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쌓인 미국 시카고 기반의 음반 레이블 뉴메로 그룹(Numero Group)의 업적은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수집가의 가방이나 골방에서 낡아가는 극도로 희귀한, 지금 들어도 좋은 음반을 조명하겠다 밝히고 등장한 뉴메로 그룹은 지금까지 그 약속에 살며 매회 필살기 못잖은 음반을 약 300개나 내놓았다. 비교적 대중적인 성공 기준이라 할 만한 그래미(Grammy) 상에 올해까지 8회 후보로 선정되었고 그 외 각종 자리에서 트로피를 받은 이들은 오늘날 음반 재발매 업계의 최전선에서 가장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레이블 중 하나다.
그 뉴메로 그룹이 2019년의 첫 공식 행보로, 인도 디스코의 성배와 같은 루파(Rupa)의 앨범 [Disco Jazz]를 3월이 가기 전 재발매하겠노라 발표했다. 1982년 캐나다 음악의 수도 캘거리(Calgary)에 위치한 리빙룸 스튜디오(Living Room Studio)에 모인 인도, 북미 음악가 연합이 한 호흡으로 녹음한 [Disco Jazz]. 신시사이저가 주도한 80년대 인도 발리우드의 부기 음향과 다소 겹치나, 디스코 박자에 감아 드는 복잡한 동서양의 선율에 청자는 이견 없이 [Disco Jazz]를 시대의 보물로 이름 붙였다. 그러나 적은 수량 탓에 천상부지로 솟은 매매가로 신음한 이들이 많았던 것은 다른 명반의 사정과 마찬가지. [Disco Jazz]의 컬트적인 인기에 힘입어 심지어 재작년에는 음반 시장에서 터부시하는 부틀렉(Bootleg, 정식 라이선스 없이 재발매한 음반을 칭함)이 대놓고 유통되어 [Disco Jazz] 음반을 향한 청자의 강한 갈증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게 이제 무슨 상관인가. 뉴메로 그룹이 재발매할 루파의 [Disco Jazz]는 원본 그대로의 음질과 정식 라이선스를 얻은 진짜배기다. 지금 선주문하면 군침을 다실 일 없이 집까지 배달받을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어서 뉴메로 그룹의 공식 웹사이트를 방문해보자. 추가 정보 하나. 돌아오는 3월 9일 토요일, 이태원 클럽 피스틸(Pistil Seoul)에 뉴메로 그룹의 일원 존 커비(Jon Kirby)가 내한한다. 취향으로 정평이 난 그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엿볼 기회. 서울이 자랑하는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제시유(Jesse You), 그리고 프로듀서 모과(Mogwaa) 또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니 그 행사 또한 놓치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