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Bar #Kompakt Record Bar

처음 내가 경험한 360사운즈(360 Sounds)는 압구정 에어(Air)에서 열린 아홉 번째 파티, ‘Soulscape vs. Espionne’였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로컬 파티를 서울에서 멋들어지게 선보이던 360사운즈는 4번의 파티가 지나고 나서 기어이 동네를 벗어날 줄 모르던 촌놈을 움직이게 했다. 360이라는 이름을 아는 1980년대생은 아마도 둘 중 하나로 기억할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 또는 ‘내가 속하고 싶은 집단’. 당시 21살이었던 내가 가본 클럽이라곤 NB 정도에 불과했는데, 그곳은 어딘지 정해진 루틴으로 당시 유행하던 힙합을 모아놓은 셋을 반복하는 것 같아 금세 흥미를 잃었다. 그러나 360에서는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다니던, 남들은 모를 거라 생각하며 남몰래 즐기던 음악이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나는 그때 이곳에 속하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목이 늘어난 카라티에 청바지를 입은 내가 파티에서 아마도 가장 평범한 복장이 아니었을까? 그곳에서 노는 이들은 왠지 서로 안면이 있는 듯했고, 결코 저렴하지 않은 스트리트 브랜드는 그들의 휘장이었다. 그렇게 밥 말리(Bob Marley)의 “One Love”가 흘러나오던 플로어를 뒤로하고 집에 돌아와 소울스케이프의 앨범 [Lovers] CD를 괜히 어루만졌던 기억. 그날은 내가 보고 듣던 신(Scene)이라는 게 물리적인 형태로 다가온 첫 장면이 아니었을까.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그곳에 있던 멋쟁이들은 지금 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밤에는 신사동의 한 레코드 바에 모여 있을지도 모른다. 패션, 음악, 예술 등의 분야에서 정력적으로 활동하던 당시의 20대는 이제 30~40대가 되어 매일 밤 뜨거운 열기가 진동하는 클럽보다는 적당히 한잔할 수 있는 바로 향하고 있다. 360사운즈의 공동 파운더로서 서울의 쿨한 밤을 갈망하던 이들을 한곳으로 불러 모으던 디제이 진무(Jinmoo)가 2018년, 신사동 부근에 콤팩트 레코드 바(Kompakt Record Bar)를 열었다. 그 뒤로 신구 초등학교 근처 덩그러니 자리한 이 작은 공간에서 ‘360 친구들’을 필두로 다방면에 걸쳐 활발할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360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여전히 조금은 특별한 음악을 원하는 이들이 적절히 섞여 화합을 이루는 곳. 바로 콤팩트 레코드 바의 주인장이자 디제이 그리고 조금은 은밀한 구석이 있는 360 네트워크의 호스트, 진무를 만났다.


JMG 스튜디오를 활발히 운영하던 2018년 당시 조금은 갑작스럽게 콤팩트 레코드 바를 오픈했다. 바를 열게 된 계기라면? 그 영감의 원천은 무엇이었나.

사실 오래전부터 상상하고 있었다. 자기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남자들의 어떤 공통분모가 아닌가. 2~3년 전부터 레코드 바를 열고 싶어서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며 근처 공간을 둘러보곤 했다. 신사동에 몇 년 있다 보니 자연스레 어디 매물이 나왔는지 알겠더라고. 그러다 우연히 사무실 근처에 치킨집 자리가 생겨서 둘러보러 갔다. 오래된 곳이라 지저분했지만, 공간 사이즈도 괜찮고 천고가 높은 게 마음에 들었다. 몇 년 전부터 생각하던 차에 마침 자리가 생긴 거지. 처음 열 때는 360이나 주변 친구들, 내가 아는 사람들이 조촐하게 모여서 술 먹고 노는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다.

바 문화는 여전히 한국인에게 익숙하진 않은 듯하다.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섹시바, 토크바 등의 유흥업소 형태로 접한 성인 남성이 더 많을 것 같은데. 근 몇 년 사이 강남권 일대를 중심으로 득세한 싱글몰트 바의 유행과 콤팩트의 문을 연 시기도 관련이 있을까?

