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과 비극의 위험한 경계, 영화 “Joker” 리뷰

“조커(Joker)”가 개봉했다. 이미 베니스국제영화제(The 76th Venice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사상 첫 빌런 영화의 대상이라는 타이틀이 붙었고 한국 박스 오피스에서 개봉 첫날 32만 명이 조커를 관람했다. 아마 인상적인 예고편이 한몫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영화는 조커의 첫 단독 작품이고, DC 유니버스(DCU)와는 별개의 이야기, 실제 1988년 출간된 배트맨의 단편 코믹스 킬링 조크(Killing Joke)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가 주연을 맡은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감독의 1976년 개봉작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83년 작 “코미디의 왕(The King Of Comedy)”의 주인공을 모두 합쳐 놓은 듯한 캐릭터는 물론,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모던 타임스(Morden Times)”에 스며든 시대 의식과 오마주까지. 이 작품의 레퍼런스가 되는 작품이 더 있지만, 위 세 작품을 중심으로 이번 조커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압도적이고 위험한 연기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의 연기는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의 기묘한 몸짓과 표정 그리고 차디찬 웃음소리는 여태껏 본 적 없는 조커 캐릭터를 완성했다. 하루 사과 1개만 먹고 23kg을 감량한 호아킨 피닉스는 강박증까지 생길 정도로 가장 강력한 메소드(Method) 연기를 선보였다.

논란의 중심

영화는 평단은 물론 관객에게도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으로 이미 많은 호평과 혹평 속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지만, 흥행 가도를 달리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픈 엔딩(Open Ending)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현재 쏟아지는 조커의 리뷰 영상과 해석이 영화의 큰 관심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정신 질환을 앓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아서 플렉(Arthur Fleck)이 힘겨운 삶을 지내던 중 충격적인 몇 가지 사건을 겪고 고담시의 가장 위협적인 빌런 조커로 탄생하는 과정을 담아낸 영화다. 극심한 부의 격차 속 타락한 사회로부터 상처받은 한 빈민층이 도시를 뒤흔드는 혼돈의 사도로 탄생하기까지 부패한 사회는 물론 그의 깊은 정신 질환까지 조커의 탄생에 일조했다. 그러나 이 작품이 탄탄한 서사 구조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빈약한 부분이 많으며, 빈민층에서 가하는 폭력의 정당성, 현 시대에 주고자 하는 메시지 등 논란의 여지가 많다.

“Joker”는 위험한 영화다.

영화 내내 아서 플렉은 도시의 소음에 묻힌 소외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점점 자신감을 찾고 당당하게 춤을 출 정도로 변화해가는 지점에서 관객은 무언의 응원을 보내고 있을 것. 게다가 코미디 쇼에 출연해 머레이에게 하는 말을 듣다 보면 조커의 살인에 관한 비판보다는 오히려 공감 쪽으로 마음이 기울 것이다. ‘빈민층의 분노에서 촉발한 악마’라는 측면으로 편중된 연출은 조커라는 희대의 악마를 완성하는 일련의 서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균형감을 잃었다. 이 작품이 지난 1999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개봉 후 실제 모방 범죄로 이어진 것처럼 혼란을 야기하지 않길 바랄 뿐.

여기서부터는 아직 조커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영화를 보고 나서 읽기를 권장한다.

1. 영웅 서사의 구조

조커는 안티 히어로(Anti-Hero)다. 배트맨에게 가장 강력한 적이며, ‘혼돈의 사도’이기에 그를 영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영웅 서사 구조의 전개로 흘러간다. 영웅 서사는 단순히 보자면 주인공의 범상치 않은 탄생 비화, 힘겨운 성장 과정, 고난의 극복을 통해 영웅으로 거듭나는 것이 전형적인 구조다.

영웅 서사는 영화 “스타워즈(Star Wars)”는 물론 허균의 ‘홍길동전’이 그렇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 아서 플렉(조커)은 함께 사는 어머니 페니 플렉(Penny Fleck)과 브루스 웨인(Bruce Wayne)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Thomas Wayne)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어머니의 과대망상이었고 그 어머니마저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더욱 모호해진다.

어린 시절 함께 살던 어머니의 애인으로부터 크게 학대를 받은 과정에서 심하게 다쳐 병을 얻었고, 유년기 또한 기억에서 모두 사라져버렸다. 지금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단 1%도 느끼지 못했던 그는 평상시에도 잔뜩 움츠린 채 걷는다. 동네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해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는 아서 플렉이 지하철에서 처음 살인을 저질렀고 그때 각성한다.

