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근래 음악이 필요한 클럽, 행사장 등 모든 사교 장소의 위기를 알린 ‘집합 금지 명령’은 디제이에게는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는 또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가? 우선 디제이 10명의 근황을 알린다.
요즘 뭘 하며 지내는가?
넷플릭스, 왓챠와 친구가 되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 시국의 분위기 탓에 종말에 관한 유튜브도 즐겨보는 편이다.
클럽이 문을 닫고 각종 파티가 잠적을 감춘 지난 몇 달, 디제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힘든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 헨즈, 소프, 케이크샵에 가서 파티를 체크하고 친구들을 만나서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삶이었다. 하지만 그런 삶이 없어졌다. 주말에 클럽 가는 게 직업인 디제이로서 클럽이 일상이었는데 일상 중 하나를 못하니… 불알친구였던 녀석을 떠나보낸 듯이 마음이 공허하다.
자가 격리 기간 중 가장 자주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은?
한 가지만 시켜 먹지 않고 매번 다른 장르를 고른다. 한번 먹을 때 맛있게 먹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사람을 못 만난다는 것?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음악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빌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제이로서 베뉴 활동이 금지된 이 시점이 가장 괴로울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올해의 계획을 변경했는지 궁금하다.
많은 계획이 취소되고 미뤄졌다. 이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많지만 이 상황이 내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계획 세우기가 매우 힘들다. 현재로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할지 찾는 중이다.
지금 가장 주목하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인스타그램 라이브.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 같은지?
나도 정말 궁금하다. 우선 국내 대중이 ‘클럽’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여파가 길어지며 많은 사람들이 집돌이, 집순이 생활에 적응할까 두렵다. 디제이는 금전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 다른 일을 알아본다는 이들도 몇 있다고 들었다. 이 고통스러운 시기가 끝나면 그간 존버했던 진짜배기들만 남을지 아니면 기존 클럽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뉴페이스로 새롭게 바뀔지 나 또한 궁금하다.
반대로 실내에서 활동하며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나 취향 또는 디깅의 결과물이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디깅은 늘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클럽에서 틀 수 있을 만한 트랙 또한 만들고 있다. 내 개인적인 EP도 그중 일부지만, 벤코(Venko)와 함께하는 ‘vcr02 remix & edit vol. 1’ 트랙을 곧 공개할 테니 vcr02 프로필을 체크하면 좋을 거 같다. 커밍순.
요즘 뭘 하며 지내는가?
주로 잔고를 까먹으며 지내고 있다. 개인 작업도 하고 있다. “Entering 8”이라는 새 믹스셋 그리고 재규어중사의 신곡 “8시 8분”을 발표했다. 좋아하는 영화들을 많이 봤다. 평생을 혼자 잘 노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있다.
클럽이 문을 닫고 각종 파티가 잠적을 감춘 지난 몇 달, 디제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좋은 음악을 크게 틀고 여러 사람과 즐기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강하게 느꼈다.
자가 격리 기간 중 가장 자주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은?
쿠차라 스테이크 부리또 보울 과카몰 추가요.
일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갑자기 귀가 좋아진 것 같다. 외출할 때 지갑보다 마스크를 먼저 챙긴다. 가장 큰 취미인 레코드 쇼핑의 양도 줄었다.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데 전부 취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음악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빌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제이로서 베뉴 활동이 금지된 이 시점이 가장 괴로울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올해의 계획을 변경했는지 궁금하다.
클럽 파티를 재개하는 시기는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다. 인터넷 라이브 방송 기술 덕분에 디제잉을 하고 좋은 음악을 공유할 수 있어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단기적인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이걸 하려고 디제이가 된 것도 아니고, 한국 채널에서는 저작권 문제로 제재가 더 심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음악을 더 나은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다.
지금 가장 주목하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격리 기간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음에도 좋은 마음으로 이겨내자는 사회 전반의 움직임에 감동했다. 바이러스가 터지기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자극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 같은지?
한 순간에 모든 파티와 공연이 사라진 상황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듯 우리 예상보다 더 심각한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 다수의 클럽이 문을 닫을 예정이고 향후 파티를 유치하는 것조차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현재 많은 음악인이 개인 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 그래서 신곡 발표가 많을 예정, 그중 다수는 홍보 수단으로 유튜브, 네이버 나우, 트위치 등을 이용할 것 같다.