전혀 상관없지. 내가 평소에 소주나 먹지, 바를 즐기진 않았으니까. 위스키 몇 개 먹어본 거 말고는 술에 관한 지식도 없었다. 또 싱글몰트를 위시한 국내 바는 굉장히 전문적인 바텐더들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가. 다만 콤팩트는 음악이 좀 특별한 거지. 그냥 내가 재밌게 놀 수 있는 바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찾아보니 레코드 바의 원류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 직접적인 영향을 준 장소가 있는지?

콤팩트 같은 레코드 바의 형태를 ‘재패니즈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일본이나 파리를 다니며 작지만 매력적인 바나 카페를 보면서 오히려 나에게는 작은 공간이 더 잘 맞을 것 같았다. 물론 콤팩트 이전에도 흔히 말하는 LP 바, 바이닐 펍 같은 형태로 유행하긴 했지. 그런데 한국에서 LP를 표방하는 일련의 공간은 왠지 70~80년대의 향수를 추구하는 이미지로 굳혀진 것 같아서 나는 오히려 LP나 바이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내가 딱히 레트로를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특별히 과거의 향수를 팔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이름을 ‘콤팩트 레코드 바’로 지었다.

콤팩트의 레코드 컬렉션이 궁금하다. 잠시 소개해줄 수 있을까?

특별히 정한 건 없는데 기존에 디제이로서 댄스플로어 위주의 음악을 선보였다면, 콤팩트에서는 좀 더 다양한 결의 음악을 들려주려고 한다. 디제이들이 꼭 클럽에 특화된 레코드만 모으는 건 아니니까. 그러다보니 재즈(Jazz)나 훵크(Funk), 소울(Soul) 위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디제이 경력만큼 수집한 바이닐에도 자부심이 클 것 같다. 언제부터 레코드를 모았는지? 당시 구한 레코드 중에서 아직 플레이하는 것들도 있나?

고등학교 때도 가끔 판을 사긴 했지만, 스무 살 때 턴테이블을 사고 나서부터 정식으로 판을 구하러 다닌 거 같다. 그 당시에 산 레코드도 여전히 콤팩트에서 틀곤 한다. 힙합 위주로. 그런데 나는 디제잉이나 힙합을 좋아해서 레코드를 샀지, 엄청 진지한 디거는 아니었다.

목, 금요일은 360사운즈를 비롯한 디제이를 섭외해서 특별히 디제이셋을 들려준다. 그들에게 따로 주문하는 내용이 있는가?

디제이들의 스타일을 이미 대충 아니까 사람을 보고 섭외하는 거지. 내가 특별히 주문하는 코드가 있는 건 아니고. 최근에는 노아임낫(Noimnot)이라는 친구가 틀었는데 셀렉션이 좋았다. 매일 판만 사는 거 같던데.

메뉴가 단출한 편이다. 특히 칵테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데, 다양한 칵테일이나 주종을 즐기지 않는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된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일단 내가 잘 모르니까. 여러 가지 술을 놓기에도 좁은 공간이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거나 새롭게 먹어보고 나서 맛있다고 생각한 주종을 메뉴로 선정했다. 콤팩트는 앞서 말했듯, 술이 특별한 곳이 아니다.

이른 시일 내에 신사동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이 작은 곳에 발 디딜 틈 없이 방문객이 많은데,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오너로서 의견이 궁금하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 입지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고, 엄청 거창한 공간도 아니지 않나. 그냥 음악을 즐길 만한 작은 바 문화가 국내에 자리 잡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기존에 존재하던 LP 바도 내 생각에 ‘바 문화’라고 하기에는 일반적인 펍, 술집의 형태에 가까웠던 거 같다. 내가 생각하는 바는 온전히 바를 중심으로 공간이 운영되어야 한다. 콤팩트는 여기에 사운드 시스템을 좀 신경 쓴 정도? 그냥 내 취향이 자연스레 드러난 바인 것 같은데. 여기다 대입하면 좀 웃기지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거라고 하지 않나. 하하. 나는 콤팩트 말고도 이 근처에 재밌는 가게가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도 어디에 좀 가고 싶은데. 심심하다고.

