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 WOW! KOREA 2019 – ‘조대’

파우! 와우! 코리아 2019(POW! WOW! Korea 2019) 첫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그간 VISLA와 여러 차례 협업한 아티스트 조대(Jodae). 그는 오랜 동료 GR1을 비롯한 로컬 작가들과 함께 나란히 이번 페스티벌에 이름을 올렸고, 성수동의 한 건물 벽을 선물받았다. 작가의 근황을 시작으로 ‘파우! 와우!’에 관한 대화를 하단에서 확인해 보자.

근황이 궁금하다. 한동안 무엇을 하면서 지냈는지?

배드인배드(badinbad)라는 브랜드와 커머셜 작업도 하고, 이번 ‘파우! 와우!’를 준비하면서 별개로 개인 작업도 꾸준히 했지. 은근히 바빴다. 하이픈 아트(Hyphen-Art)라는 아트 그룹/에이전시와도 계약했다. 과거 수파서커스(SUPACRQS) 크루에서 나오고 나서 누군가와 함께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혼자 죽 하다 보니 비즈니스와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다. 잘 조율하려고 신경 쓰다 보면 작업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림에만 열중하는 방법을 찾다가 다시 회사와 계약하기로 했다. 한규진 대표와는 친분도 있었고, 그가 일적인 부분을 꼼꼼하게 잘 처리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다.

이전부터 파우! 와우! 페스티벌을 알고 있었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 그런데 직접 행사에 참여해보니 생각보다 더 비영리적이라고 느꼈다. 순수하게 지역 커뮤니티와 어울려서 예술을 만들어내고, 아티스트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비교적 순수한 축제라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정도 인지도가 있고 규모도 큰 행사는 엄청 상업적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번 벽화는 어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작업한 건가?

준비할 시간이 충분해서 여유 있게 고민했다. 예전에 아이패드에다가 스케치해놓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 큰 벽에다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파우! 와우!’에 참여하게 돼서 선보일 수 있었다. 그 스케치를 조금 더 확장해서 지금의 벽화로 완성됐다. 이 그림의 제목은 ‘극복(Overcome)’이다. 나는 언제나 그림에 생식기를 그려 넣어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데, 이 그림은 보다시피 여성이다. 가운데가 자궁인 거지. 여성이 천천히 호흡하면서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장면을 상상했다. 이것은 화를 다스리기 위한 의식이다.

최근 작업에서 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계기가 있다면?

LA에 갔을 때 데이비드 충리(David Chung Lee) 형님을 비롯한 그 지역 작가들의 작업에 큰 영향을 받았다. 싸이키델릭 아트(Psychedelic Art)를 접하고 나서 느낀 게 많았다. 하지만 요즘 유행처럼 많은 작가들이 싸이키델릭 아트를 선보여서 좀 시시해진 부분도 있다. 본인의 내공을 쌓으면서 다른 요소를 작가만의 방식대로 풀어내야 하는데, 대놓고 트렌드를 좇는 작업이 많아져서 흥미가 떨어진 거지. 나도 색깔을 쓰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러고 나니 어느새 내가 뭘 해도 싸이키델릭이 되는 지점이 오는 거 같더라. 자신감이 붙은 거지.

페스티벌 오프닝 때 커먼그라운드(Common Ground)에서 진행한 라이브 페인팅이 인상 깊었다. 마치 과거 시험을 보는 유생 같은 모습이었는데, 다른 외국 작가들 또한 호기심 많은 눈으로 바라본 거로 기억한다.

그래피티(Graffiti)의 요소 중 태깅(Tagging)을 서예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한지에다가 ‘존중’과 ‘평화’를 적었다. 원래는 벽면에 족자를 걸고 길게 쓰려고 했는데, 준비가 미흡해서 그냥 바닥에 깔고 했다. 그리고 부적 콘셉트로, 노란색 한지에 빨간색 무늬를 넣고 ‘안녕’이라는 말을 적어서 참여 작가들에게 나눠주었다.

‘존중’과 ‘평화’는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왜 ‘안녕’을 택한 건가?

‘안녕’은 되게 멋진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의 의미도 있지만,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지내세요’, ‘건강하세요’, ‘반갑습니다’, ‘행복하세요’와 같은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지 않나. 그래서 함께한 작가들에게 주고 싶었다.

과거 길거리에서 태깅하고, 피스를 남기던 그 희열이 그립지는 않나? 그래피티의 정체성을 벗고 좀 더 제도권에 가까이 다가가는 듯한 지금의 행보는 어떤 점에서 좋은가.

별 차이 없다. 나는 다만 한 가지를 오래 하다 보면 질리는 성격이라서 계속 다른 걸 하려고 한다. 벽화나 그래피티는 그 행위 자체로 매력이 있다. 말 그대로 내가 누군지 길거리에 노출하는 거니까. 실내에서 그림 그리는 건 좀 더 작업의 완성도를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애주가 조대에게 술은 무엇인가?

올 초에 잠시 술을 끊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몸에 힘이 없었다. 주변에서 다 나더러 차분해졌다고 하더라. 하지만 최근 충리 형님이 한국에 와서 한 잔 하자고 했을 때 금주를 끝냈다.

단기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 결혼? 하하. 이건 희망사항이고. 내 작업을 들고 세계로 가고 싶다. 지금은 개인전을 준비 중인데, 이것도 날짜를 잡고 뭐 그러지는 않았다. 나는 요즘 내 안에서 세웠던 벽을 좀 무너뜨렸다. 예전에는 커머셜 작업이라고 하면 괜히 싫었는데, 지금은 그 일이 나를 더 발전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걸 느낀다. 어차피 내 그림은 내 마음대로 그려야 한다. 이걸 누군가 방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군가와의 협업은 어떤 미션이 주어진 거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하고 헤쳐나가야 한다. 그래서 일련의 협업, 커머셜 작업은 나의 작업을 더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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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권혁인 최장민
사진 │ 권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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