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는 말이 뼛속까지 와 닿는 연말. 한해를 마무리하는 일은 언제나 아쉽지만, 지금에 와 지난 1년을 찬찬히 돌아보는 일 또한 연말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많은 이들이 보낸 2019년 한해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우리 주변 각계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은 1년간 무엇에 몰두하고, 어떤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지 지금 바로 확인해보자.
*참여자의 답변은 최소한의 교정을 제외하고는 원문 그대로 실었음을 밝힌다.
● 박다함 / 헬리콥터 레코즈 대표
2019년 가장 즐겨 찾은 음식(식당)
당연히 카레다. 식당은 온순씨(@onsoonsee) 카레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한국에는 극단적으로 코코이치방야로 대표되는 일본식 카레, 에베레스트로 대표되는 인도식 카레로 나뉜다.(여기에는 오뚜기 카레로 대표되는 카레는 포함되지 않는다) 좀 더 다양한 이디오피아 카레나 파키스탄 카레를 먹고 싶었을 때 그 부분을 제대로 채워준 식당. 사실 식당이라기보다 주인분의 음식에 대한 공작소? 연구소? 같은 곳이라 인스타로 팝업 날짜가 정해지면 그 날짜에만 오픈하는 공간이어서 잘 찾아보고 가는 게 좋다. 그리고 모든 재료가 채식인데, 식당을 세 번째 방문해서 먹을 때까지 모든 재료가 채식인지 몰랐다. 그 정도로 맛있다.
2019 가장 인상적인 공간
아쉽게 사라졌지만 트리피. 오픈할 때부터 이름은 인식하고 있었는데 찾아가게 된 건 굉장히 마지막 순간이었다. 찾아갈 때마다 좋은 파티와 좋은 음악들, 좋은 사람들을 계속 만났다. 그리고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없던 펑션 원 스피커가 디제이 아래에서 제대로 서포트하고 있던. 잠깐이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남은 공간이다.
2019년 가장 기억에 남는 파티
트리피에서 진행했던 나르크 프로덕션의 머쉰걸 파티. 지옥도가 눈에 정확히 펼쳐진 파티였다. 모든 것이 평온하면서도 완벽한 파티.
● 김주승 / 그래픽 아티스트
2019 가장 즐겨 찾은 음식(식당)
한남동 감리교회 주차장 포차. 상반기에 닭 껍질과 돼지 꼬랑지가 있는 털보네 꼼장어가 있었다면, 하반기는 한남동 감리교회 주차장 포차다. 상호가 무엇인지, 따로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알려 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는 교회서 보자고 할 뿐. 나의 최애 안주는 기본안주인 양배추. 전류와 구이류가 대다수이고 탕 메뉴가 부족하다. 소주가 5,000원에서 4,000원으로 내렸다가 삼 일 만에 번복한 점은 파워 고객으로서 아쉬웠던 부분. 그 외 좋은 점은 야외에 천막으로 이루어져서 높은 천고를 자랑한다.
2019 가장 인상적인 공간
Villa records showroom $ bar.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빌라레코즈는 이름만 들으면 음반 레코드 숍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국내 가구 및 공간 콘텐츠 브랜드이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쇼룸은 자체 가구들과 Mid-century 빈티지 가구들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으며 오브제의 컬러, 모양 등 구경하며 커다란 원형으로 된 통로를 지나다 보면 바가 나타난다. 멋진 공간과 비싼 오브제의 아우라로 인해 경직돼버린 몸뚱어리는 정성스레 제조된 술 한 잔이 목구멍 깊숙이 쓸어 내려가면서 자연스레 안정을 찾게 된다. 이 공간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고급진 따뜻함. 그리고 그곳엔 나의 그림들도 있다.
2019 가장 즐겨 찾은 웹사이트
eBay. 작업실 갖게 된 이후로 내 관심사에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 빈티지 오브제, 조금 더 디테일하게 가면 Space Age 시대를 보여주는 오브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몇 년 사이 우리나라 몇몇 카페나 팝업식으로 빈티지 가구 소품들의 소개 및 판매가 활발해졌지만, 그 제품들 대부분이 내 기준 너무 고가 인지라 결국 선택한 곳은 이베이. Bidding과 Make offer를 잘하면 정말 싸게 구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핑계로 이베이 들락날락했더니 데스크 램프만 대략 20개 정도. 작업실에 있는 모든 것들 한 번에 통으로 인수하실 분 DM.
