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싱글 “City Breeze”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던 박재범(Jay Park)과 기린(Kirin)이 3년 만에 다시 합심해 한국 시간 8월 4일, 합작 EP [Baddest Nice Guys]를 발표했다. 총 4곡으로 구성된 [Baddest Nice Guys]에는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 어글리 덕(Ugly Duck), 클로에 데비타(Chloe DeVita), 디제이 라이트(DJ Light), 디제이 웨건(DJ Wegun), 플라스틱 키드(Plasitc Kid) 등이 참여했다. 타이틀곡 “오늘밤엔(Feat.어글리 덕)”의 뮤직비디오는 AOMG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본작은 흥겨운 사운드를 비롯해 기시감이 느껴지는 가사의 레퍼런스 등을 보았을 때 90년대를 향유한 한국인 리스너의 ‘향수’를 공유하려는 목표를 지닌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기린이 지향하던 90년대의 바이브를 지금 시대의 방식으로 각색하는데, 뉴 잭 스윙에 치중한 다르게 초기 성향과 비교했을 때 랩의 비중을 늘리며 박재범과의 시너지를 높이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
90년대 힙합을 전면에 내세운 앨범답게 첫 곡 “One Nation”에서부터 플라스틱 키드의 스크래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AOMG와 에잇볼타운(8BallTown)의 단합을 알린다. 두 번째 곡 “Do What I Like”에서는 특기할만한 점이 있는데, 곡의 일반 벌스는 드럼과 간결한 기타 리프만을 강조한 전형적인 이스트코스트 스타일의 비트인데, 클로에 데비타가 참여한 훅에서는 곧바로 웨스트코스트를 연상케 하는 신시사이저가 깔린다는 점이다. 훵키한 신스를 기반으로 하는 기린이 자신이 구축한 색을 잃지 않음과 동시에 90년대 양분되었던 동, 서부의 무드를 잘 접합해 재해석의 방향성을 드러낸 단적인 부분.
그들의 향유하고자 한 ‘향수’는 세 번째 곡이자 타이틀 “오늘밤엔”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부드러운 R&B 트랙 위로 펼쳐지는 기린과 박재범의 보컬 및 제이슨 리의 색소폰이 감미롭게 흐르는 것은 물론 오랜만에 디제이가 아닌 래퍼로서 면모를 드러낸 어글리 덕의 가사에 주목할만하다.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김건모 –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황혼에서 새벽까지(리오 케이코아 – Like That(황혼에서 새벽까지)” 등을 구절에서 인용하며 한국 힙합을 오마주한다. 마지막 붐뱁 트랙 “Baddest Nice Guys” 역시 떼창하는 훅과 코러스에서 시대성이 엿보인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사이먼 도미닉은 그의 믹스테잎 [I Just Wanna Rhyme Vol.1]을 떠올리게 하는 파워풀한 하이톤으로 돌아왔다.
본작은 단기적인 이벤트 성의 기획 앨범이다. 그런 만큼 두 아티스트가 지향하는 미래를 함께한다기보다는 상술했듯, 특정한 시대를 재해석함으로써 힙합의 역사를 돌아보는 즐거운 여행에 가깝다. 미국 메인스트림에 상당한 빚을 진 한국 힙합 신(Scene)에서 다양성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기린과 박재범이 보여준 깜짝 이벤트는 의미가 있다. 그들의 시간 여행에 동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