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 주연의 영화 “더 배트맨(The Batman)”이 오는 3월 1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그동안 어둠의 도시 고담(Gotham)의 밤을 지키던 배트맨. 많은 배우가 거쳐 갔고, 기존의 정의로운 히어로와 다르게 고뇌와 우울감에 빠져있는 듯한 이 불완전한 히어로에 많은 팬이 양산되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배트맨은 기존의 배트맨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 몇 가지 단서들을 따라가 보자.
너바나(Nirvana)의 영향
감독 맷 리브스(Matt Reeves)의 ‘엠파이어(Empire magazine)’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1970년대 영화, 1980년대 코믹북 그리고 너바나(Nirvana)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그가 영화의 각본을 쓸 당시 너바나를 듣기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너바나의 대표적인 앨범 “Nevermind”의 수록곡 “Something In The Way”는 “더 배트맨”의 첫 번째 트레일러에 사용되기도 했다. 또 리브스는 거스 밴 샌트 (Gus Van Sant)의 영화 “라스트 데이즈(Last Days)”를 연관 지어, 영화 속 커트 코베인이 썩어가는 저택에서 홀로 지내는 모습의 매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맷 리브스 감독은 브루스 웨인(Bruce Wayne)이라는 인물을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인물로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지 고민했는데, “만약 어떤 비극이 일어나, 그가 점점 은둔적으로 변하고, 방탕하고 무모한 마약 중독자라면? 그리고 그의 마약은 복수를 위한 욕구에 중독된 상태이며, 마치 ‘배트맨 커트 코베인 (Kurt Cobain)’ 같을 것”이라고 이번 배트맨 캐릭터 설정을 생각했다고 한다. 히어로를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이번 배트맨은 정의감보다는 그의 분노와 복수, 폭력에 대한 충동에 쉽게 빠지는 불완전한 모습들이 예고편에서도 드러난다.
한편 “더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은 분명히 너바나의 팬일 것이라고 자신은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70~80년대의 무드의 탐정이라는 점도 함께 녹여냈다고 하니 커트 코베인에 빠진 배트맨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브루스 웨인은 이모(EMO)인가? 두머(Doomer)인가?
배트맨의 가면을 벗기기 위한 빌런들의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이전 “다크 나이트(Dark Knight)”에서 조커는 그의 가면을 벗기는 조건으로 많은 사건을 일으킬 지경이었다.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배트맨의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도 있겠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겨 도시를 구하려는 그의 숙명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배트맨이 가면을 벗은 뒤 드러나는 맨 얼굴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배트맨의 모습과는 다르다. 높은 지위의 재벌 브루스 웨인의 멀끔한 얼굴이 아닌,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그려진 더 어두운 모습이다. 이는 이전 배트맨보다 훨씬 더 어두운 이면을 그려낸 것.
단순히 그가 아이라이너를 했다는 것을 보고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던 이모키드(Emokid)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추측하기 시작했다. (북미를 중심으로) 우울한 감성의 록 음악 이모가 지금의 배트맨과 잘 어울릴 법도 한데, 팬들은 만약 배트맨이 이모(Emo)라면 어떤 음악을 들을까? 라는 가정을 통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감독 맷 리브스는 브루스 웨인의 아이라이너에 대해서, 배트맨이 마스크를 벗으면 마법처럼 깔끔해지지 않는다고 ‘에스콰이어(Esquire)’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고, 로버트 패틴슨에게 “정말 더럽고, 날씬한 배트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이번 배트맨은 ‘슬픈 영화’라고 ‘GQ’의 커버스토리 인터뷰에서 밝혔다. 브루스 웨인의 바람둥이적 기질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허무주의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계속 생각했다고 한다.
앞서 맷 리브스와 로버트 패틴슨의 언급을 따라가다 보면, 이번 배트맨은 커트 코베인에서 시작하여 2000년대 이모(Emo)이거나 나아가 최근의 두머(Doomer)세대의 분위기까지 머금고 있다. 이미 ‘두머 더 배트맨 (Doomer The Batman)’이라는 밈(meme)이 존재하고, 심지어 예고편에서는 후드를 푹 눌러쓴 어두운 얼굴의 브루스 웨인이 잠깐 등장하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그가 어떤 모습이든 도시와 사람들을 지키며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를 이겨내는 모습이 아닌, 허무주의에 빠진 배트맨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배트맨 플레이스트(Bat playlist)가 존재한다?
영화 온라인 매체 ‘Le Cinéphiles’는 한 달 전 맷 리브스 감독이 이번 배트맨은 배트 플레이스트(Bat Playlist)를 가질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트윗을 업로드했다. 플레이리스트로 예상되는 아티스트 리스트에는 더 큐어 (The Cure), 조이 디비전 (Joy Division), 뉴오더 (New Order), 콕트 트윈스 (Cocteau Twins) 등의 80년대 포스트 펑크 밴드들과 비치 하우스 (Beach House)까지 담겨있다.
그러나 맷 리브스 감독이 언급했다는 다른 매체의 보도 소식은 없었지만, 약 3만 명이 이 트윗에 좋아요를 눌렀다. 이유는 어두운 분위기의 포스트 펑크가 배트맨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트윗을 기점으로 배트맨을 기다리는 팬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배트맨이 평소에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상상하여, SNS상에서 패러디하기 시작했다. 개봉도 전에 배트맨의 세계관을 관객들이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배트맨을 보기 전에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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