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삶 속 깊은 구석까지 침투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변화와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영향을 정통으로 맞은 결과는 작은 습관 하나 바꾸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완전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강요했다. 처음엔 단어마저 생소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 기간의 연장과 완화를 반복하고, 본의 아니게 적극적인 사회 활동에 제약이 걸린 결과, 그중 몇몇은 꽤 나 큰 상실감을 맛봤을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열심히 지킨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 기간을 거쳐 일시적으로 해제 수순을 밟는 듯했으나 최근 이태원을 중심으로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며 전국민의 두려움은 급증하고야 말았다. 그렇다면 향후 당분간은 혼자만의 수행과 여정이 계속될 터. 안전한 나만의 공간,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대체재를 찾아보는 일 또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것. 당장 무료함을 달래줄 시간 때우기에 지나지 않더라도, 독서나 홈트레이닝에 따분함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한 몇 가지 대안을 소개한다.
- 작은 정원 만들기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진 다양한 자연경관과 동식물의 조화를 보다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을 때, 바깥 생태계의 일부분을 내 방 작은 수조 안에 옮겨온다면 그만큼 지친 마음을 환기하고 평화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일도 없을 것.
실제 환경과 최대한 유사한 생태계를 조성한 뒤, 그 안에서 자연스레 생겨나는 순환과 유기적인 관계 등 흥미로운 장면의 관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데, 수조 내에 육지와 습지의 비율, 기르는 생물의 종류에 따라 테라리움, 비바리움, 팔루다리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작은 정원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수조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재료는 살아있는 식물과 영양분을 머금은 흙, 때에 따라서는 작은 동물과 그들의 배설물 분해를 책임질 쥐며느리 등의 작은 분해 동물로 구성되며 자연 그대로를 옮긴, 꽤 사실적인 사육환경인 만큼 정석적인 여과 사이클 설계는 필수라고 한다.
섣불리 도전하기가 망설여질 정도의 복잡한 준비 단계지만 어디까지나 그 구성은 정원 주인 마음에 달린 것이기에 높은 자유도 안에서 자신만의 소우주를 창조해보는 것은 어떨까. 식물이 만들어내는 산소 덕에 ‘공기의 질이 좋아진다’라는 마니아의 사심 섞인 호평 역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 데들리스트 캐치(Deadliest Catch)
데들리스트 캐치(Deadliest Catch)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정적인 생활의 끝을 달리는 모습과는 정반대에 놓인, 이른바 ‘극한 직업’으로 악명 높은 알래스카 베링해 킹크랩 잡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 게임이다.
디스커버리 채널(Discovery Channel)에서 방영한 동명의 다큐멘터리 “Deadliest Catch”를 바탕으로 제작했으며 철저한 어선 및 장비 관리, 관련 어획법에 따라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작은 개체를 방사하는 등 실제 게잡이와 동일한 방식의 플레이를 요구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이불 속 편안함 그 자체인 내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앞설 것이다.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Steam
- 코로나 버추얼 트립(Corona Virtual Trip)
현실에서 자유로운 여행이 불가능한 대신 가상의 공간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도시간 봉쇄가 이루어진 현 상황에서 전 세계 여러 박물관, 도시별 명소에서는 자가 격리자들을 위해 VR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물관계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영국의 대영 박물관을 비롯해 영화의 배경으로도 여러 차례 등장한 이력이 있는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요세미티 국립공원부터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탓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샌디에이고 동물원까지 클릭 몇 번만으로 손쉬운 관람이 가능하다.
그중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경우 배경 사운드와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의 추가로 보다 현장감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박물관 링크 바로가기
- 스니커즈 세탁 / 복원
혼자만의 시간에 주변 청소를 즐기는 이라면, 더군다나 스니커즈 마니아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썸네일로 가득한 채널이다. 기본적인 세탁 및 수선의 과정이 전부 담겨있고 비교적 간단한 수선 방법에서부터 다 망가진 신발을 말 그대로 재탄생시키는, 꽤 고난이도의 수선 과정까지 전부 담고 있다.
물론 수선하는 데 필요한 커다란 머신을 비롯해 많은 도구들을 가정집에서 찾기는 어렵기에 집에서 영상만큼의 수준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쉬는 날 몇 켤레 붙잡고 앉아 그냥저냥 따라할 만하다. 물론 귀찮은 마음이 든다면 다양한 신발이 새 생명을 얻는 모습과 함께 ASMR의 용도로 즐겨도 무방.
- AI 화백(AI Gahaku)
‘Gahaku(화백)’라는 이름답게 원하는 사진을 업로드하면 해당 사진을 르네상스 풍의 드로잉으로 바꿔준다. 기존 구글 아트앤컬처(Art & Culture)에서 선보인 바 있는, 비슷한 유형의 사진을 매치시키는 시스템과는 다르게 업로드한 사진을 기반으로 사진을 재창조한다. 10개의 각기 다른 필터를 사용할 수 있으며, 각 필터의 이미지적 특성은 동시대 예술가들의 화풍과 닮아있다.
AI가 예술계에 발을 내린 이후 생겨난 몇 예술 작품이 떠오르는, 이상적인 결과물이 있는 반면에 정면을 제대로 응시하지 않았거나 조명 등에 문제가 있는 사진을 비롯한 AI가 원하는 조건에 충족되지 못하는 사진의 경우 의도한 바와는 다른 ‘실패한’ 결과물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 스피어 피싱 & 캐치앤쿡(Spear Fishing & Catch and Cook)
바다로, 계곡으로 가는 여행에 갈망을 느낄 때면 당장에 짐을 챙겨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테지만 현실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아쉬움은 뒤로하고 영상으로나마 그 갈증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살아있는 물고기나 랍스터 등을 사냥, 손질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보이고 불과 몇 분 남짓한 순간 식재료가 되어버리는 모습은 일부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화면 속에 펼쳐지는 바닷속 아름다운 모습을 시청할 때, 몇 분 남짓한 짧은 순간이라도 숨이 트이는 경험을 선사한다. 사냥을 마친 후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투박한 솜씨의 요리 과정은 인간에 내재된 원초적인 무언가를 자극시키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