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ky Sunday with Auchentoshan #1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이때, 음주 문화 또한 과거의 방식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과 함께 그들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위스키를 가운데 두고 편안한 일요일과 휴식, 술 그리고 도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게일어로 ‘황야의 모서리’를 의미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오켄토션(Auchentoshan)과 함께한 일요일을 느긋하게 감상해 보자.


Location: 초능력
People: 이우재 서지수 김나라 김지환

초능력은 어떤 곳인가?

서지수: 우리 모두 초능력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친해졌다. 와인이나 위스키, 맥주를 주로 취급하는 술집이자 아지트 같은 장소다.

보통 일요일에 무엇을 하는지?

서지수: 프리랜서라 딱히 요일 개념이 없어서 그런지 일 없을 땐 등산하거나 가볍게 작업하는 편이다.

이우재: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놀고 나서 쉬는 날? 낮에 일어나 커피 한 잔 하고 쉬는 게 좋다.

김지환: 딱히 일 없으면 그림 그리고 작업만 하는 편이다.

일요일이라 하면 보통 편안한 휴식을 떠올리기 쉽다. 각자에게 이상적인 휴식이란 무엇인가.

서지수: 왠지 일요일에는 영화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봐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영화 대 영화” 같은 프로그램을 멍하니 보다가 산책을 가든지 한다.

김나라: 사람 없는 곳을 찾는다. 사실 프리랜서다 보니 쉴 때는 그저 가만히 있고 싶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김지환: 시골 사람이라 그런지 최근에 들어 서울을 떠올리면 어딘지 질린다. 가끔 귀향이나 템플 스테이에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김나라: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걸 체감한다. 대학교에 진학하며 서울에서 살게 된 지 7년차인데, 서울에서 자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차이를 느끼곤 한다. 나는 타지에서 버틴다는 느낌인데 그들은 비교적 안정된 것 같았다.

이우재: 친가, 외가 모두 서울에 있어서 나도 쭉 서울 사람으로 살았는데 지금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원으로 이사 갔다. 서울은 집값도 비싸고, 심지어 내가 자란 곳은 재개발로 모두 밀렸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고향이라고 하기엔 편치 않은 느낌이다.

반대로 서울에 애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우재: 술 먹기 좋다. 밤에도 항상 환하지 않나. 불이 잘 안 꺼지는 것 같다.

서지수: 서울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질린다는 생각이 들 때 장기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서울이 살만한 곳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서울은 어디에서든지 공공기관, 편의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홍대에 살 때는 인파를 지나 집으로 귀가하는 일이 굉장히 소모적이고 피곤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한적해도 되려 쓸쓸하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얻는 영감이라면?

서지수: 평소 이것저것 관찰하는 편인데, 도시가 아닌 여행지에서는 무언가 관찰하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상황이 모두 한정적이다 보니 볼 만한 것이 없던 반면 서울은 어딜 가도 볼 게 너무 많아서 좋더라.

김나라: 서울이라서 작업이 특별히 더 잘되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보통 소셜 미디어 속 가상의 타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은 전시 공간이 많아서 좋다. 예술, 문화 공간이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작업하는 게 편하다.

김지환: 서울이라기보다는 한국에 살면서 고유한 언어의 매력에 이끌리는 편이다. 한국말의 미묘함, 귀여움 같은 것.

술이 각자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김지환: 날마다 다르다. 술 깨고 봤을 때 왜 이렇게 작업했지 싶은 것도 있다.

이우재: 평소에는 소심하다가도 술 먹으면 말이 많아지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술에 취한 상태로 작업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술에 의존하거나 술이 없으면 작업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서지수: 술 먹고 대화하다가 그 구간이 너무 재밌으면 메모하고 나서 나중에 만화로 그리기도 한다.

위스키도 자주 마시는지? 위스키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우재: 어제도 먹었다. 향과 맛도 좋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조금만 마셔도 취하니까 좋다.

서지수: 맛도 맛이지만 술에 따라 어울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 먹고 싶은 날이 있고 조용히 혼자 와인 한 잔 하고 싶은 날이 있는가 하면 위스키는 조용히 소수의 사람들과 마시고 싶은 느낌이다.

김나라: 나는 위스키를 마실 때 얼음을 굴리는 그 구간이 좋다. 소주에서 느낄 수 없는 간격이라고 해야 하나.

오켄토션의 첫인상은?

서지수: 열어보자마자 외관이 잘생겼다고 느꼈다. 진입 장벽도 높지 않은 맛인 것 같다.

김나라: 어렵지 않은 향? 먹기 편한 맛인 것 같다. 편의점에서 팔아도 좋을 것 같은데.

술 마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 혹은 대화가 있나?

서지수: 친구와 살짝 서먹해진 적 있는데 몇 달 뒤 함께 술을 마시면서 자연스레 풀었다. 술은 평소에는 쉽게 하지 못할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꺼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우재: 술을 워낙 자주 먹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계속 술을 찾게 되는 걸까?

이우재: 술을 처음 마실 때부터 취하는 그 느낌이 좋았다. 예전에는 자기 전에 꼭 마셨다. 당시 오토바이 정비 일을 했는데 일이 고되다 보니 일 끝나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거나 집에서 라면 하나 끓여놓고 영화를 보며 먹곤 했다. 술 먹는 게 습관이 된 거지.

김나라: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왠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잔을 부딪칠 때만큼은 다 괜찮아지는 기분이다. 괜히 정들고, 공동체에 속한 것 같은 느낌? 물론 공간이 만드는 힘도 있겠지만 술이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매개가 되는 듯하다.


Location: 레어버스 스튜디오
People: 심경식 박재용 김주승

이곳은 어떤 장소인가?

