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Meets Graffi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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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의 생각, 생활방식이 모여서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고, 그것은 마침내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이른다. 각기의 문화는 그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확고한 색깔을 찾아나간다.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와 그래피티, 음악 등을 아우르는 스트리트 컬쳐 역시 여러 방면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이렇게 볼 때, 스트리트 컬쳐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피티가 패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게다가 패션만큼 콜라보레이션에 관대한 영역도 없지 않은가?

 

layout 2014-8-25(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Supreme, Stussy, Vans, The Seventh Letter, Obey)

그래피티가 ‘길거리 예술’의 전유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 같다. 패션과 예술의 교류는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사진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화보작품을 탄생시키는가 하면, 역사 속의 여러 예술작품들을 패션에 녹여내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좋은 ‘떡밥’을 제공하는 분야는 아마도 그래피티가 아닐까 한다. 아마도 그래피티의 다양한 색채와 강렬한 스타일, 그리고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패션과 만났을 때 상당히 높은 시너지를 발휘했던 까닭이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그래피티의 요소를 함유한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때로는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직접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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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Jacobs X Stephan Sprouse, 2001)

단순히 범법 행위, 낙서 문화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장르로 받아들여진 그래피티, 스트릿 아트는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색다른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2001년 Marc Jacobs와 아티스트 Stephan Sprouse의 합작으로 탄생한 Louis Vuitton의 그래피티 핸드백은 세계적으로 품절 현상을 일으켰고, 재생산에 대한 수요 또한 엄청났다. 이런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의 효과는 여러 패션 디자이너들과 그래피티 아티스트에게 여러 측면에서 큰 자극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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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ffiti-Couture’ Vogue Paris 2009.Nov / photographer Mario Sorre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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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Haring X Nicholas Kirkwood,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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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 2013 F/W)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라는 장르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KYE’. 그래피티와 힙합을 패션에 접목시킨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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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graffiti printed canvas backpack, 2014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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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X Graffiti Artist Andre, 2014 S/S)

 

새로운 방식으로 하이엔드 패션브랜드에 참여한 그래피티 아티스트도 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덜트(Kidult)는 상업주의, 물질주의가 만개한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Marc Jacobs, Hermes, Louis Vuitton과 같은 패션하우스의 전면을 스프레이로 태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콜라보레이션이 아닌 무차별적인 테러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의 방식은 아마 다른 패션디자이너들이 처음 접해보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괴적이고 반항적인 키덜트의 성향이 Marc Jacobs를 동하게 만들었고, 그들은 곧 함께 티셔츠를 제작해서 판매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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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예술로만 남는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 세계 유수의 패션 브랜드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예술과 패션의 만남은 새로운 창작을 통해 대중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으며,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만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마케팅이 되었다. 과거에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자기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었던 그래피티는 기본적으로 ‘범법 행위’지만, 그 점이 오히려 패션 디자이너들에게는 매력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따라서 디자이너 스스로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수단으로써 그래피티를 택한 것은 아주 적절한 방법이었다.

혹자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공존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으니, 상업성과 예술이 반대된다는 개념의 흑백논리보다는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이 보다 시대의 흐름에 올바르게 대응하는 방법은 아닐까. 앞서 언급한 키덜트 역시 그래피티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와 상업주의에 반하는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자신의 작품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이것을 단순히 모순이라 비판할 수 있는가? 생각해볼 문제다.

 

정혜인
VISLA Art Feature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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