● 구찌메이 / 아트 디렉터
2019 가장 많이 들은 앨범
Summer Walker-Over It. 사랑에 대해 무덤덤하게 노래하는 매력적인 목소리다. NPR Tiny Desk 퍼포먼스에 소울이 없다고 욕을 먹었지만 나는 그저 자기감정에 충실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더 먹먹하게 느껴졌다.
2019 가장 인상 깊게 본 비디오
Peggy Gou-Starry Night. 한국뽕이 가득 차올랐다. 인생은 한 편의 영화고, 페기 구와 그녀의 연인인 감독 조나스가 풀어낸 판타지는 나에게 음악, 춤, 그리고 사랑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2019 가장 많이 플레이한 트랙
Lim Kim-Yellow. 동양 여자로서 인종차별을 당해 본 여자라면 가사를 듣고 퇴사짤처럼 속이 뻥 뚫리지 않았을까. 아시아를 무시하면 큰일 난다. 그리고 림킴은 제대로 일을 냈다.
● 소울스케이프 / DJ, 프로듀서
2019 가장 많이 들은 앨범
Y2K92. 믹스를 내가 했기 때문에 가장 많이 들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차에서 가장 많이 들었다.
2019 가장 인상 깊게 본 비디오
KBS1 모던 코리아.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이 아니라 최근 본 비주얼 샘플링 작업 중 가장 흥미롭고 풍부한 소스와 접근방식, 상징성과 서사를 담고 있기 때문.
2019 가장 불편했던 진실
기억에 담아두기보다는 흘려보내고 닳아 없어지고 남겨두지 않는 한 해였다. 불편한 진실은 아니고 원래 인생이 그런 것이다.
● 조광훈 / 데일리 그라인드 디렉터
2019 가장 즐겨 찾은 음식(식당)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바빴다. 직업의 특성상 스케이트보드 행사 관련 일을 많이 하는데, 성수동 근처에서 열린 행사가 많았다. 성수동 하면 또 ‘성수 감자탕’ 아닌가. 빡세게 행사를 마무리하고 녹초가 된 후에는 뜨끈한 국물의 든든한 감자국(뼈해장국)이 생각났다. 부드럽게 발라지는 고기와 얼큰한 국물, 거기에 소주 한 잔은 지친 나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위로가 돼주었다.
2019 가장 많이 플레이한 트랙
조월 ‘아니, 이미’. 내 음악 취향은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의 기분과도 크게 직결되는데, 전주의 멜로디만 듣고 꽂히는 경우가 많다. 이 노래는 겨울이 끝날 무렵, 석양이 지는 서울 하늘을 바라보던 순간에 처음 듣게 되었다. 조월은 가사에서 이미 끝나버린 것에 대하여 노래하는데, 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후회와 추억, 고민,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20대가 떠오른다. 가끔 음악을 듣다 보면 자신의 상황을 빗대어 감정선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이 노래는 언제나 나를 묘한 기분으로 만든다.
2019 가장 인상적인 공간
1호선은 1974년부터 달린 대한민국 최초의 전철로 그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악명이 높기로 유명하다. 여름철의 실내 승강장은 뜨겁고 습해 지린내가 진동하며, 전철 내부에는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다. 왠지 모르게 평균 연령이 높고, 그중에는 해방의 과정을 직접 경험했을 연배의 어르신도 종종 보인다. 1호선은 기본적인 매너나 질서보다는 원초적인 것에 가깝다. 다른 라인에 비해 유독 크고 작은 사건들(사소한 싸움이나 어르신들의 술주정 같은 것)도 자주 보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나이 많은 무법자들이 있다.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견고하게 다져진 자신들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극히 싫어한다. 그런 생각들은 칸마다 스며들어 특유의 냄새가 된다. 난 이곳에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마주치며 과거에 멈춰있는 ‘대한민국’을 떠올린다.