반대로 실내에서 활동하며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나 취향 또는 디깅의 결과물이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내가 보유한 음반을 다시 디깅하는 웃픈 날의 연속이다.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음반 중 비교적 손이 덜 갔던 것들을 다시 듣고 나서 그들을 더욱 좋아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프린스(Prince)의 [Dirty Mind](Warner Bros., 1980), [Planet Earth](NPG, 2007).
5월에 나온 음악 중에는 엘 미첼스 어페어(El Michels Affair)의 [Adult Themes] (Big Crown, 2020)을 추천한다. 20세기 영화 음악의 거장 프랑수아 드 루베(François de Roubaix)가 담당한 영화 “어둠의 딸들(Le Rouge aux Lèvres)” 스코어를 듣고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는데 충격적으로 좋았다.
요즘 뭘 하며 지내는가?
새로 산 드럼머신을 갖고 놀고 있다.
클럽이 문을 닫고 각종 파티가 잠적을 감춘 지난 몇 달, 디제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이 상황이 끝나도 전과 같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자가 격리 기간 중 가장 자주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은?
연어덮밥.
일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주말에 낮밤이 안 바뀌니까 일찍 일어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음악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빌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제이로서 베뉴 활동이 금지된 이 시점이 가장 괴로울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올해의 계획을 변경했는지 궁금하다.
애초 계획이 곡 작업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이라, 큰 틀에서 변화는 없다. 다만 많은 부분이 불투명해진 기분이다. 댄스 음악을 만들어도 되는 걸까? 나는 클럽이 아닌 집에서 댄스 음악을 듣는가?
지금 가장 주목하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대만의 ‘禁 JIN’, 태국의 ‘Siamese Twins Records’ 등 새로 생긴 아시아의 댄스 음악 레이블과 그들의 연계.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 같은지?
회복에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사실 정말 예측을 못하겠다.
반대로 실내에서 활동하며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나 취향 또는 디깅의 결과물이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앰비언스 II 퓨전(Ambiance II Fusion)의 음반 [Colours In Spaces]. 집에서 많이 들었다.
요즘 뭘 하며 지내는가?
5월 8일 허니 배저 레코즈(Honey Badger Records)을 통해 발표한 EP [Ruminate]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음 앨범 작업과 자료 리서치도 병행 중이고, ‘Rinse FM’, ‘Coastal Haze’, ‘ShiFuMiz Podcast’ 등 믹스셋도 5개 정도 녹음했다. 팟캐스트와 스트리밍이 많아져서 오히려 마감 작업할 일이 많아졌다.
클럽이 문을 닫고 각종 파티가 잠적을 감춘 지난 몇 달, 디제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전반적으로는 디지털 음원 디깅량이 상당히 많아졌다. 믹스를 들을 기회가 없어 감을 잃을 까봐 매일 두세 시간씩 걸으면서 믹스나 앨범을 쭉 들으려고 했다. 공연이 없는 건 모두 마찬가지고 처음 겪는 상황이니까 오히려 차분히 받아들이게 됐고, 언제든 이 상황이 좋아졌을 때를 대비해 더 준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자가 격리 기간 중 가장 자주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은?
배달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요리를 직접 하는 편이다. 새로운 메뉴에 많이 도전하게 되었다. 팟타이와 쌀국수, 직접 키운 민트로 만든 모히토 같은 거!
일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인스타그램을 덜 보고 뉴스를 더 많이 찾는 것. 사소한 일상의 관심사보다 사회적인 이슈나 정부 차원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는 것. 아포칼립스를 다룬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나오는 모습이다. 다소 과장을 보태자면 모두가 TV에서 예능이나 드라마보다 뉴스에 채널을 고정하게 되는 모습.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음악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빌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제이로서 베뉴 활동이 금지된 이 시점이 가장 괴로울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올해의 계획을 변경했는지 궁금하다.
