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바이브(VIBE)의 ‘내돈내듣’ 캠페인

불과 20년 전까지 바이닐, CD, 테이프 등의 물리적 포맷, 즉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음반이 강세를 이루며 음악은 조촐하게나마 사운드 시스템을 구축한 일부 마니아의 예술 분야에 국한됐지만, 요즘엔 디지털 음원 시장이 대세다 ━ 사실 요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 . 온라인으로 뻗어 나간 음악 덕분에 음악이 포괄하는 대중성이 더욱 넓어졌다. 그리고 2020년에 우리는 수많은 음원 플랫폼 중 하나를 선택해 한 달, 약 만 원 정도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음악을 청취한다.

스마트폰에 이어폰만 꽂으면 바로 감상이 가능한 디지털 음원 서비스는 편리하지만 사실 뮤지션에겐 큰 리스크가 따르는 시스템이다. 이유인즉슨, 국내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의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음원을 정산하는 ‘비례배분제’를 채택해왔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감상한 이용료의 일부가 전혀 관계없는, 어느 인기가 많은 다수의 지갑으로 들어갔던 것. 음원 사재기 브로커 따위가 왜 생겨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의 인공지능 뮤직 서비스 바이브(VIBE)가 선구적인 방안을 모색, 올해 상반기부터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인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IBE Payment System, 이하 VPS)’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VPS는 바이브 이용자가 낸 스트리밍 요금이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아티스트들에게만 전달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고. ‘비례배분제’는 플랫폼 측면에서 합리적인 정산 방식이지만 바이브는 조금 더 아티스트 입장을 고려하여 팬과의 연결고리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고, 또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브는 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른바 ‘내돈내듣’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에 최근 현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저격하는 트랙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공개한 랩퍼 마미손이 바이브를 지원 사격하여 캠페인 영상을 제작했다. 뿐만 아니라 바이브 캠페인 열기에 힘입어 취지에 공감한 많은 음악 팬들 또한 열띤 호응을 보이는 중. 2020년 4월 10일 기준, 캠페인 공식 페이지에 무려 300만 명의 방문자가 다녀갔으며 ‘공감’을 표하는 버튼도 200만 회 이상의 클릭을 기록 중이다. 아티스트와 음악팬들 다수가 ‘내돈내듣’ 취지에 공감한 상황이다.

뮤지션의 지속적인 음악 활동을 돕는 바이브의 새로운 이용료 정산 방식. VISLA는 주변 독립 뮤지션에게 이를 물었고 하단에 그들의 짧은 코멘트를 담았다.

VIBE ‘내돈내듣’ 캠페인 공식 웹페이지


이현송 (밴드 불고기디스코 보컬) : 플랫폼과 이용자의 구독 관계를 넘어 이용자와 아티스트를 심적으로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 것 같다.

짱유 (래퍼) : 1차 창작자의 입장으로서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창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한 방식을 이제라도 도입한다는 것이 너무나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더욱 발전될 바이브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겠다.

문이랑 (디제이, 프로듀서) : 개인적으로는 네이버 바이브 측의 용기를 되게 높게 사고 싶다. 어디에서도 밝히지 않은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사실 한국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 정산 시스템이 문제가 많은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만 하더라도 정말 개인적인 트랙은 오히려 밴드캠프를 통해 발매하는 편. 이러한 상황에서 음악가를 위한 정산 방식은 반가운 소식이다.

호림 (R&B 뮤지션) : 개개인이 만드는 음악의 가치는 그 음악을 사랑해주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반응으로 더 빛나야 하는데, 지금의 정산 방법은 우리의 음악을 더 상품으로만 보게끔 하는 것 같다. 바이브의 새로운 시도는 보다 더 뮤지션들과 그 음악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투명한 관계를 만들어 주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듣는 음악에 그에 맞는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 뮤지션을 응원하는 데 더 알맞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준원 (디제이, 프로듀서) : 반가운 정책이다. 현 정책들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예술을 하고자 하는 아티스트에게는 악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에, 음악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러 개선이 필요하다고 항상 생각했다. 바이브가 제시한 새 정산 방식이 음악 시장 문제점 개선에 대한 노력으로 보여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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