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DELIGHT : 매 회 다른 즐거움, 관심에 관한 범주를 설정하고, 비즐라 매거진의 에디터 중 3명을 선정하여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코로나19, 대부분의 사업장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달 관련 업계는 오히려 ‘좋아’를 외치고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달음식 시장. 요새 도로엔 배달 오토바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힘겨운 코로나19의 시간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포기할 수 없었다. 비즐라 멤버들은 어떤 음식을 선택했을까. 지금 확인해보자.

황선웅(Editor) – 치킨

나는 치킨을 자주 먹는다. 닭고기는 맛있다. 굽던, 튀기던, 삶던 상관없이 보장된 맛과 식감을 제공한다. 따라서 코로나 시즌에 상관없이 치킨을 자주 시켜 먹는다. 스스로 치킨 마니아라 자부하는 것은 아닌데, 너무 자주 먹으니 10년째 나를 수식하는 칭호가 되어있다.

나른한 주말 오후, 배달 앱을 실행하면 치킨 버튼을 먼저 누르는 게 이제는 반사적인 행동이다. 나름 건강을 생각한답시고 한식을 시켜 먹어야겠다 다짐한 날도 많았지만, 결국 자취방에 도착하는 음식은 치킨이다.

배달 앱이 활성화된 이후, 과연 내가 치킨만 시켜 먹었을까? 호기심 가는 음식은 많았지만, 만족할 만큼의 맛과 가성비를 생각하니 치킨 만한 것이 없기도 했다. 이만 원이 넘는데, 코딱지만큼의 양을 보면 시무룩해진다. 그렇다고 족발, 보쌈 등의 비싼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은 나 같은 자취인에게 사치. 손님이 내 방을 찾아올 때나 고민 끝에 주문하는 음식이다.

여담이지만 부모님이 K사 치킨을 10년이나 운영하셨다. 어머니가 튀겨주신 치킨도 자주 먹었지만, 그 외 동네 치킨집과 각종 프렌차이즈를 가리지 않고 먹었다. 훈련소 입대하기 직전, 후회 없이 입대하려고 5일 연속으로 치킨만 시켜 먹었던 것이 타이기록이다. 이 사실을 훈련소 동기들에게 밝히니 나에게 가장 맛있는 치킨 Best 3을 꼽아 달라고 했다. 웃기게도, 난 이미 수양록에 ‘휴가 나가면 먹을 치킨’ 리스트를 적어 놓은 상태였고, 그 순서를 읊었던 것이 기억난다.

요즘도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맛있는 치킨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 순위를 매기기가 정말 어렵다. 군화도 튀기면 맛있다는데, 닭고기를 튀긴 음식이 맛이 없을 리가 없잖아. 참고로 난 닭가슴살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편. 누군가와 함께 치킨을 먹을 때, 닭다리를 양보한다고, 배려할 줄 안다는 소리들 많이 하던데, 이건 오해다.

최승원(Contributing Editor) – 부추달걀볶음, 오므라이스

서울에 거점을 마련한 후 꾸준히 요리를 했다.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요리가 취미인 것처럼 꽤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니 요리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고, 배달 어플의 편리함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특히 쿠팡이츠의 프로모션에 이끌려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사실 어플을 몇 번이고 지웠다 다시 깔기를 반복했지만). 마침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이젠 일상이 되었다. 나의 배와 허기진 마음까지 달래준 배달 파트너분들께 리스펙트를 표한다.

먼저 배달을 시킬 때, 나름의 법칙이 있다. 배달비는 1000원을 넘지 않을 것, 거리는 3킬로미터 이내일 것 그리고 최대한 리뷰에 흔들리지 말 것. 맛이 없더라도 나의 선택을 믿어보기로 한다.

