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DELIGHT – My favorite ‘Youtube channel’

어린시절이나 지금이나 아버지는 쇼파에 누워 TV를 본다. 전통적 권력구조에 따라 리모콘은 자연스레 아버지 손에 있었기에 마루를 오가며 힐끔힐끔 시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컴퓨터, 스마트폰 앞에서 채널 조작권은 나에게 있다. 전통적인 방송사 시대는 저물었고, 우리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에서 시간을 소비하며, 새로운 볼거리를 계속해서 찾는다. 수많은 영상이 업데이트되는 인터넷 비디오 컨텐츠 세상에서 우리는 더 강력한 선구안을 요구받는다. 적절한 선구안을 갖추지 못하고 후지거나, 체질에 맞지 않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면 건강하지 못한 정신상태를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유튜브는 ‘채널’이라는 방식을 통해 특정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구독할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좇거나, 또 보고 싶은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구독해 정기적으로 시청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총 2,300만여개의 채널이 있으니 우리는 고르기만 하면 된다. 옛날처럼 3사 중에서 골라야 하는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여하튼 이렇게 수많은 채널이 존재하니 VISLA 멤버들에게 자신이 즐겨찾는 채널을 묻는 건 어필연이 아니었을까. 아래 글을 통해 에디터와 디자이너가 추천한 그들의 훼이보릿을 확인해 보자.


김홍식(Editor) – 1) Jacob Collier

데뷔와 동시에 세계 리스너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 뮤지션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의 유튜브 채널. 지금에야 그래미상 수상, TED 출연 등 다양한 경력을 통해 대중에게도 잘 알려졌지만, 무명의 그가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오롯이 유튜브 덕분이었다. 17살 때 올린 첫 영상부터 그는 작곡부터 연주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천재적인 재능을 과시했으며, 고작 10편 남짓의 유튜브 영상만으로 세계적인 거장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팬으로부터 ‘재즈계의 메시아’라는 평가를 받는 그. 21세기의 메시아는 구름이 아닌 유튜브를 타고 강림했다. 제이콥 콜리어의 유튜브 채널에는 각종 커버 영상뿐만 아니라 자신의 앨범 수록곡, 팬들의 멜로디에 리듬과 화성을 얹는 “#IHarmU” 시리즈까지 볼거리, 들을 거리가 다양하다. 비록 수십 개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전통적인 음악적 문법을 뛰어넘는 그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자면 간혹 스스로가 한심해질 때도 있지만, 세계적인 천재와의 비교는 자신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니 삼가도록 하자. 

2) The Unknown Vlogs

인스타그램 계정 @holygrails의 운영자이자 영국의 패션 크리에이터인 Kofi(@icykof)의 유튜브 채널. “전 세계를 다니며 유스컬처(Youth Culture)와 패션 신(Scene)을 담는다”라고 채널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전 세계의 하입비스트(Hypebeast)들을 조명하는 채널’ 정도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 듯 하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시리즈는 역시 “How Much is Your Outfit”. 하입비스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자신이 착용한 아이템의 가격을 뽐내는 이 영상의 댓글 창은 언제나 출연자들의 허울뿐인 패션을 욕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 같은 반응에 동화되어 출연자들을 신나게 욕하다가도 OVO 크루편에서 드레이크(Drake)가 차고 나온 75만 불짜리 리차드 밀(Richard Mille)을 보면서 침을 뚝뚝 흘리는 걸 보면 나도 별 수 없는 속물임을 부정할 수 없다. 양가감정을 느끼면서도 도무지 끊을 수 없는 이 채널은 하입비스트식 소비 문화가 점점 패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박진우(Graphic Designer) – TV병신

주제를 ‘마이 훼이보릿 유튜 채널’로 정할 때쯤 ‘진수도사’라는 롤토체스를 주로 하는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채널을 적으려고 마음먹었지만, 공교롭게도 진수도사는 근래 시청자들과 싸우고 방송과 롤토체스를 접어서 조금 난처해졌다.