● 조대 / 스트리트 아티스트
2019 가장 인상 깊게 본 비디오
멜로가 체질.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 당시 따로 챙겨 볼 정도로 몰입되었음. 보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2019 가장 즐겨 찾은 음식(식당)
효창공원역 근처에 위치한 한성옥은 대략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장사를 한다. 새벽 귀갓길 집에 들어갈 때 생각나는 해장국집. 선지와 돼지 뼈가 주된 재료인데, 이 동네에서 처음 먹어봤다. 맛이 궁금하시면, 한번 가보시길.
2019 가장 많이 플레이한 트랙
Chris Rhodes Band – Wait Until Dark. 요즘 올드팝을 주로 듣는데, 믹스클라우드로 임의로 듣다가 알게 된 트랙. 사이키델릭한 음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노래는 좋지만, 어둠은 즐거움과 무서움을 매번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 노상민 / 시토키닌 대표
2019 가장 즐겨 찾은 음식(식당)
이전에 살던 집인 보광동 근처에 양꼬치집이 하나 있다. 우연히 들어간 그곳에서 양꼬치를 처음 접한 후 나의 소울푸드가 되어 버렸다. 기쁠 때나 슬플 때, 이 집의 맛과 분위기가 생각나 꽤 자주 찾게 된다. 이 집의 꿔바로우 또한 일품이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라탕과 연변 명태가 있으니 실망하지 말라.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는 칭따오 한 병과 함께 거하게 즐기고 나온다.
2019 가장 즐겨 찾은 웹사이트
오브오프라는 빈티지 의류 사이트를 자주 찾았다. 2017년 겨울, 너무 맘에 드는 W< 빈티지 티셔츠를 구매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택배가 분실되는 바람에 내 곁으로 오지 못했다. 속상한 마음에 혹시나 그 티셔츠가 다시 업데이트될까 싶어 매일 사이트를 방문했는데 그게 어느덧 2년째. 하루도 놓치지 않고 사이트를 체크하고 있다.
2019 가장 많이 플레이한 트랙
PLAYBOI CARTI의 KID CUDI. 수많은 유출곡 중 하나다. 정식 발표되지 않은 노래라 유튜브, 사운드 클라운드에서 찾아 들었다. 처음 도입부 멜로디부터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고나 할까? KID CUDI라는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곡의 훅 부분 카티의 특유의 쫀쫀한 목소리로 킫컫디를 외칠 때 자연스럽게 함께 호흡할 수 있다.
● 이비자 / DJ, 프로듀서
2019 가장 많이 플레이한 트랙
Plastic Angel – Follow Me. 올 한해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제작할 때, 트랜스와 다른 장르를 결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90년대~2000년대 중반까지의 드림 트랜스, 고아 트랜스 등 정신적이고 중독적인 멜로디 위주의 옛 트랜스 음악을 많이 틀었다. 2019년, 전 세계적 레이브 행렬의 막차를 타고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내년이 기대된다.
2019 가장 인상적인 공간
트리피, Cosmo40. 2019년 5월 나름대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고자 했던 Free Collision의 이벤트를 어디서 하면 좋을까 무척 고민했던 당시에 트리피에서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뻤던 순간이 기억이 난다. 올해 10월, 문을 닫았지만 빨리 다시 돌아왔으면 한다. 그리고 Cosmo40에서는 신자유에서 기획한 전시 “No Live”의 연계 이벤트로 처음 공연했었다. 장소가 매우 크고 넓어서 잊을 수 없는 공연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이곳에서 꼭 다시 공연하고 싶다.
2019 가장 기억에 남는 파티
4월 13일 토요일, 에마논 일곱 번째 파티. 섞일 필요가 없는 것들이 뒤섞이는 서울에서, 창작자나 이벤트가 베뉴와 공생하거나 혹은 자립하여 나아갈 수 있는지 눈앞이 깜깜할 때 혜성처럼 나타난 팀이 있었다. 에마논 Emanon. 트리피에서 있었던 에마논의 일곱 번째 파티에 초대되어 공연했고 올해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아티스트로서 준비된 이벤트에 참여하는 행복이 이런 걸까, 생각했다.