그가 살해한 사람은 웨인 금융가의 사람으로 빈부격차가 극에 다른 고담시의 사람들에게는 혐오의 대상이다. 그 끝에는 토마스 웨인이 자리 잡고 있다. 성난 고담 시민은 조커의 살인을 정당화하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깨닫는다. 그 끝에는 불타는 도시 위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다. 하지만 이 장면에는 자신이 영웅이라는 자각은 없다.

영화는 영웅 서사의 구조 속에서 역설적인 악당을 탄생시키는 피카레스크 극의 서사를 갖춘다. 선천적인 악마라기 보다는 아서 플렉이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한 내러티브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러한 초반부는 그가 벌인 악행의 정당화에 근거를 마련한다. 이러한 범죄에는 흔히 대중이 인식하는 ‘조커’라는 희대의 악당이 지닌 범죄 기반의 카리스마보다는 ‘아서 플렉’이 걸어온 삶의 애환에 호소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기에 완벽한 피카레스크 극 서사의 완성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와 대립각을 두고 있는 토마스 웨인 또한 선한 인물이라고 칭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아서 플렉이 조커로 인정받는 순간 그것을 승리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혼돈에 휩싸인 고담시를 보며 아름답다고 이야기한 조커는 그 순간 자신이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편으로 이번 조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NEON GENESIS EVANGELION)”의 주인공 ‘이카리 신지’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The Lord of the Rings)”의 주인공 ‘프로도’와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나약한 영웅상을 새롭게 제시하는 작품들이었으며 문제가 많아도 한두 가지가 아닌 주인공이 세상을 구원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에 쫓기고 있다. 큰 차이점이라면 세상을 구원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지만,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려던 아서 플렉은 결국 그것을 저버리고 악당의 길로 나아갔다.

2. 세 가지 아이템: 총, 담배, 코미디 노트

총은 첫 번째 살인의 도구이자, 평소 아서 플렉이 두려워하던 물건이다. 총기를 소지하는 일은 큰 불법이며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자신도 알고 있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의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도 친구가 건네준 총을 거절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단순히 총이 살인 도구의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조커의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물건 중 하나이며 그의 개그에도 총은 필요하고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하는 도구다.

담배

담배를 말하기에 앞서 영화 “신세계(New World)”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신세계에서 담배는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표현하는 은유적인 도구로써 기능했다. 경찰과 조직 폭력배에 상관없이 이 해로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계속해서 헛된 욕망을 좇는 사람임을 드러내는 장치였다. 영화 “조커” 역시 담배가 시종일관 등장하는데 한번 유심히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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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저지르기 전 아서 플렉은 줄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의 연이은 흡연은 첫 살인 이후 계속된다. 코미디쇼에 나가기 직전까지도 줄곧 담배를 태우는 장면이 나온다. 흡연의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담배의 의미는 그가 처음부터 갖고 있던 불안정한 정신 속 폭력성을 담배 연기로 내뿜고 있으며 더욱 위험한 인물로 변한 자신을 드러내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조커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피워대는 담배의 의미는 그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악인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가 경찰을 따돌리고 나서 피우는 맛깔 나는 흡연 장면은 흡연자의 욕구를 더욱 불러일으키고 마는데…

코미디 노트

영화 속에 등장하는 코미디 노트는 아서 플렉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다. 그의 개그 소재를 담는 아이디어 노트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머레이의 코미디 쇼 프로그램에서 꺼낸 그의 노트는 더는 코미디 노트라고 할 수 없다. 그 노트 속 코미디는 그가 어떻게 죽을 것인지 또는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데스노트다.

노트에 그가 적은 말장난 “My ‘Death’ Makes More ‘Cents’ Than My Life ─ 내 죽음이 삶보다 가치 있기를 ─ “는 쥐고 있던 총구의 끝을 자신의 머리로 향하게 하는 맺음말이었지만, 결국 자살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머레이의 쇼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커는 위의 문장을 이야기하지 않고, 전혀 다른 개그를 선보이지만 오히려 비판을 받는다. 그리고는 “이제 아닌 척하기도 지겨워”라고 말하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농담 하나를 더 하겠다고 하면서 머레이의 머리를 쏜다.

이 장면에서 노트는 아서 플렉이 조커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노트에서 어떤 코미디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자신이 방송에서 자살하려던 것을 잠시 멈추고 코미디언으로서 사람들을 웃기기 위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레이의 머리를 쏘기 전 그는 노트를 보지 않는다. 이전의 아서 플렉으로 돌아가지 않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으며, 조커가 원하는 코미디는 ‘죽음’을 다루던 ‘블랙 코미디’에서 실제 ‘살인’으로 변한다.