1. 부추달걀볶음

서울 중심부에서 조금 남쪽에 위치한 동작구. 노량진과 용산을 잇는 한강철교 그리고 중앙대학교가 자리한 흑석동과 상도동이 대표적인 곳이지만, 나의 지역은 보라매 부근이다. 서쪽으로는 대림 남쪽으로는 신림과 아주 가깝다. 신림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월세방을 구할 수 있어 젊은 1인 가구가 많이 밀집해 있고, 다양한 술집이 즐비한 동네다. 그만큼 다양한 사건과 사고가 빈번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프로듀서 핫산 말리크(Hassan Malik)의 “인간 쓰레기 매립지 신림”이라는 제목의 곡이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되어있다. 대림에 관해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어찌 됐든 신림과 대림의 음식점까지 배달 가능 지역. 그래서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데, 특히 중국음식점이 매우 다채롭다. 최근 양꼬치나 마라탕을 선호하는 대중적인 선호와는 달리, 갓 지은 쌀밥과 어울릴 만한 간단한 음식을 찾고 있는데, 부추달걀볶음을 파는 곳을 발견하고 나서는 주문했다. 부추달걀볶음의 생명은 부추의 상태다. 너무 흐물거리면 맛이 없다. 평소 혼자서 요리한 음식이기는 하지만, 항상 부추를 완벽하게 볶아내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다행히 내가 주문한 이 집은 나쁘지 않았다. 간단한 술안주로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혼술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시킨 공깃밥 위에 얹어 먹는다. 밥이 아주 잘 넘어간다. 먹다 보면 밥 한 공기도 모자라다. 너무 기름지지만 않다면 매일 먹고 싶을 정도로 중독성이 높은 음식이다.

2. 오므라이스

오므라이스는 나에게 소울 푸드다. 10대 시절 아침에 어머니가 오므라이스를 자주 해주셨는데, 지각을 하더라도 무조건 완식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 지금도 매우 선호하는 음식이다. 지난해 아쉽게도 유명을 달리한 일본의 배우 다케우치 유코의 주연 드라마 “런치의 여왕”을 중학교 3학년 시절 시청했다. 당시 한일 월드컵의 열기로 잠깐 국가 간 관계가 우호적이었다. 오므라이스를 정말 찰지게 담아낸 인서트와 그것을 맛있게 먹는 연기 덕분에 언젠가 꼭 일본식 오므라이스를 먹고 말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그러나 당시에는 일본식 오므라이스 전문점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용 음식으로 전락한 감이 없지 않나 싶지만, 서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달걀을 다루는 스킬은 부족하고, 프라이팬 설거지는 귀찮다. 또 직접 갈 수는 없으니 배달 어플을 뒤진다. 마침 일본식 오므라이스를 배달하는 곳이 있었다. 이 가게의 한글 상호명은 ‘에이쎕’인데 영문으로 ‘A$AP’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여하튼 배달비도 없고, 비교적 빠른 시간 내 도착했다.

오므라이스의 예쁜 비주얼은 아주 잠시, 따로 포장된 소스를 열어 노란 달걀 위로 붓는다. 갈색으로 뒤덮인 오므라이스를 천천히 음미한다. 소스는 데미그라스 소스와 토마토 페이스트를 섞은 것 같은데, 빨리 도착해서 그런지 매우 따뜻했다. 부드러운 달걀로 두른 볶음밥은 케첩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짠맛은 덜하고 식감이 좋다. 정신없이 먹다 보면 어느새 크게 한 숟갈 떠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딸려온 단무지와 샐러드 그리고 뜨거운 된장 국물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한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파괴력을 지닌 오므라이스는 그야말로 힐링 푸드다.

박진우(Graphic Designer) – 버거와 피자

코로나. 그리고 음식. 재택근무할 때 이것저것 많이 시켜먹었다. 뭘 먹었더라(핸드폰을 켜서 주문 내역을 확인해본다). 본인이 자주 시켜먹는 2개의 카테고리. 햄버거, 피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베스트를 꼽아본다.

1. 버거

롸카두들, 롯데리아, 바스버거, 쉐이크쉑, 노스트레스 버거 등을 자주 시켜먹은 게 눈에 띈다. 그중 최고는 무엇일까. 가격과 맛을 고려했을 때 난 바스버거라고 말하고 싶다.

롯데리아, 롯데리아가 의외로 이 순위권에 있는 이유는 내가 사는 곳에서 늦은 밤, 이른 새벽에도 배달 가능한 유일한 햄버거집이기 때문이다.

롸카두들, 훌륭하지만 기본적으로 치킨과 소스가 어우러지는 맛이기 때문에 자주먹으면 쉽게 물린다.

쉐이크쉑, 맛있긴 하지만 가격이 쎄다. 특별하게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노스트레스 버거, 맛있지만 가서 먹는 게 왠지 훨씬 맛있다.

바스버거가 가격도 괜찮고 밸런스가 좋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감자튀김이 그저 그렇다는 것이다. 이 단점은 윙 4조각을 추가로 주문하여 상쇄한다. 아무래도 1인분을 시켜야하는 엄청난 단점이 있는 터라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려고 하다 보면 배달비도 붙고 뭐해서 2만 원이 넘는 일이 허다하다. 하지만 바스버거는 재택 당시 집에 콜라를 구비해놓았기 때문에 버거, 감튀, 버팔로 치킨 윙을 시키면 1.5만 원 언더로 가능하다. 바스버거+구운양파로 변경해서 보통 먹는다.