지난 3월 런던에서 EP를 발매했고 5월 초 국내에서 두 번째 EP를 발매했다. 유럽 투어로 시작해 올해 3개월 정도를 런던에서 지내려고 했던 계획은 계속해서 하반기로 미뤄지는 중이다. 중간에 뜬 시간 동안은 천천히 다음 앨범을 준비하기로 했다. 오히려 차분히 준비할 여유가 생겨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지금 가장 주목하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레지던트 어드바이저(Resident Advisor)에서 진행한 버추얼 레이브(Virtual Rave) 이벤트 클럽 쿼런틴(Club Quarantine)이 기억에 남는다. 티켓 요금을 내고 입장하면 VR 공간에 만들어진 클럽에서 디제이들의 믹스를 들으면서 실시간으로 접속해 있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락다운(Lockdown) 이벤트 중에서 가장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 같은지?
내한 공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은 분명해 보이므로, 상대적으로 지역적인 작업 활동이 늘어나고, 서울의 색을 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생겨날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프라인 이벤트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사람들이 티켓값에 좀 더 후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가져본다. 그에 걸맞게 아티스트도 좋은 작업물을 많이 만드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반대로 실내에서 활동하며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나 취향 또는 디깅의 결과물이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디제이들의 믹스를 새로 접할 수 있었다. 인터내셔널(The Internaiiional) 라이브 스트리밍 믹스 때 쥬디가 들려준 일렉트로 믹스 셋이 진짜 좋았다.
요즘 뭘 하며 지내는가?
평일에는 출근하고 주말에는 보통 집에서 쉰다.
클럽이 문을 닫고 각종 파티가 잠적을 감춘 지난 몇 달, 디제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좆됐네.
자가 격리 기간 중 가장 자주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은?
음식을 잘 시켜먹지 않는다.
일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소비 활동의 수축, 돈을 잘 쓰지 않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음악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빌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제이로서 베뉴 활동이 금지된 이 시점이 가장 괴로울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올해의 계획을 변경했는지 궁금하다.
디제이로서의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잘 따른다 정도?
지금 가장 주목하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최근에 개인위생에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 거 같다. 나 또한 세정제나 마스크 보관백 같이 위생과 관련된 제품을 많이 찾아본다.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 같은지?
잘 모르겠다. 많이 위축되지 않을까.
반대로 실내에서 활동하며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나 취향 또는 디깅의 결과물이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집에서 종종 영화를 본다. 최근에 많이 본 영화는 노무라 요시타로 감독의 영화들이다. 이 아저씨는 마츠모토 세이초나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를 많이 만들었는데 이런 추리, 스릴러 영화에 삽입되는 OST가 예술이다. 예전 충무로 국제영화제에서 “모래 그릇”이라는 77년도 영화를 상영한 적 있는데 내가 이거 보다가 펑펑 울었다. 상황에 맞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감정선을 자극한다. 이 영화 보고 안 울면 로봇이다.
요즘 뭘 하며 지내는가?
다양한 장르의 소일거리를 비롯해 뜻밖에 외주 음악 작업이 들어와서 일하느라 바빴다. 동시에 언젠간 다시 문을 열게 될 클럽에서 틀고 싶은 음악도 셀렉하고, 디제이 레슨도 하면서 생각보다 바쁘게 지내는 중이다. 개인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클럽이 문을 닫고 각종 파티가 잠적을 감춘 지난 몇 달, 디제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연차로 세면 약 12~13년 동안 디제잉을 하면서 주말에는 보통 클럽에서 지냈던 거 같은데 아마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서울 클럽 셧다운과 나의 주말 셧다운이 아니었을까… 이 상태가 몇 년 지속될 거란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사회는 이 문화 자체를 혐오스러운 유흥 문화로만 보고 이에 동조하는 여론이나 바이러스로 파괴된 사회가 회복될 때쯤엔 공백기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이 생활을 접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자연스럽게 없어질 사람은 없어지고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이다. 아마도 반토막 난 세대교체라 근본 없는 음악, 신(Scene)이 난무할 테지만 어쩔 수 없다.
자가 격리 기간 중 가장 자주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은?
배달 음식을 먹지 않는다. 배달 앱도 깔려있지 않다. 배달 음식 비싸다. 그런 거 먹으면 살찐다. 곧 여름이다.
