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신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우는 음모론의 위험성

최근 한 조사를 통해 전체 미국인의 3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음모론을 믿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물론 이 바이러스의 정확한 발원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일본에서는 아소 다로(Taro Aso) 부총리를 비롯한 국회의원과 그 지지자들이 중국 우한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근원지로 지목해 인종차별에 대한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우리와 같은 힙합 팬들은 각종 음모론에 익숙하다. 그중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단연 “프리메이슨(Freemason)과 일루미나티(Illuminati)와 같은 비밀 결사가 엔터테인먼트 업계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라는 것. 물론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는 17세기와 18세기에 조직되어 실제로 활동했던 집단이다. 그들이 이 세계의 사회적 기반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조직 모두 유대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종종 인종차별주의와 나치즘(Nazism)과 연결되어 해석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힙합과 일루미나티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투팍(2Pac)은 생전 일루미나티의 존재를 믿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뉴욕의 배드 보이 레코즈(Bad Boy Records)와 비프(Beef) 끝에 목숨을 잃었을 때 많은 팬은 “투팍이 일루미나티에 의해 제거된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힙합 역사상 가장 유명한 폴리티컬 랩(Political Rap) 그룹인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의 프로페서 그리프(Professor Griff)는 과거 시온주의를 비판하고 반유대인적 발언으로 그룹에서 추방되어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힙합이라는 문화에서 반유대인적 사상 그리고 이에 기반을 둔 음모론은 지금까지도 꾸준한 존재감을 이어오고 있다.

오늘날의 랩 신(Scene)에서도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와 같은 소재를 모티브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래퍼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때로는 미국의 거물급 프로듀서와 작업한 일본의 랩 그룹에 대해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루미나티와 계약한 덕에 거물급 프로듀서와의 작업이 성사된 것이다”는 등 엉뚱한 루머들이 퍼지기도. 이러한 음모론은 젊은(아마도) 힙찔이들에 의해 트위터(Twitter)와 유튜브(YouTube) 댓글 등을 통해 공유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들이 이런 소문을 왜 퍼뜨리는지에 대한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이러한 음모론이 유독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음모론을 배경으로 한 각종 “도시 전설” 프로그램들이 오랫동안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TV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 같은 조직들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힙합 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경우 이 같은 음모론과 아티스트들의 관계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와 TV에서 접한 음모론이 일치되는 일에 자연스레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엔터테인먼트의 역사에서 오컬트와 음모론이 하나의 장르로서 오랫동안 존재해 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들을 온전히 엔터테인먼트로서 즐기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지식과 도덕관념이 필요한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의 다큐멘터리 작품 “비하인드 더 커브” 는 음모론의 위험성을 배우기 위해 가장 안성맞춤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론을 믿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플랫 아서즈(Flat Arthurs)”를 그린 작품이다. 그들은 과학자를 비롯한 타인들이 자신의 믿음을 부정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구 평면설을 믿고 있다. 당신의 증거가 얼마나 논리적이든 간에, 이들은 모든 사실이 정부와 언론에 의해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내면화한 논리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것이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 중 대부분이 또 다른 음모론을 함께 믿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이들 중 유대인에 관한 음모론을 믿는 일부는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모든 사람을 CIA(중앙 정보국)와 NSA(미국 국가 안보국)의 하수인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파충류형 외계인인 렙틸리언(Reptilian)들이 인간으로 둔갑해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CIA나 NSA, 혹은 렙틸리언에 관한 음모론은 세계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인기를 얻어 온 이슈이지만, 이 글에서 자세한 소개는 생략한다).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 중 대부분은 매우 터무니없는 근거를 기반으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 같은 비상식적인 이론을 실제로 믿고, 내면화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거의 두렵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우리에게는 엉뚱한 주장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정체성의 일부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게 되면 침착함을 잃고 객관적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그들의 정신적 상태를 “확증 편향”이라는 심리학 용어로 설명한다. 확증 편향은 자기 생각의 옳고 그름을 검증할 때 자신에게 편리한 증거나 정보만을 수용하고, 반대로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모든 사실을 무시해 버리는 경향성을 뜻한다. 이처럼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지구는 평평하다”라는 자신의 신념에 잠식되어 그 가설을 지지하는 정보만을 수집한다. 자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증거(=상식)는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 한층 더 이상한 이론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단지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음모론이 일반 대중에게 파급되고, 수용되어 가는 과정에서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논리 중에는 취약한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그 가설을 지지하기 위해 열성적인 탐구를 계속한다. 논쟁의 말미에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그렇다면 내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봐”라고 따지는 “악마의 증명”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지구 평면설이든, 프리메이슨이든, 일루미나티든 다양한 음모론을 믿는 사람의 심리와 논리에는 병리적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들은 그 논리를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내면화하고 진심으로 신봉하며 그와 상반되는 사회적인 통념을 부정하고 무서워하는 것이다. 설령 그 가설에 명백한 모순이 있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오컬트는 때로 즐거운 것이 될 수도 있고, 일종의 로망이 존재함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에 지나치게 몰두하게 되면 때로는 타인이나 자신을 위험한 사고에 몰아넣을 위험이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한 연구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서두에서 소개한 대로 이 가설을 믿는 지지자들도 일부 존재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의 질문에 “우한 연구소가 바이러스의 발원지라는 증거를 보았다”라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근거에 관해서는 “그것은 말할 수 없다.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 모호한 발언을 공식적으로 내놓는다는 것이 새삼 놀라운 한 편, 이 발언에 관한 SNS상의 반응을 확인하면 아니나 다를까 차별적 발언과 불확실한 음모론을 선전하는 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음모론의 위험성을 직접 체감하게 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개해 온 대로 음모론은 정치와 경제부터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금만큼 음악과 미술 등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덕성과 기본적 소양의 중요성이 강하게 강조되는 때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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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Akihiro Yamamoto
편집 │ 김홍식
이미지 출처 │ FNM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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