위기를 기회 삼아 평소 구독하던 채널 중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운 채널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수많은 유익한 채널 중 가장 빛난 것은 역시 ‘TV병신’이었다. 개인적으로 사르카즘(Sarcasm)의 진수로 꼽는 이 채널은 모든 영상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조롱이고 비아냥이자 비꼼이다. 어떤 정보도 없다. 유튜브의 바보 같은 낚시성 타이틀이나, 커버 이미지, 호기심만 유발하고 해결하지 않는, 일단 클릭을 하게끔 하는 게 존재의 전부인 조회 수 따먹기용 현혹적 컨텐츠들을 비꼬는 것이 기조인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종류의 영상 콘텐츠를 패러디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세심하고 다양하고 뻔뻔하게 비꼴 수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아마도 이 채널의 운영자는 세상 모든 것이 우습게 보이는 태도를 가졌거나 혹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 창구가 필요하다든가… 어쨌든 묘하게 디테일에 강하다.

한두 개 올라오고 말 것 같았던 TV병신 채널은 어느덧 구독자 7만 명을 향하고 있고, 영상도 50여 개 이상이 업로드되었다. 채널에 막상 가보면 이거 뭐 개짓거린가 싶겠지만, 자신의 머릿속에 한 꼬집이라도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숨 쉬고 있다면, 참을성을 갖고 하나하나 음미해 보자.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요소까지 비꼬는 TV병신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당신은 더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권혁인(Editor-in-Chief) – Summer Dance Forever

지난봄, 새로 이사한 사무실은 지난 몇 년간 생활하던 곳과 비교했을 때, 몇 배나 크고 쾌적해서 오래전부터 친구들과 함께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을 원했던 나는 이곳에 온 뒤로 급하게 끝내야 할 일이 없는데도 괜히 남아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자리에서 일하다가 어딘가 막히거나 답답한 기분이 들 때, 나는 나름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딴짓을 발견한다. 그것은 때로는 잡다한 책이 됐다가, 달밤의 체조 마냥 옥상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다가 불을 다 끄고 나서 영화를 보는 등 기분에 따라 다양한 해갈의 방식으로 드러나는데, 요즘 내가 즐겨 하는 딴짓은 바로 비보이(B-boy)의 배틀 동영상이다. 아무 생각 없이 비보잉 유튜브를 뒤적거리다 보면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베이비, 쓰리킥 같은 베이식 스킬을 연습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물론, 댄서의 꿈이라고 할 만큼 거창한 건 아니었지만, 당시 친구들과 몰려다니던 시간은 잠들 때마다 내일을 기대케 하는 즐거운 기억이었다. 그 뒤로 춤은 멋진 문화라고 생각하면서도 범접할 영역은 아니라고 여긴 터라 어느새 내 삶과는 많이 떨어져 있었다.

샛별마을 공터에서 투킥을 차던 초등학생으로부터 이십여 년이 지나 나는 어쩌다 보니 나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 먹고사는 일을 고민하다 우연히 다시 접한 비보이 배틀 영상은 고맙게도 나를 다시 그 가슴 뛰던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 알고 나면 훨씬 더 재미있고 깊이 빠져들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의 비보이 신(Scene)과 근래의 흐름은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꼭 진지하게 학습하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이런 저런 영상을 둘러보다 자연스레 요즘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을 알게 되고, 지난 몇 년간의 춤을 거슬러 오르며 변화라는 지점도 조금씩이나마 느낀다. 다양한 비보잉의 갈래 중에서도 나는 주로 팝핀(Poppin)을 찾아본다. 그 이유를 잠시 생각해보니 브레이킨은 마치 스케이터의 스케일 큰 트릭처럼 애초에 따라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팝핀은 보고 있자면 왠지 흉내라도 내고 싶어진다. 그들의 춤을 볼 때마다 관절 마디가 튀어 오르는 기분이 퍽 좋다.

