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제이, 프로듀서이자 전자음악 플랫폼 텍스쳐스(txtrs.)의 디렉터 아무(amu). 그는 자신이 겪은 불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운드를 빚어낸다. 그리고 10월 31일, 이제 막 베일을 벗은 새 EP [Era] 또한 불쾌와 불소통을 바탕으로 다양한 감각을 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Era]는 그 감각을 전달하는 매개로 하염없이 흐르고 있는 물을 선택했다.
불쾌, 불소통의 경험에서 비롯된 물, 마치 검은 잿물 같다. 그리고 21분간, 잿물은 앨범을 타고 아래로 뚝뚝 흘러내린다. 흘러내리는 동안 그 불쾌한 감정을 개운하게 씻기지 못해 번민의 감각을 빚어낸다. 그리고 그 아래, 새카맣게 고여 청자에겐 여운을 안긴다. 이렇게 청자와 주고받는 두 감각은 EP의 느릿한 엠비언트와 빠르게 흐르는 테크노의 두 호흡과도 일맥상통한다.
두 감각과 호흡이 존재하는 [Era]의 21분. 이와 함께하는 긴 뮤직비디오 또한 10월 31일 공개됐다. 또한 앨범 [Era]의 작업에 돌입하며 네 트랙의 테마를 작성한 그의 라이너 노트를 영상과 함께 하단에 첨부한다. 그의 생각이 온전히 담긴 EP [Era]의 라이너 노트는 차분한 감상을 도울 것이다.
amu – [Era] 라이너 노트
1. “돌아오지 않는 강”
행복에 관한 마릴린 먼로의 인터뷰를 담았다. 자비로운 미소의 아이콘이지만 죽기 2년 전 인터뷰에서 그녀는 “Do you feel happy in life?”라는 질문에 쉽사리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런 먼로와 늘 함께한 어떤 상태가 있다면 행복 아닌, 비참함이 아닐까. 사람에게는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함께하고 싶은 양가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사람들에겐 고독을 필요로 하는 면 또한 있다고 말하는 먼로의 상냥한 음성을 음악에 늘어놨다. 또한 “제가 행복을 찾고 있는 거라고 생각 할래요”라는 대답은 곡에 넣지 않고 숨겨두었다.
2. “아가미 (Feat. Moon Yirang)”
세상이 공기가 아니라 물로 가득 찬 곳이라고 상상했던 날이 있었다. 물 속 세상에서 잘만 걸어다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꾸만 내 몸은 부력을 못 이기고 붕붕 떠올랐다. 누군가는 발목에 돌덩이들을 매달면 물에 잘 가라앉아 있을 수 있지 않겠냐는 친절한 조언을 건넸다. 하지만 모두에게 달려있는 아가미가 나에게는 없었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물 위쪽으로 붕 떠올라보자고 생각했다. 마침내 표면에 도달해 바깥 세상을 봤을 때, 청량한 하늘과 물 위에서 시시덕거리며 놀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에게도 아가미는 없었다.
3. “어두운 물은 검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구가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해내는 일상이 그에게는 어렵다. 내가 노래를 만들고 찾아 듣듯이 친구는 글을 쓰고 시를 찾아 읽는다. 친구에게 몇 편의 시를 읽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음성 중 “어두운 물은”, “검게”라는 단어를 짜기웠다. 황인찬 시인의 ‘실존하는 기쁨’이라는 시다.
4. “섬”
너무 외로웠을 때, 사람들은 모두 외로운 섬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 받은 나의 첫 문신은 섬 모양이다. 소란이 휩쓸고 간 폐허에 서서, 망가진 물건 위로 따사로운 햇빛에 반사되어 천천히 내려앉는 먼지들을 바라보는 평화로움을 상상했다.
한편으로 바로 내일인 11월 2일, 이태원에 자리한 콘크리트 바(Concrete Bar)에서 [Era] 릴리즈를 기념하는 파티가 펼쳐질 예정. 청취의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면 파티로 발을 옮겨보자.
진행 / 글 │ 황선웅
사진 │이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