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co.kr 첫 번째 EP [SOUNDBWOY] 공개/ 미니인터뷰

포토그래퍼: 심재영

파티 브랜드 게토 레이(Ghetto-Ray)의 디렉터이자 VCR02, 우주비행(WYBH)의 한 축으로 서울 언더그라운드 신(Scene)에서 바삐 움직이던 디제이 코커(co.kr). 그가 7월 21일 마침내 자신의 첫 번째 EP [SOUNDBOWY]를 발매했다. [SOUNDBWOY]에는 UK 그라임(grime) 그룹 롤 딥(Roll Deep)의 MC인 리코 단(Riko Dan)과 나이지리아의 라이징 아티스트 마구구(Magugu)가 참여, 또한 그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동료, 벤코(Venko)가 함께하며 풍성한 크레딧과 흥겨운 UK 리듬을 자랑한다.

앨범 청취에 앞서 크레딧을 확인하면 여러모로 궁금한 것이 많아지는 EP [SOUNDBWOY]. 먼저 해외 뮤지션과의 협업 과정이다. 특히 이번 EP에 그라임 장르의 상징적인 리코 단과 협업하였기에 궁금증은 배가 될 것. 그리고 한국적인 요소를 UK 리듬에 어떻게 섞었는지, 그 과정 역시 많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또한 해당 앨범의 유통을 맡은 신생 레이블 ‘비로소 레코즈(Biroso Records)’의 정체도 여전히 미스테리.

[SOUNDBWOY]가 유발한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 이를 해결해줄 주인공으로 디제이 코커가 직접 나섰다. 그의 답변을 하단에서 바로 만나보자.


Mini Interview

그간 서울 파티 신이 멈춰서 매우 고독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어떻게 지냈는지, 또 EP 팝업은 정말 간만에 펼쳐진 코커의 모데시(MODECi) 행사였을 터인데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주말마다 이태원, 홍대로 음악을 틀러 가곤 했다. 그런데 음악을 너무 많이 틀어야 하는 날은 사실 내키지 않을 때도 있었다. 반면 지금 상황에서 생각하니 음악을 틀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다. 요즘에는 그날을 그리워하며 낚시, 회 관련 유튜브만 챙겨보는 중. 그리고 낚싯대를 구매해서 LMC 디렉터 태훈이 형과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EP의 원래 릴리즈 계획은 런던 여행 갔다 온 3월이었는데 코로나로 미뤄지다가 결국엔 형들과 논의 끝에 7월 21일 릴리즈 일정을 잡았고 지난주 팝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리코 단과 마구구, 특히 전설의 그라임 그룹 롤 딥의 MC인 리코 단의 목소리를 빌린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그들과의 협업 과정을 알려줄 수 있나?

리코 단과 마구구는 평소 내가 자주 듣는 UK 훵키, 그라임에 종종 나오는 목소리다. 난 그들의 자메이카 톤이나 나이지리아 톤의 영국 발음, 중저음을 좋아했다. 그래서 내 디제이 셋에 그들이 덥플레이트(Dubplate)를 해주면 좋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또한 작년 보일러 룸(Boiler Room) 플레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해서 아쉬웠지. 그래서 작업 도중에 그들에게 더빙을 부탁했고, 생각보다 흔쾌히 받아주어 트랙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레드불 뮤직 서울소리(Red Bull Music SEOUL SORI)’ 프로젝트에서 공유한 국악의 타악 샘플과 한국 코러스 전집에서 발췌한 샘플을 통해 앨범의 일부를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민속적인 요소를 UK 훵키, 레게톤 등의 카니발 뮤직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게 하는 과정이 어렵거나 번거롭지 않나?

일단 ‘한국의 사운드’라는 말은 나에게 너무 멀고, 또한 낯간지러워서 연구해야 할 숙제다. 그래서 한국의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한국적인 요소를 잘 풀어나가는 모습이 되게 존경스럽다. 나는 UK 댄스 음악과 한국의 타악기가 섞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서 나아가 둘은 결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제작에 임했다. 그러나 내가 서울 기반 아티스트라고 “이게 한국이고 서울이야”라는 억지스러운 국뽕에 한국적으로 억지로 풀려고 한 앨범은 아니다. 그저 UK 훵키, 레게톤 등의 카니발, 베이스 뮤직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의 다양한 타악기, 퍼커션 소스를 사용하게 됐지.

