을 것. 트랙 “Freelance”와 차차 공개될 싱글 역시 주목해보자.
[Outer Peace] Tracklist
01 Fading
02 Ordinary Pleasure
03 Laws of the Universe
04 Miss Me [ft. Abra]
05 New House
06 Baby Drive It Down
07 Freelance
08 Who Am I
09 Monte Carlo [ft. Wet.]
10 50-50 [ft. Instupe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