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서울에서 가장 감각에 날이 선 사람들의 유튜브 라이브러리를 들춰본다”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구상했을 때부터 필자의 머리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VISLA에서도 이미 여러 번 다룬 바 있는 그는 다름 아닌 홀스(Wholes). 유튜브(Youtube) 채널 사무실(SAMUSIL)과 웹진 피카소(Picka$$o), 파티 브랜드 메가패스(Megapass)의 디렉터인 그는 분명 서울에서 가장 독특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 중 하나다. 이 시리즈의 탄생을 이끈 “도대체 뭘 보고, 들으면 저렇게 될 수 있지?”라는 질문은 사실 필자가 홀스를 마주할 때마다 묻고 싶었던 것이다.
이처럼 매우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기획이 벌써 10회차가 되었고, 10회로 “MY YOUTUBE LIBRARY”는 끝을 맺는다. 그동안 감사하게도 많은 분과 영감을 나눌 수 있었고 기대했던 것보다 훌륭한 영상을 만나게 되었다. 아직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이들이 매우 많지만, 마지막 회만큼은 이 시리즈의 영감이 된 홀스에게 부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래는 “MY YOUTUBE LIBRARY”의 마지막 회, 홀스의 추천 영상들이다.
Wholes의 “나중에 볼 동영상 저장목록 털기”
1) Dijon – rock n roll
영상 길이: 2분 22초
채널: Dijon
올봄과 초여름 내내 나와 계속 함께했던 그 어떠한 무드를 담고 있다. 비주얼, 사운드, 호흡까지. ‘Dijon’은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넘 매력적인 사람인 듯. [How Do You Feel About Getting Married?] 앨범을 아직 안 들어본 사람들은 꼭 들어보길. 피치포크(Pitchfork)는 별로 안 좋아하던데, 나는 굉장히 좋아함.
2) Nakion – Moon Song [Tigersushi]
영상 길이: 4분 23초
채널: the29novEDITS
이 콘텐츠를 제안받고 저장목록을 다시 살펴보다가 너무 오랜만에 마주한 이름이라 가져옴. 당시 영상의 주인공 ‘Nakion’이 한국 분인 걸 알고 깜짝 놀랐고, 김아일(Qim Isle)과 한참 이분에 대해 대화 나눴던 기억이 있음. 같이 작업하려고 연락했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아일아 보고 싶다!). 지금 들어도 차분한 세련미가 느껴지고, 비주얼도 최근의 트립(Trip)/글리치(Glitch)류들과 다르게 뭔가 찐인 게 느껴짐.
3) sleep(20181213)
영상 길이: 6분 41초
채널: Moontaek Oh
지극히 개인적인 아카이브 냄새 가득한 유튜브 채널을 좋아하는데, 스케이터 오문택 형의 이 유튜브 계정도 우연한 계기로 들어가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정필규가 졸고 있는 클립을 봤는데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음. 꾸벅꾸벅 자꾸만 떨어지는 고개를 버텨내면서도 저렇게 술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의 마음은 도대체 뭘까(최완이 형도 보고 싶다!)? 왠지 모르게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동명 필름이 떠오르기도 하고.
4) A. G. Cook – Secret Sky Acoustic EDM Set
영상 길이: 28분 45초
채널: PC Music
코로나 이후 아티스트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중에는 의외로 걸출한 결과물이 불쑥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믹스셋 + 비주얼이 바로 그런 케이스인 듯. 피시 뮤직(PC Music) 친구들이 보여주는 어떤 ‘장르, 프레임적 불편한 침범’은 나를 많이 즐겁게 한다.
5) Physical Therapy @ The Lot Radio (April 11 2020)
영상 길이: 2시간 4초
채널: The Lot Radio
클럽도 못 가고, 파티도 없고, 다들 방에서 유튜브로 라이브 디제잉 셋(Set) 많이 보시죠? 그래서 조회 수 200짜리 따끈따끈한 놈 하나 가져와 봤습니다. 요즘은 자극적인 서브 프리퀀시(Sub Frequency)나 TR류가 주는 명쾌한 타격감보다 이런 두루뭉술한 브레이크들이 주는 엉성함이 기분 좋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플레이할 때도, 감상을 할 때도 요런~ 사운드 덩어리들을 모으게 되는 요즘입니다. 개인적으로 피지컬 테라피(Physical Therapy)가 그때그때 보여주는 사운드 선언들은 꼭 귀담아 듣는 편인데, 이 2시간여 믹스의 맥락도 다 이유가 있겠지요?
그동안 귀한 글 보내주신 분들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