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케이트보드 스팟 컬트, 훈련원 공원 철거 위기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스팟은 우리가 보드를 즐기는 공간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케이터들은 거기서 자신을 알리는 영상을 만들고, 자신의 젊음을 바치기도 하는데, 그러한 스케이터들의 갈망이 특정한 장소(스팟)를 전설적인, 역사적인 장소로 탈바꿈시킨다. 필라델피아엔 ‘러브 파크(LOVE Park)’가, 브루클린엔 ‘브루클린 뱅크(Brooklyn Bank)’ 가, 일리노이엔 ‘엘 토로(El Toro)’가 바로 그 스팟들이었다.

하지만 ‘전설적인’, ‘역사적인’이라는 수식처럼 전술한 스팟들은 시설 노후로, 새로운 공원 제작을 위해 현재 모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이를 기리기 위해, 여러 스케이트보드 숍과 브랜드가 나서서 스팟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영상을 제작해 스팟을 즐기던 스케이터 혹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스케이트보드 팬들의 가슴 안에 여전히 러브 파크를, 브루클린 뱅크를, 엘 토로를 살아 숨 쉬게 했다. 

한국에도 물론 바로 그 스팟이 존재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나와 을지로4가역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등장하는 훈련원공원에 있는 X-GAME장, 일명 컬트다. 오래전부터 많은 국내외 스케이터들의 추억과 신(Scene)의 큰 역사가 담겨있는 컬트는, 지금까지도 신을 이끄는 스케이터부터 처음 시작하는 뉴비까지, 정말 다양한 이들이 한데 어울리는 장소다. 

올해 5월, 컬트의 스케이터들을 담은 데일리그라인드의 영상

하지만 슬프게도, 현재 코로나의 방역과 기물 노후, 소음, 흡연과 관련된 민원 발생 등의 문제가 겹쳐져 9월 17일부터 스팟을 철거한다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많은 국내 스케이터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스케이터들의 공간, 많은 사람의 추억과 역사가 담긴 이 장소를,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사실 컬트는 2012년에도 철거 위기를 겪었다. 공영주차장으로 바뀔 뻔한 위기를 겪었지만 수많은 스케이터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 그때는 어리고, 저항에 익숙하지 않았던 스케이트보드 팬들 또한 이제 모두 성장했다. 2012년, 당시 컬트를 누비던 스케이터들이 했던 것처럼 다시 새로운 세대가 컬트를 지켜야만 하는 건 아닐까. 서울시 중구청 공원녹지과 또는 서울 신문고를 통해 훈련원공원 폐쇄 반대 민원을 통해 우리는 마지막 노력을 던질 수 있다. 벌써 많은 스케이터들이 전화나 민원을 통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스케이트 파크의 존재 이유, 한국에서 컬트 스케이트 파크가 지니는 의미, 현재 민원 상황과 다른 컬트 운영 등 각자의 견해를 적어서 제출해 모두에게 컬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할 때. 

한국에서 모두가 알고, 즐길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 스팟은 채 10개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컬트는 좋은 접근성, 다양한 레벨의 기물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진 많은 이야기까지. 현재도, 앞으로도 사라져서는 안 되는 한국 스케이트보드의 유산임을 기억하자.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이라면 아래 링크를 통해 민원의 목소리를 보태는 건 어떨까.

서울 중구청 ‘구청장에게 바란다’


이미지 출처 │ 고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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