국내에서는 지금 세대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호안(Hoan)을 많이 찾아봤고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카이트(Kite)의 팬이다. 특히 카이트는 한국에서 열린 비보이 챌린지 2006 파핀 배틀 결승전에서 팝핀 DS(Poppin DS)에게 승리하고, 이후 2014년 훵크 스타일러스 월드 파이널 2014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 또다시 승리를 거머쥔 댄서로, 한국에서도 팝핀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아무래도 모르기 힘든 인물이다. 그는 굳이 팝핀을 정파와 사파로 나눴을 때 사파에 가까운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동작에서 묘하게 재즈나 브라질 계통의 냄새가 풍긴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정석적인 루트에서 비켜나 독자적인 스타일을 쌓아 올린 카이트의 팝핀은 내가 만약 춤의 길을 걸었다면, 그를 목표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특히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카이트의 동영상이 있다면, 섬머 댄스 포에버(Summer Dance Forever) 2019 팝핀 부문 호안과 카이트의 세미 파이널 배틀이다. 섬머 댄스 포에버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비보이 페스티벌로, 강연과 배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주최 측은 그들의 유튜브 채널에 그간의 배틀 영상을 켜켜이 쌓아놓아서 나 또한 그들의 대결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세계적인 대회에서 이름을 드높인 카이트와 현 국내 팝핀 세대의 최전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호안의 경기. 한일전이라는 프레임에 두 나라를 대표하는 비보이들의 대결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지만, 경기가 끝나고 둘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나서 카이트가 외치는 “Country have a problem, but we are okay!”라는 소감에서 오랜 시간 자신의 영역에 매진한 이들이 국경을 초월해 서로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우정과 존중을 느꼈다.

그 장면이 내게 전달하는 울림은 마치 월드컵 경기가 끝나고 나서 양 팀의 선수가 상대에게 존경을 표하며 유니폼을 바꿔 입을 때 느끼는 팬들의 감동과 비슷한 성질의 것이었다. 자칫 감정적인 대결로 번질 수도 있는 ‘이 시국에’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댄서 두 명이 최선을 다해서 어울린 몇 분의 춤사위가 그 순간만큼은 매일같이 미디어에서 보도하는 가슴 답답한 외교나 정치적인 퍼포먼스보다 더 끈적한 대안으로 다가온 이유를 곰곰이 곱씹으며 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아 일을 시작한다.


김용식(Editor) –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

훼이보릿 유튜브 채널이 없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유튜브로는 음악을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는 것이 고작이다. 영상 매체에 큰 관심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어쩌면 어린 나이에 벌써 유튜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글을 쓰기 위해 부랴부랴 최근 시청 영상 목록을 열었고 몇 번의 스크롤 끝에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 

보는 이를 압도하는 거창한 이름. 내가 보는 채널은 아니고, 부모님이 챙겨보는 유일한 채널이다. 시청기록이 남은 것을 보니 언젠가 당신께 스마트폰 유튜브 시청 방법을 가르쳐드리며 내 계정을 로그인 시켜 놓은 모양이다. 요즈음은 어르신도 유튜브를 잘 활용하신다고 들었건만, 부모님의 시청기록에는 다른 방송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요새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듣자 하니 엄청 유명한 채널인 듯하지만, 애석하게도 매일같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아들내미는 주식이 어쩌고 시장 동향이 어쩌고 아침부터 떠들어대는 남자들의 목소리에 관심이 없다. 솔직히 말해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 방송을 제대로 본 적도 없고, 부모님이 틀어놓으신 것을 잠결에 어렴풋이 들은 게 전부라 내용에 관해 전혀 쓸 수가 없다. 돈을 쓸 줄만 알았지 악착같이 벌어본 적이 없는 아들은 돈을 노골적으로 떠들어대는 방송을 비꼬며 고상한 척 할 수 있지만, 부모님은 그러지 못하셨을 테다. 그러니까 아들내미가 팔자 좋게 방구석에서 음악이나 듣고 있는 사이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가 당신의 훼이보릿 유튜브 채널이 된 거겠지. 

경제의 신…까지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경제 관념은 탑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인스타그램 속 ‘영앤리치’들과 달리 호기롭게 ‘플렉스’를 외치고 난 뒤 통장 잔고를 보며 괴로워하는 나에게는 어느 정도의 현실감각이 필요한 셈이다. 미래에 대한 빈틈 없는 계획이나 천재적인 재능이 없다면, 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버는 족족 소비하는 습관을 어떻게든 뜯어고쳐야 시간이 흐른 뒤에도 팔자 좋게 놀 수 있지 않을까. 나와 같은 고민을 공유한다면,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를 추천한다. 물론 나는 거시적인 시각보다 당장 내 주머니 사정이 아쉬운 상황이라, ‘언젠가’ 볼 생각이다.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