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7시 45분, 뉴욕 유니언 스퀘어에 있는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동상과 체스 테이블 사이 광장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서. 그리고 8시가 되기가 무섭게 뉴욕 도심을 질주한다. 매주 코스를 조금씩 바꿔 가면서 10마일, 약 16km를 말이다. 수요일 밤마다 인라인 스케이트와 함께 뉴욕 거리를 달리는 ‘웬즈데이 스케이트 나잇(Wednesday Skate night)’ 이야기다. 날씨가 춥지 않은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웬즈데이 스케이트 나잇의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올해로 벌써 28년째 이어진 문화다.
얼마 전 페이스북 마켓에서 40달러에 중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장만한 필자에게는 웬즈데이 스케이트 나잇은 신세계가 아닐 수 없었다. 운전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뉴욕에서는 인라인, 롤러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 자전거와 같이 바퀴를 달고 질주할 수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 빠르게 바람을 가르는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매 해의 마지막 라이딩은 10월 마지막 주, 공교롭게도 할로윈 파티가 곳곳에서 열리는 주다. 웬즈데이 스케이트 나잇 역시 이를 놓칠 수 없기에 마지막 라이딩은 할로윈 코스튬을 입고 참석한다. 웬즈데이 스케이트 나잇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헬멧과 인라인 스케이트에 특히나 신경을 써서 코스튬을 준비한다. 유령이나 슈퍼 히어로들은 날아다니는 게 기본이니, 이 코스튬을 하고 뉴욕 도로를 활주하는 이들을 봤을 때 마치 하나의 연극 같다.
라이딩을 끝내고 사람들은 다시 유니언 스퀘어로 모인다. 각자 소회를 나누고,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고 올해 마지막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올해 마지막 웬즈데이 스케이트 나잇은 10월 30일, 이번 주 수요일. 실시간으로 위치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꼭 8시 전에 도착해서 같이 출발할 것을 추천한다. 다리를 건너거나 경사가 있는 길을 갈 경우 내리막길이 있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멈추는 것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등 다른 바퀴들도 환영하지만, 안전을 위해서 맨 뒤에서 라이딩하는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할로윈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찾는다면 본인이 직접 담은 지난 웬스데이 스케이트 나잇의 모습을 함께해 보시길.
Editor | 문서진
Photographer | 문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