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Happy food’ 시리즈는 식탁 주변에서 나눈 사람들과의 대화와 그 장면을 기반으로 음식과 문화에 관한 생각을 풀어나갑니다.
한 주의 시작을 위한 선데이 브런치
카밀라의 바나나 파로파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온 카밀라는 에케베리아 엘레강스(Echeveria Elegans, 다육식물 일종)와 사맘바이아(Samambaia, 고사리 속 양치식물) 타투가 멋진, 천천히 사는 삶을 지향하는 세라미스트(Ceramist)다. 그녀는 초록 식물처럼 주변을 정화하고 햇빛처럼 밝은 기운을 가져다준다. 음식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 하나로 밀라노에 공부하러 온 우리는 종종 모여서 함께 먹고 마셨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우리가 처음 만났던 2019년 가을로 나를 데려간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카미(카밀라의 애칭)의 집에서 브런치를 즐겼는데, 넓은 식탁과 커다란 창이 있는 다이닝룸은 늘 편안하고 여유로웠다. 브라질리언 음악을 들으면서 컵받침을 함께 뜨고, 카미의 음식을 다 같이 즐겼던 소중한 기억이 그 장소에 머물러있다.
식탁 위에 차려져 있던 푸짐한 바나나 파로파(Banana Farofa, 카사바 가루와 그린 바나나를 함께 구운 요리)의 먹음직스러운 노란 빛깔, 따뜻하고 고소한 냄새가 선명하다. 주로 밥과 페이자오(강낭콩 스튜)에 곁들여 먹는데 카미의 아버지가 가장 잘 만드셔서 이름 지었다는 ‘아빠의 계란 프라이’ 역시 빠질 수 없는 메뉴다. 어떤 규칙도 순서도 없이 우리는 그저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면 됐다. 그녀의 요리는 단순하면서 맛있고 재밌는 이야기와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브런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카미가 만든 멋진 테이블웨어와 그녀의 우쿨렐레 연주다. 납작한 플레이트부터 가슴을 닮은 커피 머그까지, 그 질감과 형태에서 그녀가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느껴진다. 좋아하는 컵을 골라 커피와 직접 만든 브리가데이로(연유, 코코아 파우더, 버터를 섞어 만드는 브라질리언 디저트)를 즐기고 있으면 어느새 카미가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우리의 여유로운 오후가 이어지곤 했다. ‘음식 너드’ 답게 우리는 음식 사진으로 어떻게 먹고 사는지 안부를 묻는다.
지난겨울 브라질로 돌아간 카미가 보내온 망고 김밥, 파로파, 페이자오 사진들이 어떠한 말보다 반가웠다. 어느 일요일 오후 카미가 한가득 싸준 음식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트람과 다음날 또 먹을 생각에 들떠있던 마음을 떠올리자니 그녀의 우쿨렐레 연주, 페이자오, 바나나 파로파 생각이 간절하다. 더욱더 즐거운 브라질리언 브런치는 카미의 플레이리스트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