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펼쳐지는 예술의 현재와 미래, ‘파라다이스 아트랩 쇼케이스 2019’

바야흐로 모든 영역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전혀 다른 성질의 두 영역이 서로 부딪혀 공명할 때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울림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는 그동안 공고히 유지되던 옛 패러다임을 한순간에 깨부수기도 한다.

예술과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둘 간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우리는 새로운 예술의 탄생을 목격하게 된다. 테마형 창작∙제작 지원사업 파라다이스 아트랩(Paradies Art Lab)은 바로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예술의 현재를 탐색하고, 미래 가능성을 제시한다. 오는 18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Paradise City)에서 이들이 선보이는 ‘파라다이스 아트랩 쇼케이스 2019’는 ‘FUTURE MINDS’라는 주제 아래 아티스트들이 그려내는 미래를 공유한다. 이들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각자만의 ‘FUTURE MINDS’를 발견하게 될 것. 영민한 눈으로 다음 세대의 예술을 부지런히 쫓는 10팀의 아티스트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권병준- “오묘한 진리의 숲 4(다문화가정의 자장가)”

1990년대 초반, 싱어송라이터로 첫 음악 커리어를 시작한 권병준은 얼터너티브 록에서부터 미니멀 하우스를 포괄하는 6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이후 2000년대부터 그는 영화 사운드 트랙, 패션쇼, 무용, 연극, 국악 등 다양한 영역을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과시했고, 2005년부터는 네덜란드에서 거주하며 실험적인 전자악기 연구개발 기관인 스타임(STEIM)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2011년 귀국한 이후 지금까지 그는 소리와 관련된 하드웨어 연구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악기와 무대장치를 개발, 활용하여 음악, 연극, 미술을 아우르는 뉴미디어 퍼포먼스를 기획 연출하고 있다. 앰비소닉 기술을 활용한 입체음향이 적용된 소리 기록과 전시공간 안에서의 재현, 관련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고, 퍼포먼스를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GF2)을 개발하고 있다.

“오묘한 진리의 숲 4”는 소리의 섞임을 배제한 개인화된 듣기 형태인 헤드폰을 이용하고 위치 인식 시스템(LPS)을 이용한 장소 특정적 소리를 제공함으로써 공간과 조형물에 조응하는 소리를 경험하게 한다. 2017년 아르코 미술관에서 있었던 ‘혁명은 TV로 방송되지 않는다’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 “오묘한 진리의 숲” 연작 중 네 번째인 이번 작품은 다문화가정의 자장가를 들려준다. 충청남도 홍성에서 채록된 이번 다문화가정의 자장가는 순혈주의와 인종적 편견으로 점차 잊혀 가는 혼혈아들의 기억 속 자장가를 되새긴다. 작가는 관객들이 그들의 고향과 어머니의 노래, 삶의 이야기를 접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어머니와의 만남을 경험하고, 언어의 낯섦을 넘어 교감을 이루어 내도록 이끈다.

권하윤- “Peach Garden”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멀티미디어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권하윤은 역사와 개인의 기억, 현실과 허구 사이의 양가적인 관계에 질문하고 영토와 경계의 관계를 탐구하는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녀는 빨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두산 갤러리, 아라리오 상하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진행했고,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메이악 현대 아트 센터 등 다수의 그룹전에 초대되었다. 또한 ‘유러피언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등 다수의 국제무대에서 수상한 바 있다.

그녀가 이번 쇼케이스에서 선보이는 “Peach Garden”은 “몽유도원도”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VR 헤드셋을 통해 관객들을 아름답고 몽환적인 작품 속 세계로 초대한다. 시청각적 요소가 서로 얽히는 가운데 관객들은 시간이 정지된 듯한 시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권하윤 웹페이지

김윤철- “Chroma ll

김윤철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전자음악 작곡가다. 그의 최근작은 유체역학의 예술적 잠재성과 메타 물질(포토닉 크리스탈) 그리고 전자 유체 역학 맥락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만의 독창성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ZKM(독일)’, ‘Ars Electronica(오스트리아)’, ‘국제 뉴미디어아트 트리엔날레(중국)’, ‘VIDA 15.0(스페인)’, ‘New York Digital Salon (미국)’까지 널리 퍼졌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수여하는 2016 콜라이드 국제상, VIDA 15.0의 Third prize를 수상한다거나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프로그램 독립연구단 매터리얼리티(Mattereality)의 연구책임자라는 점 역시 그만의 독특한 이력이다.

그의 작품 “CHROMA ll ”는 200여 개의 패널로 구성된 키네틱 옵틱 설치 작품이다. 곡면 형태의 투명한 폴리머로 구성된 각 패널에는 키네틱 장치에 의해 힘이 가해지는데, 투명한 질료의 물성에 가해지는 힘에 의한 폴리머의 변형이 복굴절(Birefringence)이라는 광학적 현상을 야기해 다채로운 크로마틱 패턴을 생성한다.