디지털이 초강세인 한국 음악 시장에서 피지컬, 그것도 바이닐로 시작을 열었다. 어떻게 이룰 수 있었던 것인지, 또 판매고에 관한 고민은 하지 않았나?

EP 제작 초기에 트랙을 앤도우(Andow)형에게 들려주었고, EP 릴리즈를 이야기하며 바이닐 프레스 계획 또한 세우게 됐다. 누군가 내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들으리라는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 나의 EP는 클럽의 댄스튠이며, 디제잉에 강한 스타일이라 생각했기 때문. 더불어 디지털 음원보다는 바이닐 플레이에 더욱 적절한 EP라 생각했고 발매와 동시에 DJ적인 동적임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현 상황이 더욱더 아쉽다. 그리고 EP는 해외 유통을 동시에 생각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판매고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해외에선 현재 디스콕스(Discogs)와 주노(Juno)에서 곧 만나볼 수 있고, 다른 해외 레코드 숍들과도 이야기 중이다.

신생 레이블 ‘비로소 레코즈’의 첫 아티스트인데, 어떤 레이블인지 직접 소개를 부탁한다.

‘비로소 레코즈’는 360사운즈(360SOUNDS)의 앤도우 형, 디제이 섬원(DJ Someone) 형 그리고 헨즈(Henz)의 디렉터 재국이형이 만든 레이블이다. 앤도우 형은 레이블의 궁극적인 목표가 서울의 사운드 그리고 서울만의 장르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남아공의 레이블 ‘GQOM’처럼. 나도 형들과 뜻이 같았기에 ‘비로소’와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부터 보던 형들이라 비로소 레코즈에 많은 애정이 가고 편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더 ‘비로소 레코즈’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셨으니!

커버아트에 레어버스(RareBrith)가 참여했던데, 80년대 펑크 밴드를 연상케 하는 커버아트와 또한 화이트 라벨에 찍힌 스탬프가 인상깊다. 앨범의 이미지 요소들은 어디서 시작된 아이디어인가?

EP는 내가 좋아하는 영국 음악과 내가 사는 도시인 서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축구의 요소를 포함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선 커버의 느낌도 중요하다 생각했고, 12인치에 최대한 이 요소들을 많이 담으려고 했다. 그리고 EP 바이닐 알판에는 내 얼굴이 스탬프로 찍혀있는데, 이는 평소 내가 모아온 싱글 판과 로우한 음악이 취향인 스타일, 즉 한국에선 생소한 화이트 라벨의 12인치 스타일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한 스트리밍 음악보단 디제이 음악으로 클럽에서 들어야 한다는 작은 고집도 표현하고 싶었다.

지난 VISLA 매거진 종이잡지 12호에서 “VCR02 REMIX & EDIT VOL.1″을 공개할 예정이라 밝혔다. 어떤 트랙일지 조금의 힌트를 준다면?

VCR02는 벤코와 함께하는 프로듀싱 팀으로 좀 더 밝고 장르에 한정되지 않은 트랙을 제작하려 한다. 그리고 우린 “VCR02 REMIX & EDIT VOL.1″을 통해 클럽에서 음악을 더 유용하게 플레이하기 위한 리믹스와 에딧 트랙을 주로 제작한다. 해외 디제이들이 한 트랙을 두고 다양한 장르의 리믹스와 에딧을 제작하는 것처럼. 서울에서는 브릴리언트(BRLLNT)와 디제이 스프레이(DJ Spray)가 리믹스, 에딧한 곡을 자주 플레이했다. 나는 이러한 움직임 또한 서울 클럽 신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느끼고, 세계의 다른 디제이들에게 역시 많은 영감과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VCR02를 통해 서울의 디제이들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뛰어난지 알려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러한 디제이들의 노력이 돋보일 수 있게 신에서 좆밥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이 있다면?

지금은 밝히지 못하는데 VCR02가 곧 어느 브랜드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통해 트랙을 릴리즈할 예정이다. 여기에 우주비행의 멤버인 래퍼 짱유의 “115”를 ‘Jungle Remix’로 선보일 예정이다.

DJ co.kr 인스타그램 계정
Biroso Recor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진행 / 글 │ 황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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