● 서지은 / 미스치프 대표
2019 가장 즐겨 찾은 음식(식당)
2019년이 거의 끝나가는 시기에 알게 되긴 했지만 최근 단연코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한 곳은 카페 타르틴. 라떼를 정말 좋아하는데 우유와 두유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절망에 빠졌다가 근래 찾아낸 것이 오틀리밀크 라떼다. 베이커리류가 워낙 유명한 타르틴이지만 큰 관심은 없었는데 친구와 함께 우연히 방문했다가 오틀리밀크 추가가 가능한 것을 발견하고 매일같이 드나들고 있다. 사무실 1분 거리에 있어 요즘 출근길이 매우 행복함.
2019 가장 불편했던 진실
페미니즘 이슈. 당연한 이야기가 왜 거부당하고 왜곡되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슈화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나조차도 모르거나 체감하지 못했던 현실의 단면을 보다 정확하게 알게 된 부분도 있는 듯. 진보적인 열린 사고를 하고 평생을 살아왔다고 스스로 자부했지만 익숙하게, 자연스럽게 세뇌되어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자신의 인식과 관심이 부족했다는 사실도 불편하고, 타인의 차별 혹은 고통을 공감하거나 이해해줄 아량이 부족해서 오해하고 억압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이 가장 불편함.
2019 가장 인상적인 공간
올해 4월 처음으로 파리에 가게 되었다. 기대했던 오랑주리 미술관, 퐁피두센터, 루브르, 팔레 드 도쿄 등 갤러리들도 너무나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다녀온 지 일주일도 안 되어 안타까운 화재 사고가 난 노틀담 대성당. 유럽의 거대한 성당이나 궁전과 같은 건축물 특유의 성스러운 기운과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좋아하는데 노틀담 역시 명성에 걸맞게 분위기 있었다. 노틀담의 곱추 때문인지 살짝 기괴한 듯 아름다운 느낌과 이를 배가시키는 오르간 연주에 역시 the Notre-dame이네 하며 한참을 앉아있다 나왔다. 한국에 도착해 뉴스를 통해 바로 얼마 전 직접 보고 느꼈던 모든 것이 불타는 광경을 봤을 때의 감정은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 ㅜㅜ 재건 이전의 역사가 담긴 노틀담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된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JNS / DJ, 프로듀서
2019 가장 많이 들은 앨범
Leon Vynehall – Nothing Is Still. 전자음악 프로듀서/디제이라고 해서 항상 댄스음악만을 듣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차 안에서만큼은 편한 음악에 손이 많이 간다. 작년에 발매된 앨범이지만 아직 내 플레이 리스트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되고 있는 앨범이다.
2019 가장 인상 깊게 본 비디오
Love Death + Robot – The Witness, 한 번 본 영화나 드라마 등을 좀처럼 다시 돌려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Love Death + Robot>의 3번째 에피소드인 ‘The Witness’는 그 인상이 강렬해서 생각날 때마다 다시 보고 있다. 스타일리시하고 자극적인 영상, 사운드 그리고 연출이 돋보이는 영상이다
2019 가장 많이 플레이한 트랙-
DJ Honesty – Moment (Losoul Remix)
-S.A.M. – Money Blues
바이닐 디제잉을 고집하다 보니 나만의 방법으로 앨범 라이브러리나 플레이리스트 정리해 나가고 있다. 머릿속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2019년 플레이리스트에서 가장 많은 횟수로 등장한 트랙들은 위의 두 트랙이다. 개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그루브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트랙으로 첫 번째, 그리고 대중적인 멜로디, 보컬 라인으로 디제이 셋의 후반부에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두 번째 트랙을 많이 튼 것 같다.
● 김기범 / 피드 인터내셔널 대표
2019 가장 많이 들은 앨범
이센스, 이방인. 에넥도트 이후로 4년만인 올해 정규 2집 <이방인> 앨범이 발매되었다. 앨범이 나오기 전 음감회에서 가사와 함께 전곡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서 왜인지 모를 많은 생각과 복잡한 기분이 들었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계속 듣다 보니 가사가 현재 내 상황과 닮아 있어서 그랬지 않나 싶다. 가사의 내용은 내 삶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많은 공감이 되었다. 그 후로 현재까지 <이방인>은 삶의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고 있고 새로운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가장 많이 듣는 앨범이 될 것 같다.