3. 춤

아서 플렉이 추는 춤은 단계별로 나눌 수 있고, 다양한 해석이 등장한다. 조커가 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춤이 등장하는데, 영화 초반에 추는 춤은 어설프지만, 점점 자신감에 가득 찬 춤을 추기 때문에 인물의 변화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바로 춤을 추는 장면이 된다.

한편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Mother)”에서 배우 김혜자가 추는 춤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김혜자가 추는 춤은 결코 자신이 기분이 좋아서 추는 게 아니다. 영화 초반 멍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잊고 자리에서 일어나 추는 춤이 지닌 의미는 현실도피의 뉘앙스를 풍긴다.

아서 플렉이 추는 춤의 동기는 살인이다. 음악 역시 무거운 첼로 독주만이 채우고 있다. 아서 플렉 내면에 조커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장치다.

4. 웃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웃음이다. 작품 주제 의식의 근원이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웃음, 즉 코미디다. “평생 1분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그의 대사로 미루어 보아 그는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억지로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올리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고 있다. 또한 그가 7가지나 되는 정신약을 처방받았음에도 약을 더 받고자 하는 이유는 ‘우울해지고 싶지 않아서’다.

냉소적이면서도 강렬한 웃음을 만들어낸 호아킨 피닉스는 실제 웃음 질환을 가진 사람을 관찰하는 일에서부터 조커 연기를 연구했다.

Pathological Laughter(병리적 웃음 유발)

그의 웃음은 고통스럽게 보일 뿐만 아니라, 슬픔이 묻어 있다. 언제나 남들보다 뒤늦게 웃는다. 그리고 아무도 그를 향해 웃지 않는다. 어머니마저도 아서가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믿지 못한다. 누구도 웃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웃을 때는 그저 조롱할 때일 뿐. 중세시대 귀족의 유흥을 담당하는 역할을 자처했지만, 정작 도시에 혼돈을 주었을 때는 고담 시민을 대변해 기득권을 풍자하는 존재가 된다.

“코미디도 사람 따라 웃기는 것과 안 웃기는 게 있는 것처럼, 좋고 나쁜 것도 그 사람에 따라 정해지는 것” – “조커” 대사 중

5. 대비 효과 – 계단과 빛

영화는 처음부터 그의 웃음, 삶 그리고 음악까지 모든 것이 정반대의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아서 플렉의 어머니가 그를 부르는 애칭은 바로 ‘해피’다. 절대 행복할 리 없는 인생과는 정반대의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은 어머니 그 자체였는데,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게 된 후 그는 크게 변화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의 엔딩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30~40년대의 밝은 무성영화처럼 ‘The End’가 화면에 나오며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아서 플렉이 체포되어 끌려가는 장면에서도 크림(Cream)의 곡 “White Room”으로, 그가 처한 상황과는 다른 분위기의 곡을 삽입시켰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코미디와 비극의 경계를 주목하고자 했고, 대립하는 이미지를 한번애 배치하는 연출을 통해 그 경계를 극적으로 담아냈다.

계단

계단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 곳에서 다루고 있지만, 역시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장소다. 아서 플렉이 올라가는 계단은 항상 어둡고 음침하다. 그의 어깨는 굽어 있으며 자신의 집에 돌아가는 길임에도 버거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가 계단을 내려갈 때는 밝고 자신감이 넘친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자신감 있던 첫 모습은 아동 병원에서 춤을 추다가 실수로 총을 흘려서 광대 회사에서 잘리고 나가는 계단이다. 자신에게 총을 쥐어준 친구에게도 비아냥거리는 개그를 날리고 출근부를 박살 내버리고는 계단 위에 붙어있던 문구 ‘Don’t Forget To Smile’을 ‘Don’t Forget To Smile(웃지 마!)’로 바꾸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문을 열어젖히자 환한 빛이 그를 맞이한다.

“조커” 예고편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간다는 이미지는 상승과 하강의 의미로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상승은 긍정적인 이미지, 하강은 부정적인 이미지라고 가정했을 때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은 돌이킬 수 없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계단 위에서 추는 조커의 춤은 전혀 어둡거나 불행하지 않다. 나락의 길로 가는 인물이 두려워하기는커녕 신나 춤추는 모습은 아이러니하지만 관객은 오히려 통쾌했을 터.