해당 작품은 색, 물질의 형태 그리고 외부의 힘이 이루는 유기적 관계를 통해 관객들에게 독특한 물질로부터 발현하는 색과 패턴의 경험을 가능케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색은 또 다른 차원의 깊이를 얻고, 하나의 조형물로써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턴의 출렁임으로 거듭난다.

김윤철 웹사이트
김윤철 비메오 계정
Studio Locus Solu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룹앤테일(Loopntale) (김영주, 조호연, 이강일)- “히든 프로토콜”

룹앤테일은 김영주, 조호연, 이강일로 구성된 아트게임 그룹이다. 게임 메카닉에 대한 실험을 기반으로 작품을 구현하는 이들은 2018년부터 함께 게임 프로젝트, 전시 및 워크숍 등으로 활동해왔다.

이들이 이번 쇼케이스에서 선보이는 “히든 프로토콜”은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이 경험하는 세계와 그들의 교차하는 시선에 대한 인터랙티브 시뮬레이션이다. “히든 프로토콜”의 세계에서 에이전트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은 머신러닝의 보상체계로 작동하고, 따라서 이들은 스스로 학습한다. 바라봄의 주체가 되었을 때 긍정적인 보상을 받고, 그 반대의 경우 부정적인 보상을 받기 때문에 에이전트들은 상대방을 바라보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목격되지 않으려 한다.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는 예측 불가능하며, 우리는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를 바라보는 시점 화면을 통해 다양한 각도로 이 세계를 관찰할 수 있다. 관객은 개인 모바일 디바이스를 컨트롤러로 사용하여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룹앤테일 웹사이트

뭎(조형준, 손민선)- “데카당스 시스템_아플라”

안무가 조형준과 건축가 손민선이 결성한 뭎은 움직임과 공간과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탐색해왔다. 특정 장소에 신체와 사물을 배치함으로써 발생하는 공간과 안무, 현상을 실험하는 이들은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 상반기 프로젝트팀으로 활동한 바 있다.

“데카당스시스템_아플라”에서 두 예술가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다듬어지고 숨겨진 상태를 ‘데카당스(Decadence)’라고 재정의한다. 작품은 ‘시스템(System)’이 가지고 있는 ‘작동’의 의미를 단계에 걸쳐 구체화하고, 공간적으로 드러나는 수직적인 층위가 바닥으로 납작하게 겹쳐져 형성하는 단색조의 평평한 상태를 은유하는 ‘아플라(Aplat)’를 발현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패턴을 이용한 단순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해 도취된 상태, 즉 어떠한 판단을 하지 않고도 지속되는 일정 지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작가는 안무 구성의 자동화(Autopoiesis)를 표방한다. 학습된 세 가지 패턴을 퍼포머 스스로 선택하고, 모방하거나 교차시키는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를 통해 동일한 위상에서 출발하는 서로 다른 갈래의 판(Scene)이 생성되고 변주된다. “데카당스시스템_아플라”는 극이나 이야기가 아니다. 시스템 그 자체다.

뭎 비메오 계정
뭎 인스타그램 계정

양아치- “Paik/Abe Video Synthesizer, Willy-Nilly Version”

미디어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실험적인 작가 양아치. 한국의 주요 미디어 아티스트 중 한 명인 그는 미디어의 시각적, 청각적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공감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2010년 에르메스(Hermes) 미술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예술성을 입증한 그와 백남준 작가의 엔지니어로 활동한 이정성이 함께 제작한 “Paik/Abe Video Synthesizer, Willy-Nilly Version”은 개발자, 창작자, 기술자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다양한 이들이 참여해 무한한 방법으로 개발할 수 있는 이 플랫폼은 넓은 범용성이 장점. 흥미롭게도 작가 양아치는 해당 작품의 작업 과정에서 스코어 개념을 제안하며, 오브제 기반의 미디어 작업에서 잠시 떠날 수 있도록 했다. 이정성의 참여로 작품은 개념과 콘셉트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오픈 소스 플랫폼 “Paik/Abe Video Synthesizer, Willy-Nilly Version”은 추후 willy-nilly.org를 통해 관련 정보와 활동을 공개할 예정이다.

