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던 3월. 유례없던 이 기간 우리의 불안감과 지루함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여러 뮤지션이 앞다투어 앨범을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국내에 덜 알려졌지만, 놓치긴 아쉬운 음반의 소식을 3월 끝자락에 간단히 모아봤다.
Waxahatchee – [Saint Cloud]
2010년 케이티 크러치필드(Katie Crutchfield)가 결성한 프로젝트인 왁스해치(Waxahatchee)는 90년대 여성 인디록 사운드의 계보를 잇는다. 2012년 데뷔앨범 [American weekend] 이후 5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이번 앨범에는 포크, 컨츄리, 아메리카나 음악 등이 담겨있다. 본 이베어(Bon Iver)의 프로듀서인 브래드 쿡(Brad Cook)이 지난 EP에 이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Tony Allen / Hugh Masekela – [Rejoice]
두 거장의 만남은 아프로 비트와 남아프리카 스윙 재즈의 혼합을 만들어냈다. 토니 앨런(Tony Allen)은 나이지리아 출신 드러머 겸 작곡가로 아프로 비트라는 음악 장르의 중요 창시자 중 한 명이다.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는 그를 ‘현존하는 최고의 드러머’라고 묘사한 바 있다. 2018년에 별세한 휴 마세켈라(Hugh Masekela)는 남아공 출신 재즈 트럼펫 연주자, 작곡가이자 싱어로, ‘남아공 재즈의 아버지’로 불리며 사회운동가로도 맹활약했다. 전설적인 두 아티스트의 세션은 2010년 영국에서 겹치는 투어 스케줄을 포착한 프로듀서 닉 골드(Nick Gold)가 이루어냈고, 끝내지 못한 작업을 휴 마세켈라의 별세 이후 2019년, 토니 앨런과 닉 골드가 마무리했다.
Roger Eno / Brian Eno – [Mixing Colors]
형제인 로저 이노(Roger Eno)와 브라이언 이노는 이번 앨범 [Mixing Colors]에서 몽환적인 엠비언트와 클래식을 섞어 아름다운 사운드와 선율을 이루었다. 해당 앨범은 2005년부터 구상해온 프로젝트로, 약 15년 동안 미디 파일을 주고받으며 진행했다고. 불면증이 있다면 자기 전에 들어보길 추천한다.
Låpsley – [Through Water]
일렉트로닉 팝 뮤지션 랩슬리(Låpsley)가 첫 번째 앨범 [Long Way Home] 이후 4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어린 나이에 XL 레코딩스(XL Recordings)와 계약을 맺으며 주목을 받은 그녀는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와 고스트포엣(Ghostpoet)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직접 밝혔다. 빌리 아일리쉬(Billie Eilish)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 그녀를 언급하기도 했다. 랩슬리의 음악은 어느 혹자의 말을 빌리면 제임스 블레이크와 아델(Adele)의 만남이라고.
HAWA – [the One]
아직 알려진 바가 많이 없는 뮤지션. 하와(HAWA)는 베를린 출생이지만, 주로 뉴욕에서 시간을 보냈다. 뉴욕 필하모닉(New York Philharmonic)에서 막내 작곡가로 활동한 그녀의 음악적 재능은 클래식 음악을 넘어 현대적인 범위까지 포괄한다. 데뷔 EP인 [the One]은 트렌디한 싱잉-랩, RnB 트랙으로 구성되어있다. 쏟아져 나오는 다른 랩 앨범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그녀 특유의 목소리와 멜로디가 아닐까. 19살 하와가 사랑의 여러 측면을 노래한 해당 앨범을 감상해 보자.
Porridge Radio – [Every Bad]
2015년 다나 마골린(Dana Margolin)이 결성한 영국 브라이튼 출신 밴드로 그런지 록, 펑크록 등의 사운드를 주로 연주한다. 지속적인 라이브로 주목을 받은 이 밴드의 앨범 [Every Bad]는 피치포크(Pitchfork)에서 베스트 뉴 앨범으로 선정하기도. 이 앨범에서 포리지 라디오(Porridge Radio)는 부드럽고, 거침없으며, 감성적인 트랙들로 앨범을 이끈다.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단순하면서도 에너지 가득한 이 앨범은 신선하게 들린다. 앨범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또한 밴드의 매력을 잘 드러낸다.
The Anxiety (Willow / Tyler Cole) – [The Anxiety]
윌로우 스미스(Willow Smith)와 그녀의 연인 타일러 콜(Tyler Cole)이 결성한 밴드 더 앤자이어티(The Anxiety). 밴드와 동명인 앨범 [The Anxiety]는 펑크, 얼터너티브, 로파이 일렉트로닉 등을 담고 있다. 앨범 작업의 연장선상으로 로스앤젤레스 뮤지엄에서 그들은 유리로 된 방에서 24시간 동안 불안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진행한 바 있다. 코로나 여파로 전시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트위치로도 중계했다.
Shabaka and the Ancestors – [We Are Sent Here by History]
톰 미쉬(Tom Misch)부터 유세프 데이즈(Yussef Dayes), 카말 윌리엄스(Kamaal Williams), 애슐리 헨리(Ashley Henry) 등의 뮤지션과 함께 영국 재즈의 총아로 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샤바카 허칭스(Shabaka Hutchings)는 지금 새로운 재즈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그가 결성한 8인조 재즈 밴드 샤바카 앤 더 앤세스터(Shabaka and the Ancestors)는 이번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We Are Sent Here by History]를 통해 그들의 뿌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와 카리브 전통 음악을 혼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