영화에서 빛은 인물의 감정과 정신 상태를 표현하는 방식으로도 많은 영화에서 사용되어 왔다. 아서 플렉의 생활 속에서는 밝고 화사한 빛보다는 어둡고 깜빡거리는 전등의 빛이 대부분 등장한다. 첫 살인을 저지르는 지하철 내부에서는 빛의 깜빡거림이 매우 심하다. 빛은 아서 플렉과 조커 사이에서 갈등 중인 캐릭터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이며 살인을 앞둔 아서 플렉의 심리를 대변한다.

그러나 조커 분장을 한 뒤 쫓아오는 경찰을 따돌리고 들어간 지하철에서는 이전처럼 빛의 깜박거림이 심하지 않다. 오히려 그 지하철 내부를 자신의 조그마한 행동으로 혼돈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 가장 화사한 빛을 받는 순간은 자신의 어머니 페니 플렉을 살해한 뒤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마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 듯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6. 반전 – 어머니와 과대망상

아서 플렉의 어머니 페니 플렉

약한 남자 아서 플렉이 극악무도한 악당 조커가 된 이유를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의 어머니의 죽음이 큰 원인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정적 한 장면이 그 생각을 바꾸게 했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이 비극(Tragedy)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알았어. 사실 이건 개 같은 희극(Fucking Comedy)이었어”. – 호아킨 피닉스 대사 중


이 대사는 찰리 채플린이 했던 말로 그의 영화 속 주제 의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대사는 가장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장면의 대사로 사용되었다.

30년 전 아서 플렉의 어머니가 고담시의 아캄 정신 병원에서 입원했던 사실을 알게 된 후 찾아가서 어머니의 기록을 훔쳐서 달아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믿어왔던 어머니가 과대망상 환자였으며 어머니의 애인으로부터 자신이 폭행을 당할 때도 그저 방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친자가 아니라 입양아였다는 기록을 확인하면서 믿어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는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찾아가 자신의 인생은 개 같은 희극이었다고 말하며 어머니를 살해한다. 어머니를 직접 살해하기 전까지 토마스 웨인이 어머니에게 존중을 보이지 않아 크게 분노해왔던 아서 플렉이지만, 결과적으로 어머니를 죽임으로써 조커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다.

과대망상

아서 플렉의 어머니는 과대망상 환자로 자신과 토마스 웨인 사이에 낳은 아이가 아서 플렉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한 명의 과대망상 환자가 더 있었다. 아서 플렉의 연인 소피는 그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인물로 등장하고 그의 코미디에 유일하게 웃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어머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도 옆에서 그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아서 플렉의 망상이었다. 소피의 집에 들어가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소피는 그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머리에 총을 쏘는 손짓을 보여주고 그 집을 나선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과대망상 인물은 불행하게도 아서 플렉과 그의 어머니였다.

7. 역대급 조커의 탄생?

이번 “조커”에 등장한 조커는 인물의 정신적인 측면을 부각했으며 이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의 레전드의 독자적인 호연으로 새롭게 탄생하기에 이른다. 반면 지금까지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 깊은 히스 레저(Heath Ledger)의 조커부터 이전 잭 니콜슨(Jack Nicholson)이 연기했던 조커를 살펴보면 빌런으로서 넘치는 카리스마와 인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극악무도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치밀한 계획 위에서 자신이 도시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이번 조커는 히스 레저의 조커처럼 자신의 철학을 관철하는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 나약한 빈민층이자 과대망상에 빠진 인물이며 직접적인 범죄 계획보다는 코미디를 계획하는 일에 더 몰두했다는 것. 결국 끝에서 그가 머레이의 코미디 쇼에서 내뱉은 말은 존중이 무너진 사회를 꼬집기는 하지만 결국 관심을 받기 위한 투정으로 보인다.

머레이의 머리를 쏘기 전까지 그가 하는 말은 사회에서 큰 설득력을 얻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으며, 그의 행동 역시 정당화될 수 없다. 조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말하는 사람은 영화 내에서 오직 머레이 한 명뿐이다. 오히려 어린아이가 자신을 알아달라고 울부짖는 행위에 가까웠던 그의 태도는 이전의 조커를 사랑하던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적인 인물로 다가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아주 작은 행동이 도시에 치명적인 혼돈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 사회에서도 조현병에 걸린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사람에게 동정심을 갖고 그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문제적인 인물로 더 멀리하려고 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 “조커”의 배경 고담시는 혼란스러운 지금의 시대와 어느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기에 고민할 여지를 남긴다. 지금 진짜 코미디가 무엇인지 혼란스럽지 않다고 우리는 과연 자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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