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널려있는 쓰레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언젠가 갖가지 쓰레기봉투가 쓰레기통 안에 모여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또는 거리에 흩뜨려져 있는 쓰레기가 새롭게 느껴져서 사진에 담아본 적이 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런데 세계 곳곳에도 쓰레기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하는 예술가들이 있었다. 네 명의 아티스트가 ‘작정하고’ 만든 정크 아트를 소개한다.
1. Ferancisco de Pájaro – Art is trash
프란시스코 데 빠하로(Ferancisco de Pájaro)에게 “Art is trash.” 라는 말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들이 몇 천개의 예술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예술이 단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이후 바르셀로나는 거리에서의 자유로운 표현들을 금지했다. 빠하로는 길거리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 때 생각해낸 합법적인 대상이 바로 길거리의 쓰레기였다. 쓰레기가 물론 유쾌한 오브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는 쓰레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사회가 역겹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들에서 재미와 아름다움을 창조해낸다.” “쓰레기는 사람들에게 혐오, 무시의 대상이며 냄새나고 썩은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웃음을 준다.” 그는 쓰레기를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한다. 또한 그는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즐겁고, 그것을 이용해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예술의 흥미로운 점이라고 말했다.
빠하로는 쓰레기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에게 쓰레기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해주는 매개체이며, 인간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쓰레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2. Justin Gignac – NYC garbage Cube
저스틴 지냑(Justic Gignac)는 2001년, 패키지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친구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NYC Garbage Cube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이 싫어하고, 절대 사지 않을 만한 것들을 찾으러 다녔다. 그러던 중 타임스퀘어의 지저분한 거리에서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고, 이것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NYC 쓰레기 큐브는 12년이 지난 2013년, 전 세계 30개국으로 널리 퍼졌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게이퍼레이드 등과 같이 특별한 행사가 열렸을 때 버려진 쓰레기들을 담은 한정판도 탄생했다. 아마도 이 작품들은 사진을 대신해 그 날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각 작품은 저스틴 지냑이 직접 주운 쓰레기들을 큐브에 조심히 담은 뒤 자신의 서명, 날짜를 적고 번호를 매긴 다음 콜렉터들에게 최종적으로 전달한다. 그는 각 큐브의 위치를 계속해서 구글맵에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큐브의 사진들은 그의 웹 사이트를 통해 구경할 수 있다. 쓰레기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매개체로 굳건히 자리잡은 듯하다.
길에서는 쳐다도 보지 않을 쓰레기들이 큐브에 담겨서 하나의 수집품이 되어 각 가정에 자리를 잡았다. 아마도 지냑은 옛 동료의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 같다.
3. Carly Fischer
칼리 피셔(Carly Fischer)는 진짜 쓰레기가 아닌, 종이로 제작한 쓰레기로 조각품을 완성한다 . 그녀가 만드는 것은 간단히 말해 종이로 만드는 쓰레기의 복제품인데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서 실제 박스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녀가 만드는 복제품의 원본은 맥도날드, 말보로, 던킨 도넛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로고가 찍힌 패키지다. 이렇게 만들어진 설치품은 하나의 공간 안에서 층층이 쌓이기도 하고, 흩뿌려지기도 한다. 그녀의 창작품은 쓰레기를 소재로 완성하는 다른 예술과는 다르게 실제의 복제품을 만들어 장소에 두는 만큼, 장소와 장소의 상실, 실재와 재생산 사이의 관계를 깊게 파고든다.
4. Joshua Allen Harris – The Inflatable
뉴욕의 시민들은 아마도 이 비닐 봉지를 보고 “여기에 쓰레기가 있구나.”정도의 생각을 할 것이다. 뉴욕 길거리에서 발에 밟히는 게 쓰레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하철이 이 환기구 아래를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는 바람이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생명을 얻은 비닐 봉지는 4.5미터 크기 사람 머리를 한 동물이나 북극곰, 괴물 등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이것은 스트리트 아티스트 조슈아 알렌 해리스(Joshua Allen Harris)의 작품으로 필요한 것은 단지 비닐봉지, 쇼핑백, 테이프와 바람 뿐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 가장 큰 것은 7미터에 이른다. 길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바람에 휘날리며 모습을 갖추는 큰 풍선이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잡았다.
사람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길거리가 이런 재미있는 작품들로 가득 차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예술이 특정한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 발짝 벗어난다면,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로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의 손에 의해 다시 새로운 모습을 찾은 쓰레기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재료로써 제 몫을 다했다. 어쩌면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중요한 교훈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