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제작 중인 미소녀 살인 게임, “Yandere Simulator”

얀데레 데브(YandereDev), 일명 얀데브로 알려진 미국의 1인 게임 개발자 알렉산더 스튜어트 마헨(Alexander Stuart Mahan)이 팬들과의 끊임없는 신경전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유인즉슨 얀데브가 미소녀 잠입 시뮬레이션 게임, “얀데레 시뮬레이터(Yandere Simulator)”의 정식 발매 약속을 계속해서 어겨왔기 때문.

‘선배를 짝사랑하게 된 여고생이 그에게 고백하려는 다른 여학우들을 은밀하게 죽인다’는 충격적인 콘셉트로 2014년 데모 공개 이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아온 “얀데레 시뮬레이터”지만, 여러 차례 미뤄진 정식 발매 일정과 얀데브의 뻔뻔한 변명은 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더해 조잡한 코드로 가득한 개발 실력까지 뽀록나니 오매불망 8년을 기다려온 민심이 돌아서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려는 마음인지, “얀데레 시뮬레이터”의 존재 자체를 어여삐 여기는 이들 또한 여전히 많다. 덴젤 커리(Denzel Curry)의 “VENGEANCE | VENGEANCE” 뮤직비디오에도 잠깐 모습을 보이며 양덕후(서양 오타쿠)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음을 증명한 게임이 바로 “얀데레 시뮬레이터”니 말이다.

얀데레, 즉 ‘정상적 애정 표현 범주에서 벗어나 질투와 집착에 기인하는 극단적인 행위를 벌이는 일종의 성격장애’를 모티브로 하는 “얀데레 시뮬레이터”는 다음과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 고등학교 입학식 첫날, 선배 타로 야마다를 알게 된 아야노 아이시는 사랑(혹은 집착)에 빠지게 된다. 
  • 학교 뒤 벚꽃 나무 밑에서 남학생에게 고백하면 사랑이 영원히 이어진다는 로맨틱한 전설이 있다.
  • 아이시는 선배에게 고백하려는 다른 여학생 10명을 금요일 오후 6시까지 은밀히 제거해야 한다.  

여기서 게임의 중요한 규칙 중 하나가 바로 ‘은밀히’다. 선배에게 살인을 하거나 흉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발각되는 즉시 게임오버로 이어지며, 다른 학생들에게 발각되더라도 경찰이 출동하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 낭만적 사랑의 대상이 감시 카메라가 되는 아이러니가 이 가상 세계에 긴장감을 더하는 새로운 법칙으로 작용한다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살인 증거가 발각되거나 주변 학생들에게 제압당하거나 평판이 매우 낮아 선배에게 소문이 퍼지면 게임을 이어 나갈 수 없게 되며, 용감한 학생과의 결투에서 패하거나 학교가 폐교되더라도 게임은 종료된다. 

“얀데레 시뮬레이터” 인기의 일등 공신이라 하면 누가 뭐래도 어여쁜 소녀가 벌이는 잔혹한 살인 행각일 것이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아야시의 살인법도 가지가지인데, 발코니에 선 여학생을 뒤에서 밀어 떨어뜨리거나 머리 위로 아령을 떨어뜨리는 것부터 시작해 도시락에 독 타기, 환풍기에 머리 밀어 넣기, 심지어는 변기 물에 머리를 처박아 질식시키기까지. 이쯤되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는지 자문하게 될 지경이다. 

만약 당신의 비위가 이를 견디지 못하더라도 게임을 그만두기에는 이르다. 여고생의 앙큼한 질투심에 호소하는 평화적인(?) 방법까지 마련한 얀데브니 말이다. 상대방에게 누명을 씌워 퇴학시키거나 중매를 통해 라이벌의 관심을 다른 이에게 돌리는 평화적인 해결책을 택해보는 것 또한 게임의 또 다른 묘미. 하지만 이 역시 상당한 시간 투자를 필요로 하기에 결코 쉬운 방법은 아님을 명심하자.

“얀데레 시뮬레이터”는 사실감 넘치는 살인법 외에도 주변 NPC의 눈을 속여야 하는 디테일한 상황 구성으로 팬들의 기대에 호응해 왔다. 이를테면 지속된 살인 사건으로 교내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아이시를 감시하는 NPC의 시야 범위가 넓어진다거나 완전범죄를 위해 목격자를 제거해야 하는 식. 그뿐만 아니라 여고생의 신체 조건을 고려해 특정 과목을 수강함으로써 시체 처리를 위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도록 설정해 둔 점 또한 얀데브의 양덕후적 고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어느덧 개발 8년 차에 접어든 “얀데레 시뮬레이터”는 그간 선정성, 표절, 태업, 얀데브의 오만한 태도 등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이며 명작이라 칭하기에는 애매한 포지션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데모버전 공개 후 업데이트를 거듭하며 팬들의 요구에 부응(혹은 하는 척)해왔지만 강산도 얼추 한 번은 변할법한 시간에 욕망의 분출구라는 명목 또한 점차 흐릿해지는 듯하다. 정식 발매든, 새로운 라이벌 캐릭터 공개든 얀데브가 초강수를 두지 않는 한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과연 “얀데레 시뮬레이터”가 예상대로 쇠퇴의 길을 걸을지 혹은 기적 같은 전환점을 마련할지 팬들의 기다림이 날로 길어지고 있다.

Yandere Dev 개인 트위터 계정
Yandere Simulator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  Yandere Simul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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