2019 가장 즐겨 찾은 음식(식당)
돈가츠. 내가 살고 일하는 마포구에는 많은 음식점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많이 생긴 식당들은 일본식 돈가츠 식당 식당들이었다. 다른 돈가츠 전문점들과 같이 로스가츠와 히레가츠를 메인으로 하고 있으며, 가츠샌드나 퐁듀가츠 같은 자신들의 시그니처 메뉴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홍대, 합정, 망원 등 서로 겹치지 않는 상권 내에 있어 매일 가기에는 멀지만 찾아서 갈 만큼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가 가장 맛있다고 하지 못할 정도로 각 식당의 레시피와 소스 모두 훌륭하기 때문에 돈가츠를 좋아한다면 모두 방문하면 좋겠다.
2019 가장 멋진 행보를 보인 의류 브랜드
Jjjjound. 국내에서 싸이월드가 인스타그램 같았던 시절. 외국에서는 ffffound라는 이미지 아카이빙 웹사이트가 있었다. 개개인이 어카운트를 만들어서 포스팅하면 텀블러 혹은 개인 블로그로 링크가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거기서 jjjjound를 처음 보게 되었다. 다른 블로그와 같이 이미지를 아카이빙한 사이트였는데 한결같은 무드로 꾸준히 포스팅을 하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난 후에 그는 칸예웨스트 <YEEZUS>앨범 커버 디자인에 참여하면서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토트를 시작으로 모자 크루넥 등 자신의 취향이 담긴 제품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시즌에 상관없이 불규칙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던 jjjjound는 최근 1~2년 동안 반스, 리복, A.P.C와 같은 브랜드와 협업을 하며 조용히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 백규희 / 스투시 코리아 브랜드 디렉션, 혜인서 전략 디렉터
2019 가장 인상적인 공간
CAVA. 계속 움직이는 아트 팝업. 갈 때마다 새로운 작가, 음악, 디자인,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2019 가장 멋진 행보를 보인 의류 브랜드
HYEIN SEO. It’s just really fucking cool and makes you feel fucking cool when you wear it.
2019 가장 기억에 남는 파티
(서울에서 파티 다닌 지 11년 차. 서울에서 실제로 파티 구성해 만든 지는 6년 차. 파티를 진짜 많이 보았고 해보았다.)
1위a) 5월에 Aight CLUB @ ARA ART CENTER.
미술관에서 처음 본 규모, 구성의 파티. 멋진 작품과 음악 속에서 밤새워 놀았다.
마지막에 someone 세트로 남은 석주 사장님과 친구들이랑 춤춤.
1위b) 10월에 INTERNATIONAL STUSSY TRIBE w/ STRICTLY VINYL + DADAISM CLUB @ CAKESHOP/CONTRA
서울에서 절대 못 할 줄 알았던 스투시 본사의 역사적인 IST 타이틀로 파티.
old/new 디제이, 친구들이 다 모여 지난 3년 동안 키우고 있었던 스투시 서울 트라이브 보기 매우 뿌듯함.
● 조완 / 포스트 포에틱스 대표
2019 가장 많이 들은 앨범
Helado Negro <This is How You Smile>. 오랜 팬으로서 훨씬 더 큰 상업적 성공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의아하고 유감스럽다. 최근 출시한 라이브 음반 역시 요즘 매일같이 듣고 있다. 동시대 전위, 실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음반을 발매한 뉴욕 소재 레이블 RVNG Intl.의 디스코그래피와 그들이 운영하는 레코드 스토어 커멘드 Commend의 셀렉션 역시 살펴보면 좋겠다. 서울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클리크 레코드!
2019 가장 멋진 행보를 보인 의류 브랜드
LA 기반의 친환경 브랜드 Everybody. 친환경이나 재활용을 모토로 하는 브랜드는 차고 넘치지만, 십중팔구 명분 말고는 뚜렷하게 내세울 게 없는 게 보통이다. 게다가 그나마도 알고 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거나 애매한 게 대부분이고. 에브리바디는 세계 최초로 100% 재활용 면으로 티셔츠를 만든 혁신적인 기업인 동시에 모든 상품을 지역에서 공정하게 제조하는 윤리적인 기업이지만, 사실 이런 찬사는 그들에게 따분하게 들릴 것 같다. 궁금하다면 직접 온라인 스토어에 들어가 볼 것.