2. 피자

도미노, 파파존스, 동네피자, 잭슨피자 등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여기선 파파존스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동네피자. 동네 곳곳에 체인인 듯 아닌 듯 존재하는 다수의 피자집. 보통은 9시 이후에도 배달되는 피자의 공통점은 단맛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달다. 롯데리아와 같은 이유로 리스트에 포함된다. 맛없다.

잭슨피자, 맛있지만 배달료를 지불해가면서 자주 시킬 정도는 아니다. 도미노나 파파존스가 물렸을 때 시켜먹었다.

도미노, 맛있지만 파파존스를 먹을 때만큼의 풍부한 느낌이 덜하다. 하지만 그것대로 좋다.

파파존스, 가격이 싸진 않지만 확실한 만족감을 준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가장 맛있는 존스 페이보릿이나 식스 치즈가 레귤러 사이즈로 안된다는 것이다. 큰녀석을 시켜서 두고두고 먹어야 한다. 그래서 평일보다는 주말 양식으로 주로 먹었다. 특히 술 먹은 다음날 피자가 당길 때가 많기 때문에 금요일 술을 먹고 토요일에 시켜서 일요일까지 먹었다. 주로 하프앤하프로 존스 페이보릿, 식스 치즈로 시켜먹는다.

결론, 살 빼야 한다. 건강한 식단을 해내야 한다. 나도 야채나 과일도 갈아먹고 그래야 되는데 참 어렵다. 정기적으로 쌓아두던 콜라도 더는 사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샐러드를 주문했다.

최직경(Contributing Editor) – 후라이드 치킨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책 제목처럼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그리고 이 명제는 치킨에 적용해도 유효하다. 첫 번째는 포장된 박스를 뜯는 그 순간, 튀김옷의 빛깔과 코를 가득 채우는 냄새, 조각난 한 마리의 닭이 규정할 수 없는 규칙성으로 정돈돼 있는 모양새가 그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다음 날 찾아온다. 남은 부위로 하여금 지난날 치킨과의 첫 대면을 한 이의 취향을 알 수 있고, 전날에 비해 미약하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냄새와 식은 치킨만이 줄 수 있는 그 평화로운 맛으로.

식은 치킨을 가장 쉽게 즐기는 방법은 양념치킨을 먹는 것일 테다. 그러나 진정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치킨은, 후라이드임에도 불구하고 다음날까지 그 맛을 유지하는 치킨이다. 난 언제나 후라이드를 먹어왔다. 뿌링클, 스노윙, 허니콤보, 자메이카 통다리, 고추바사삭 등이 치킨계를 어지럽혀 왔지만, 난 언제나 후라이드 치킨만을 먹어왔다. 치킨의 기본은 염지된 닭과 튀김옷의 조화 그리고 튀김의 기술이란 것에 반박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며, 이 치킨의 기본을 극대화한 치킨이야말로 후라이드인 것이다. 내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치킨 역시 후라이드다.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이라는 상호를 발견했을 때 나는 어떤 전율을 느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 이센스의 앨범에서 느꼈던 삶의 진실성에 대한 긍정적 고민, 찰스 부코스키의 문장을 통해 체험한 단순하면서도 묵직한 한 방, 켄 로치의 영화가 선사하는 명징한 이미지, 이들을 통해 느꼈던 떨림을 또 한 번 느낀 것이다. 난 주문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40분 뒤, 보고 있던 프로농구 경기를 뒤로 한 체 이 브랜드의 닭다리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직감했다. 70년대부터 이어져 온 치킨의 변천사를 종결시킬 치킨이 2021년에 도착했음을. 그리고 그 흥분은 다음 날, 운동을 마치고 식은 닭가슴살 부위를 먹었을 때 다시 한번 이어졌다.

배달 음식을 시키는 순간은 우리의 소비 생활 중 가장 실패하기 싫은 순간 중 하나다. 배달앱 속 형형색색의 음식을 보며 디깅을 멈추지 못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럴 때 가장 현명한 길은 오리지널로 돌아가는 것이다. 비틀즈는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음악이고, 히치콕의 영화는 여전히 변주되고 있으며, 소설을 쓰는 많은 이들은 여전히 김승옥의 문체를 흠모하고 있다. 그렇듯 후라이드 치킨, 후라이드 치킨의 종지부를 찍어낸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의 후라이드 치킨은, 치킨계의 오리지널로 남을 것으로 나는 장담한다.

에디터│박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