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ror / Window – 차승우, 이윤정

거울: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음악. / 음악(거울)으로 동기화되는 개인의 내밀한 여정.

창: 세상을 바라보는 매개로서의 음악. / 음악(창)을 통해 세계를 들여다본 경험.


MIRROR

차승우

Nico – Winter Song 

꽤 오래전, 이 곡을 처음 들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니코의 음악은 불가사의한 힘을 내뿜고 있었다.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듯한 음성과 역시나 경직된 화성의 관현악 섹션이 묘한 대칭을 이루는 가운데 대체로 묵시적이고 불길하지만, 왠지 모를 기시감 또한 느껴졌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라 할 만한 것이었는데, 이를테면 마치 가을이 이제 막 지나가는 어느 때, 그 생소하고도 냉엄한 공기가 폐부에 훅 스미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무명, 무실, 무감한 겨울의 내밀한 세계가 차츰 막을 여는.

곡은 인상적인 인트로 없이 현악의 증 2도 하모니와 플루트의 불길한 트릴 연주로 포문을 연다. 현악 파트는 시종일관 도발적인 그러나 절제된 연주로 곡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곡 전체에 걸쳐 특별한 진행의 변화 또한 없으며, 규칙적인 패턴으로 일관한다. 타악 파트가 없으니 일관된 기타 플레이가 리듬 파트를 총괄한다. 중세시대 풍의 보컬 멜로디와 다소 재즈적인 플루트 연주의 충돌이 낯선 무드를 이끌어낸다. 보컬의 음색은 매우 건조하다. 가사는 모호하고, 비유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이다. 반복적이고 경직된 연주 파트는 모두 니코의 읊조리듯 차가운 음성과 뱀처럼 꿈틀대는 플루트를 위해 봉사하는 듯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극히 단순하고도 간결한 구조의 음악이지만, 위에 열거한 요소들이 층위를 이루며 하나의 커다란 심상으로서 구체화되기에 이른다.

버려진 공터나 죽은 나무가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듯, 니코의 노래는 그런 것들과 닮아있다. 다만 데카당스한 아름다움에 매혹되면서도 그것을 가까이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그것과 마주하는 순간,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어두운 세계도 덩달아 깨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Winter Song”은 그런 노래다. 내 안의 심연을 비추는 거울로서 말이다. 마치 임사 체험을 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 이후로 어느덧 이 곡은 마음의 기저에 스며들어 순간, 스멀스멀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WINDOW

이윤정

Joy Division – She’s Lost Control

왜 이렇게 가벼워졌는지 모르겠다.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우주와 그 우주 안의 나와 나의 우주와 우주보다 더 큰 우주만 생각하던 내가 있었다. 내 목표는 성공이나 유명이 아닌 우주였다. 누가 알아보든 말든 누가 칭찬하든 욕하든 간에 그냥 나와 우주. 멋지다 구리다 뭐 그런 맥락이 아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날 또라이라고 부른 것 같아.

뷔욕, 신디 로퍼, 레이디 가가. 뭔가 일반적인 시선으로 볼 때 새롭고 신기하고 똘기 충만한 아티스트를 보고 느낀 감정을 나에게 빗대어 이야기하곤 했다. 네가 그거야 뭐야? 왜 따라 해? 뭐 근데 그건 아니다. 당연히 빗대어 말할 수도 없는 엄청난 아티스트들이지만 난 그녀들을 잘 모르고 심지어 그녀들의 음악도 잘 모른다. 그냥 난 나만 연구했고 그걸 토대로 작업물을 토해내고 있고 그것은 늘 F 학점이다. 그냥 하고 그냥 계속 이상한 여자 취급. (간혹 천재 취급) 인정!

내가 보던 시야는 늘 작고 좁았는데 어느덧 시간이 흐르다 보니 내가 넘겨보던 창의 끝이 어딘지 잘 모르겠다. 물론 찾으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진화된 AI 로봇이나 얌체 같은 하이에나거나 아니면 여전히 이러거나 저러거나 지금 행복하면 상관없는 애가 지금의 나다. 아무나 혹은 누구나. 한 시간 안에 하고 싶은 걸 다 하면 신나서 깔깔거리고 못 하면 머리칼을 잡고 맥주를 들이켜며 내일은 삼십 분 안에 꼭 해야지 하는 ‘아이씨!’, ‘헐’, ‘꺅’, ‘우웩’, ‘ㅅㅂ’ 같은 단순직진솔직평범한. 그런 내가 지금 하는 음악이 넘넘이다. 넘넘(최강 바보).


*지난 VISLA Paper 9호에 실린 기획 기사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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