2019 가장 인상 깊게 본 비디오
Inside Bill’s Brain: Decoding Bill Gates.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올해 가장 인상 깊게 본 영상은 넷플릭스의 인사이드 빌 게이츠. 보편적인 감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덧붙이고 싶은 설명은 없다. 고작 한 시간짜리 영상 세 편이라 출퇴근길 사흘이면 충분하니, 모두들 속는 셈 치고 한번 보면 좋을 것 같다.
● 키노키노 / DJ, 모델
2019 가장 기억에 남는 파티
I went on a little germany and france tour in september and october. it was the first time for me playing in europe ever. i was excited but also very anxious to say the least. the most memorable party this year was on my tour at reineke fuchs in my own hometown, cologne, in germany. i mean, imagine.. you come home to the city, where you were born and went to high school. you have so many memories, good and bad. but you haven’t really been back in almost 10 years. and then you have a gig there. the guests are having a good time and dancing to your music.. that was just a wonderful visual and indescribable feeling. the people were just so in it! to my amazement the club was completely full and it was a thursday! i ended up playing a 7 hour set and it was only 2 djs: my longtime friend david hasert and i.
가장 즐겨찾는 웹사이트
the website i use the most? c’mon!!! i think i can answer that for everybody! haha netflix!!!!!!
가장 인상깊게 본 비디오
It was the Amazonas on fire. Seeing those footages made me realize that we need to live with more awareness and more active participation towards a lasting live-able earth. This is our home, the earth means life and we really have to be more aware because it cannot go on like this!
● 황소윤 / 뮤지션
2019 가장 즐겨 찾은 음식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든든한 한 끼다.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 등이 갈수록 적어질수록 기운 내기 위해 단번에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국밥이다. 언제 먹어도 후회 없는 한국 음식. 다들 끼니 잘 챙기시고 힘내세요.
2019 가장 불편했던 진실
두 여성 연예인의 죽음. 죽음이 시사하는 바는 곧 현 사회의 가장 참담한 이름표와도 같다. 만연하다기에는 숨어있으며 희생이라고 보기엔 우리는 너무도 방관했다. 이미 놓쳐버린 것들과 바뀌어야 할 것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해야 하는 것들. 불편한 진실이 더더욱 우리들 곳곳에 스미었으면.
2019 가장 즐겨 찾은 웹사이트
파파고. 어느 곳에 사는 누구건 이제는 모두와 소통할 수 있다. 일본어 중국어 영어 불어 이제 무서울 것 하나 없다.
● 박진우/ VISLA 그래픽 디자이너
2019 가장 흥미로운 인물
조조타운의 설립자 마에자와 유사쿠. 일본 20위 안에드는 억만장자다. 한반도 부자 형들이 이 형 돈 쓰는 것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그는 2020년에 예술가 몇 명을 데리고 달나라에 간다. 예술가를 데리고 가는 이유는 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 위해서라고.
2019 가장 불편했던 진실
늙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죽겠지.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늙고 있다. 이 책이 나올 때쯤이면 더 늙어 있겠지. 그 반대는 없다. 각자 소중한 삶이니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
2019 가장 인상적인 공간
2019년 가을, 뒤늦게 독립하여 효창공원앞역 근처에 보금자리를 꾸렸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효창공원’에 산책을 가보았다. 요새 생기는 나무도 듬성듬성 심어놓고, 디자인한척하는 공원과 다른, 밀림을 연상케 하는 수풀이 우거진 공원이었다. 공원이라기보다는 숲에 가까운 도심 속 슈퍼 녹지였다. 심지어 평지가 아닌 경사면에 자리해서, 걷다 보면 등산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인간과 시간이 함께 만든 효창공원만의 우거짐과 러프함은 좀 더 리얼한 산뽀를 경험하게 한다.
진행 / 글 │ 오욱석
*해당 기사는 지난 VISLA Paper 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