360사운즈의 파운더이자 디제이로서 오랜 시간 서울에서 다양한 파티를 열었다. 클럽 위주의 베뉴에서 파티를 여는 일과 콤팩트 레코드 바라는 공간을 운영하는 일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360은 소울스케이프, 플라스키를 비롯해 여러 친구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이지 않나. 함께 논의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지만 반대로 의견이 너무 많다는 단점도 있지. 이건 나 혼자서 결정하고 리스크도 내가 떠안는 일이다. 음악이나 디자인이나 모두 나를 반영한다. 외롭지 뭐.

360사운즈의 파티가 매달 열리던 2000년대 후반, 파티에 모였던 이들이 패션, 디자인 등 창조적인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고 난 뒤 다시 모여 이곳을 조금 더 성숙한 살롱, 만남의 장처럼 즐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문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로컬 바라면 신에 속한 이들이 교류하는 장으로서의 의미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보탤 코멘트가 있을까?

일종의 커뮤니티다. 360에서 놀던 시기보다는 세월도 좀 흘렀으니 그때 함께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다들 자기 분야에서 일하다가 각자의 네트워크를 데려오면서 자연스레 어울린다. 그렇게 커뮤니티 성격이 만들어졌다. 물론 지금은 내가 모르는 손님도 많다. 그들 역시 이곳에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서 비즈니스를 만들기도 하고 그런다. 나야 뭐, 주된 일은 그들에게 술과 음악을 제공하는 거니까. 콤팩트 굿즈가 손님과 우리를 잇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공간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 있는지?

매일매일 미어터지는 것도 아닌데 뭐. 꼭 넓혀야 할 필요가 있나.

최근 ‘오픈 턴테이블’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어떤 의도에선가?

콤팩트에서 음악을 틀고 싶다는 분들이 더러 있다. 다만 신청곡을 받기보다는 레코드 문화에 관심 있거나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을 정식으로 초대해서 그들의 레코드 또한 함께 듣자는 취지로 진행해보고 싶다. 우리는 장소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 그중에서도 한 시간 이상의 믹스가 가능한 분이나 실제 프로페셔널 디제이는 우리가 게스트로 따로 섭외할 수도 있고.

티셔츠, 후디 등 나왔다 하면 품절인 굿즈가 현재 콤팩트의 인기를 대변하는 듯하다. 성업하면서 초기에 레코드 바를 열었던 동기와 달라진 부분이 있나? 브랜드로서 지향점이라든지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면 들려 달라.

이미 장기적인 플랜은 머릿속에 있었지. 360 때처럼 음악을 틀고 포스터 디자인을 하고 굿즈를 만드는 일을 지금도 그대로 하는 거니까. 내 공간이 생기면 티셔츠를 찍는 일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게 브랜드가 될 수도 있지. 그렇다고 무슨 전략으로 접근한다기보다는 계속 좋아하고 해오던 일이니까 자연스럽게 가는 거지. 지금은 굿즈의 반응도 나쁘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하다 보니 내가 얼마만큼 브랜드로서 힘을 실어야 할지 결정할 단계가 온 거 같은데. 리테일을 늘린다든지, 종목을 늘린다든지, 아니면 그대로 가든지.

이전에는 굿즈를 바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리테일이 좀 늘어난 모양새다.

비이커(Beaker)와 함께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나서부터 컬렉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름, 가을 시즌에는 그래도 시기에 맞게 뭔가 발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스케줄이 필요할 것 같더라고. 지금은 하이츠, 플라스크, 1984에 들어가 있다. 좀 늘어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실제 즐겨 마시는 주종 TOP 3.

발베니 12년, 야마자키 12년, 소주.

술 마시기 가장 좋은 장소 TOP 3.

춘식당, 마리모, 오라방 신사점 그리고 콤팩트.

근래 콤팩트에서 자주 플레이한 곡 TOP 5.

Sweet Charles – Yes It’s You
Lou Donaldson – Pot Belly
BROCKHAMPTON – SAN MARCOS
Lalo Schifrin – Sanctus Benedictus
Benny Reid, Mike Smith & Jonathan Hay – Microphone Fiend

Kompakt Record Bar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에디터│권혁인
포토그래퍼│배추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Paper 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