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로 인해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량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는 “나는 해당 안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변하고 있다고 해도 내 일상만큼은 여전한 것 같았으니까. 여느 때처럼 출근하고, 넷플릭스 보고, 인터넷으로 옷 구경이나 하면서 살고 있는데 변해봤자 뭐 얼마나 변할라고.
하지만 최근 우연찮은 계기로 내 유튜브 시청 시간을 확인해보니 나 역시 다른 이들과 다를 것 없더라. 코로나 이전에 비해 무려 2배 정도 늘어있는 시청 시간을 보고 잠시나마 충격을 받았다. 필자의 얘기가 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절대적 존재, 유튜브(Youtube)에게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 잠식 당하고 있다.
이번 달 우리의 유튜브 탐방을 가이드해 줄 이는 레어버스(Rarebirth)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 김주승이다. 그래픽 기반으로 다양한 비주얼을 제작하는 그는 수민(Sumin), 소코도모(Sokodomo), 디피알 라이브(DPR Live) 등 서울에서 가장 핫한 아티스트들의 앨범 커버와 각종 파티 플라이어 등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하단은 레어버스가 그의 추천 리스트에 대해 남긴 짧은 소개 글이다.
Rarebirth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을 때를 위한 플레이리스트”
주체적인 삶.
정착된 삶에서 벗어나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사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단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사는 사람, 공간에 삶을 맞추기보단 자신의 삶에 공간을 맞추는 사람. 스스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주변을 대하는 것. 유튜브 영상 속 주체적인 삶들을 살펴보며 나 자신도 살핀다. 쉽게 말하자면 대리만족과 간접적 경험을 통해 잠시나마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지… 설명은 다소 거창하지만 영상들은 캐주얼하고 재밌는 편이다. 그래야 자주 볼 수 있을 테니…
1) “150원짜리🇮🇳헤나 해봄 ⎮ 인도 겐지스 잉여의 삶“
영상 길이: 6분 16초
채널: 원지의하루
여행 유투버 원지 님의 인도 여행기. 원지 님이 구사하는 멘트들이 워낙 캐주얼하고 재미있어서 쉽사리 빠져들게 된다. 일반적인 한국 여행 유튜버들과는 다른 편안함이 가장 큰 장점. 고백하자면 사실 자주 챙겨보는 채널은 아니다. 과거 아프리카 여행기 편을 보고 구독한 뒤로 최근 오랜만에 다시 찾게 되었는데, 인도 편이 진행 중이길래 다시 보게 되었다. 인도 여행의 추억들을 되새겨 보는 맛. 인도를 여행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2) “나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시각장애인 입니다“
영상 길이: 11분 31초
채널: 미니멀유목민
미니멀리스트이자 여행가이드인 박작가 님의 채널 영상 중 하나다. 이 채널의 차별점은 미니멀리즘을 토대로 여행에서나 일상생활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들을 전수한다는 것.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 자체가 현재의 나의 삶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끌리는 듯하다. 특히 이 영상은 후천적 시각장애인 마데 씨를 인터뷰하는 영상인데 심적 울림이 꽤 크다. 영상 후반에는 나름의 반전도 있고… 하지만 채널의 특성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이 영상부터 보는 것은 비추다. 우선 다른 영상들을 충분히 보고 박작가 님을 이해한 후 이 영상을 감상해야 더욱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3) “세계테마기행 – 마다가스카르의 어린왕자 1부- 바오바브나무의 꿈_#002“
영상 길이: 17분 37초
채널: EBSDocumentary (EBS 다큐)
교육 방송 EBS의 다큐 시리즈 “세계 테마기행”의 마다가스카르 편이다. 마다가스카르는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이라 이 영상이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찾아보곤 한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매번 다른 여행가/ 나레이션으로 구성된다는 것. 유튜브를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여행 유튜버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의 텐션으로 필요 이상의 ‘여행 꿀팁’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오히려 정직해서 그런지 더욱 정감이 가고 여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클래식이란 바로 이런 맛이 아닐런지…
4) “너무 다른 우리가 모두 행복한 집, 뒤에서는 1층 앞에서는 3층인 ‘고개집'”
영상 길이: 22분 36초
채널: EBS 컬렉션- 라이프스타일
규격화된 아파트를 벗어나 자신만의 집을 지어 사는 사람들과 그 집을 소개하는 채널이다. 이 영상의 주제는 고개집이라고해서 ‘고’양이와 ‘개’와 함께 살기 위해 지어진 집이다. 집의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멋있어서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지만 가장 매력적인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기 좋게끔 구석구석 신경 쓴 인테리어. 이 영상 외에도 시골에 내려가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며 탈서울을 꿈꾸곤 한다.
5) “Space 🔴Ambient Music LIVE 24/7: Space Traveling Background Music, Music for Stress Relief, Dreaming”
영상 길이: 24/7
채널: Relaxation Ambient Music
엠비언트 음악과 우주의 비주얼이 무제한으로 재생되는 영상. 개인적으로 ‘내면 여행’이 필요할 때 찾는 채널이다. 짐을 챙겨 떠나는 ‘진짜’ 여행도 좋지만, 내면 깊숙한 곳의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행도 중요하지. 잠시나마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걱정거리, 일, 스트레스, 잡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된다. 마음을 다잡고 정신이 안정화되면 없던 집중력도 생기고 놓쳤던 것들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