양아치 웹사이트

열혈예술청년단- “움직임이 움직임을 움직이는 움직임”

실험과 도전으로써의 공연예술창작을 모토로 2000년에 창단된 열혈예술청년단은 무용과 연극을 기반으로 공간과 미디어에 관한 실험을 지속해오고 있다. 최근 이들은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을 바탕으로 몸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다채로운 뉴미디어를 활용한 표현의 확장을 추구하고 있다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되고, 또 다른 움직임을 추동하는 움직임”에서 이들은 작품이 일으키는 파동과 궤적을 추적하는 동시에 그러한 움직임을 매개하는 몸의 다양한 가능성을 ‘몸인 것에서 몸이 아닌 것까지‘의 추이로 바라본다. 이들의 관찰 작업은 공연이 펼쳐지는 파라다이스 ZIP의 공간성과 만나 춤의 형식으로 직조될 예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임이 움직임을 움직이는 움직임”은 움직임과 몸의 연쇄작용과 스펙트럼을 탐구하고 시각화하는 ‘춤의 전시이자 공연’이다.

이장원- “Oracle”

ⓒStefan Fuertbauer

한국 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재직 중인 이장원은 과학적 지식과 동시대 기술들을 통해 자연의 구조와 본질을 형이상학적 태도로 풀어내는 작가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는 고양 창작스튜디오, 헬싱키의 HIAP,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오스트리아 린츠의 아르스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에 참여했으며, 자연을 매개로 한 예술적 태도와 과학적 기술의 교류를 꾸준히 피력했다.

이장원의 “Oracle”은 과학기술이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점, 즉 싱귤래리티(Singularity) 이후의 미래를 상상한다.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여 특정한 형태로 수렴된 미래. 그가 상상한 미래의 모습은 태양이다. 인격화된 기술로서의 태양, 즉 “Oracle”은 과학과 기술로 구체화된 인식의 범주를 은유와 상징을 경유하고 몸으로 체감함으로써 확장한다. 이러한 시도는 풍부한 오독의 가능성을 수용하는 알고리즘이며, “Oracle”이 또 다른 입력 변수를 생성하여 소비하는 과정이고 데이터를 유희하는 방식이다.

클로잎(CLOYP)- “팬옵티콘: 팬케이크에 관한 보고서”

끊임없는 변화와 창조를 통해 예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추구하는 클로잎은 영상, 공연, 전시 등 융복합 프로덕션을 통해 다양한 창작 콘텐츠를 제작하는 실험 집단이다.

이들이 선보이는 미디어 퍼포먼스 “팬옵티콘: 팬케이크에 관한 보고서”는 모션 캡처, 라이브 스트리밍, 프로젝션 맵핑, 인터렉티브 인스톨레이션 등을 이용한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현대 사회의 엄격한 규율 속 작은 부품 신세로 전락한 우리의 비참함을 직면케 함으로써 출구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감시와 통제에서 의식적으로 깨어 현상을 직시할 것을 촉구하며, 자유와 인간으로의 회귀, 즉 인간성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팀보이드(teamVOID) (송준봉, 배재혁, 석부영)- “Wave Frames”

팀보이드는 송준봉, 배재혁, 석부영으로 이루어진 팀으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시스템적 관점에서 작업을 시도하는 미디어 아트 그룹이다. 이들은 공학과 미술적 맥락에서 일반적인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를 미학적으로 해석하여 인터렉티브 미디어, 키네틱 조형, 라이트 그리고 로봇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적인 시스템을 구상하고 작품으로 완성한다.

이들의 작품 “Wave Frames”는 시간에 따른 시스템의 변화를 시각화하는 키네틱-라이트 작업이다. 일반적인 시스템에서 구성원 사이의 관계는 질서와 혼돈을 반복하며 변화하는데, 이 작품은 겹겹이 설치되는 프레임들과 그 안에서 움직이는 기하학적 형상의 조합을 통해 정돈과 혼잡을 연속적으로 드러낸다. 각각의 프레임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단위 모듈이며 그것들이 합쳐진 전체의 모습은 시간과 공간이 누적된 하나의 시스템을 보여준다.

“Wave Frames”는 총 26개의 프레임이 겹쳐져 구성된다. 각각의 프레임은 동일한 동작 구조를 갖는데, 모터에 의해서 프레임 내부에 있는 사각 형태가 회전하면서 변형되는 것. 사각 형태의 움직임은 전후의 사각 형태들과 간단한 규칙에 의해 정의되고 동작한다. 각각의 유닛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매우 단순하지만, ‘Stack’이 되어 하나의 공간에 정렬될 경우 매우 복잡하고 유기적인 패턴이 탄생한다.

teamVOID 공식 웹사이트

* 위 작품들 중 일부 작품 및 퍼포먼스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니, 행사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사전에 파라다이스 아트 랩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도록 하자.

Paradise Art Lab 공식 웹사이트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행사 정보

행사명   PARADISE ART LAB SHOWCASE 2019(PAL SHOWCASE 2019)
일시    2019년 10월 18일 (금) – 11월 3일 (일)
관람시간  10:00~20:00
장소    ㅣ STUDIO PARADISE, PARADISE CITY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해안남로 321길 186)      PARADISE ZIP(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268-8)
관람료   무료 *단, 일부 작품 및 공연은 사전 예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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