김주승: 내 작업실이다. 평소 이곳에서 작업을 주로 하는 편이고, 손님, 친구들도 가끔 놀러 와서 한 잔 하고 돌아가는 장소다.

보통 일요일에 무엇을 하는지? 혹은 일요일이 주는 특별한 인상이라면.

김주승: 직업 특성상 주말이 따로 없어서 주로 평일에 술을 마시고, 주말에는 집에서 쉬는 편이다.

심경식: 평일에 술을 못 마셔서 주말에 술을 왕창 먹는다. 일요일도 동네에서 술을 즐긴다. 다만 월요일에 출근해야 하니 일찍 마시고 잠에 든다.

박재용: 난 주말에 일하는 직업이니, 목, 금, 토에 음악을 틀고, 일요일에는 약간 늦게 일어나서 쉬는 편이다.

이상적인 일요일의 휴식은 어떤 형태인가?

김주승: 일요일은 조용했으면 좋겠다. 토요일은 시끄럽게 보내도 좋은데, 일요일만큼은 조용하게 보내고 싶다. 멀리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대충 반경 1km 내에서?

박재용: 나도 조용한 일요일이 좋다. 일 얘기보다는 동네 친구 만나거나,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쉬는 걸 선호한다.

서울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박재용: 서울에서 쭉 살아와서 그런지 다른 지역을 경험할 때 항상 기준이 되는 도시인 것 같다. 도시 자체가 빠르게 만들어졌으니 유행도 빠르고, 사람들이 일을 하는 속도도 빠르고, 항상 붐비고, 전체적으로 모든 게 빨리 돌아가는 도시 같다. 다들 일요일에 차분하게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런 점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워낙 다이내믹한 도시라 하루쯤은 조용하게 보내고 싶은 거지.

김주승: 난 파주에서 자랐다. 파주와 서울은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곳인데, 동네 분위기는 차이가 크다. 파주에서의 삶이 내 DNA에 주입되었기 때문에 쉴 때는 시야도 좀 트여있어야 하고 조용해야 진짜 쉬는 기분이 나야 한다. 그러나 어차피 한국에서 무언가 창작 활동을 하려면 서울에 발을 들여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쩌면 서울밖에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필요에 의해서든, 뭐든 결국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 그렇게 나도 서울 속 일원이 됐지.

도시에서 느끼는 영감 또는 삶의 태도라면?

심경식: 우리 모두 공통적으로 느끼는 무언가가 외부에서 봤을 때는 분명히 존재할 것 같다. 막상 서울 안에 있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김주승: 서울은 빠르지 않나. 해외의 많은 도시는 지역 문화의 색이 또렷하게 있는 반면에 한국은 엄청 빠르게 변하고, 소비된다. 그런 게 서울인 것 같다.

박재용: 어떤 예술이든 불균형적인 모습인 것 같다. 이제 새로운 세대가 조금씩 그 불균형한 부분을 채워가는 느낌?

셋 모두 술을 즐겨 마신다. 술이 창작 활동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김주승: 사실, 작업 중에도 가볍게 맥주나 위스키를 찔끔찔끔 마시는데, 보통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 술을 마신다. 나는 술을 마시며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얻는 게 많다. 사회 이슈,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에 걸친 이야기가 모두 아이디어가 된다.

박재용: 디제이라는 직업이 결국 술과 함께하는 일이지 않나. 한 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어울리다 보면 평소와는 다르게 처음 인사하는 사람들과도 쉽게 친분을 쌓을 수 있다. 심경식과 처음 대화를 나눈 곳도 클럽이다.

심경식: 술을 마시고 노는 일 자체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들을 클럽에서 보다 보면 느끼는 게 많다.

위스키만의 매력이라면?

박재용: 위스키는 브랜드별로, 브랜드 안에서도 종류가 세분화된다. 이에 따라 맛도 확연하게 다른 것이 매력적이다. 다양한 맛과 향을 찾아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재밌다.

김주승: 한국인이 소주를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봤다. 사실 대한민국이 지닌 빠름의 미학에 적합한 술이 아닐까? 그래서 나도 자연스레 소주를 마시지만, 가끔씩 기분 좋은 날에는 위스키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심경식: 소주는 따르고 나면 빨리 비워야 할 거 같은데, 위스키는 향과 맛을 천천히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술자리를 온전히 즐기는 기분이다. 소주는 너무 빨라서 그 시간이 휙 지나가버리지 않나.

박재용: 사실 나도 위스키를 즐겨 마신 지 얼마 안 됐다. 위스키를 취급하는 바(Bar)가 점점 캐주얼하게, 젊은 층도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변하는 것 같다. 좋은 음악과 술을 곁들일 수 있는 장소가 생기면서 위스키를 자주 마시게 됐다.

오켄토션을 시음한 소감은.

김주승: 과일향이 느껴진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 같다. 얼음 넣어서 먹으면 맛있을 거 같은데.

박재용: 단맛도 나고, 과일향도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또 이걸 마지막에 음미할 때는 결국 독주긴 독주라는 인상이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술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경식: 친구들과 놀 때 할 게 없어서 마시는 거지. 술 마시면 즐겁지 않나. 스트레스를 달래거나 해결책을 찾고 싶을 때 마시는 것 같은데.

박재용: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리지 않나. 기분이 좋을 때는 더 신나기 위해, 스트레스받을 때는 좀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특히 우리 같은 프리랜서, 창작자 군은 요일 개념 없이 일하다 보니 매일 조금씩 긴장이 쌓이는 듯한데, 술 한 잔에 또 그걸 내려놓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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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권혁인
포토그래퍼│유지민
헤어 / 메이크업│윤나나 박진형

*경고: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산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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