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앰비션 뮤직(Ambition Musik)과의 계약을 알려 화제를 모은 래퍼 제네 더 질라(Zene the Zilla)가 7월 24일 정규 2집 [야망꾼]을 발표했다. 피처링으로는 빈지노(Beenzino)와 수퍼비(SuperBee), 이케이(EK),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 씨잼(C Jamm), 릴러말즈(Leellamarz) 등이 참여했으며, 프로듀서로는 나쁜개츠비(Badassgatsby), 그레이(GRAY), 닥스(DAX), 슬로(SLO), 키드와인(Kid Wine) 등이 참여했다. 믹스와 마스터링 작업은 더콰이엇이 총괄했으며, 타이틀 캘리그라피 작업은 시엽(si_yup)이 맡았다.
본작은 ‘야망꾼’이라는 단어에 실로 적합하다. 앰비션 뮤직에 영입된 그의 성공, 성공 이전의 회상, 비전과 노골적인 자기 과시를 주제로 담아내며, 대화하듯 본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작 [전화하지마 비행중이야]와 궤를 같이하는 것은 물론, 다른 작품에서도 선보인 음악의 반복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법하지만, 여전히 뽕끼가 들어간 그의 랩-싱잉은 감정 표현에 훨씬 능숙해졌다. 이에 따라 댄서블한 비트의 비중을 늘리고, 붐뱁과 이모 랩을 삽입해 음악적인 변화를 꾀한다.
본작은 나쁜개츠비가 작곡한 라틴 스타일의 트랙인 “Clear Vision”으로 시작한다. 제네의 랩-싱잉 훅이 돋보이고, 빈지노가 자신의 창작물을 농작물로 비유한 사실 또한 흥미롭다. 이 뒤로 역시 나쁜개츠비가 작곡한 댄서블한 곡 “돌아가지 않아”를 넘어, 아마 본작에서 가장 눈길을 끌 만한 세 번째 곡인 “야망꾼 Freestyle”이 이어진다. AOMG 소속 그레이(GRAY)와 닥스(DAX)의 비트인데, 여기서 제네 더 질라는 본인 이름으로 나오는 작업물로는 쉽게 보여주지 않던 붐뱁을 그 특유의 단순한 라임을 기반으로 깔끔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퍼비의 스킬풀한 플로우와 디제이 웨건(DJ Wegun)의 스크래치는 금상첨화다.
이어 나오는 “Du-Rag”에서는 이케이, 오왼과 함께 준수한 랩을 보여줬으나 곡 자체는 평이한 편. 다음 트랙 “부재중 전화”는 최근 [킁]으로 스타일의 혁신을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낸 씨잼과 랩-싱잉을 구사하는데, 여기서 제네는 목소리의 톤을 살짝 쥐어짜서 과잉된 감정을 드러냈고, 비교적 덤덤한 편인 씨잼의 벌스와 대비를 이룬다. 러닝타임이 짧은 “내 계좌랑”에서는 “뜨거워 완전”의 그 제네 더 질라 특유의 명랑함과 쌈마이 무드가 최근 곡과는 다르게 여전히 남아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 다음 트랙 “꿈에 살어”는 앰비션 뮤직에 영입되어 [Marz 2 Ambition]으로 화제를 일으킨 릴러말즈가 돋보이는 랩-싱잉을 보여주며 제네와 호흡을 맞췄다. 마지막 트랙 “이젠 나도”는 사이렌 오브 서울(Siren of seoul) 소속 뚱보(DDungbo)의 트럼본 사운드가 신디사이저와 잘 어우러지는데, 앰비션 뮤직 영입의 공식 승인과도 같은 더콰이엇의 ‘1llionaire Ambition’을 끝으로 앨범은 피날레를 장식한다.
정규 앨범임에도 적은 곡수, 이로 인한 동어반복의 주제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야망꾼]이라는 아주 명확한 방향을 제목에서부터 제시한 만큼 제작의도에 걸맞은 앨범을 완성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앰비션 뮤직에서 합류한 뒤로 어떤 음악을 들고 올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