일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최근 5~6년간 매주 혹은 격주로 플레이한 거 같은데 한 달 이상을 통째로 쉬어버린 건 처음. 항상 클럽에 가면 사람들이 있었기에 약속을 잡지 않아도 파티에 놀러 가거나 플레이를 하면 사람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파티와 클럽이 없어지니 생활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 먼 곳에서 살아서 그런지,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연락 오는 사람도 없었다. 술을 덜먹게 되어서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 디제잉하는 시간과 클럽에서 보내는 시간 대신 여가 생활을 이어가며 집에 있었다. 딱히 변하는 건 없었다… 주말에도 작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음악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빌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제이로서 베뉴 활동이 금지된 이 시점이 가장 괴로울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올해의 계획을 변경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엄청나게 변한 건 없다. 계획대로 앨범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또한 클럽에서 나오는 댄스튠에서 벗어난 음악을 여러 팟캐스트를 통해 시도할 생각이다. 사실 이것도 항상 준비하고 매번 하는 거라 코로나로 바뀌었다고 말할 순 없다. 라이브 스트리밍 계획도 없다. 어차피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플랫폼에 내가 나올 리도 없고 딱히 반갑지도 않을 테니까. 얼굴 마담이나 대중적인 코드를 끌고 갈 수 있는 디제이들이 하는 게 낫다.
지금 가장 주목하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코로나의 여파로 숱한 아티스트가 미사여구 붙여서 움직이는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에서 나름 코로나로 고통받는 아티스트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많이 해준다. 예술인으로 등록한 이들은 잘 활용하면 좋을 듯.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 같은지?
아마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클럽은 버티지 못하고 폐업할 것이다. 클럽 위주의 신보다는 서울 외곽 쪽에서 열리는 파티나 작은 프라이빗 파티가 많아질 거 같다. 그러면서 규제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형식의 파티가 생길 것이다. 클럽처럼 잘 정비된 사운드도 아니고 디제이끼리 장르도 잘 안 맞고… 문화는 재밌지만 음악은 중구난방이 될 거 같다. 지금도 일부 클럽에서는 보편적인 일이지만.
반대로 실내에서 활동하며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나 취향 또는 디깅의 결과물이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나비 보벳 따우?
요즘 뭘 하며 지내는가?
기타 연습, 플레이스테이션.
클럽이 문을 닫고 각종 파티가 잠적을 감춘 지난 몇 달, 디제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사람이 모이면 생기는 에너지가 있고 그것은 항상 다르게 움직인다. 내가 파티에서 궁금해하고 즐기던 게 바로 그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가 격리 기간 중 가장 자주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은?
크림 와플, 피자.
일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건강해졌다. 음악을 찾아 들을 때도 다음 플레이에 대한 생각이 덜어져 전보다 더 건강하게 즐기고 있다고 느낀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음악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빌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제이로서 베뉴 활동이 금지된 이 시점이 가장 괴로울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올해의 계획을 변경했는지 궁금하다.
랩탑, 스마트폰의 화면을 통해 들여다봤을 때 오프라인과 다르게 줄 수 있는 재미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 중이다. 여느 때처럼 뭔가 떠오르면 친구들에게 일단 던져놓고 볼 듯.
지금 가장 주목하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폭발하는 인터넷 세상. 요즘은 밈(meme) 요소가 하나 터지면 진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다들 격리 중 인터넷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가, 캐치 난이도가 높아져서 눈을 뗄 수 없다. 또 버추얼 월드에서 벌어지는 레이브, 전시 등. 신의 유저들이 가상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움직임들. 그것의 다음 단계의 가능성을 재보는 것도 재밌다.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 같은지?
긍정적인 주제를 하나 고르자면 상황이 종식되어 이곳저곳에서 미루고 참아왔던 것들이 한 번에 터진다면 얼마나 재밌고 치열할지 상상한다. 특정 사건이 신의 흐름을 한 번씩 흔들고 뒤집었던 것처럼.
반대로 실내에서 활동하며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나 취향 또는 디깅의 결과물이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환절기를 맞이하여 다시 꺼내 듣고 있는 ‘My Bloody Valentine’, ‘Lush’, ‘Slint’, ‘Sonic Youth’ 등등. 요즘 활동하는 팀 중에서는 뉴욕 출신 ‘DIIV’의 앨범을 많이 들었다.
요즘 뭘 하며 지내는가?
음악 작업과 디깅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클럽이 문을 닫고 각종 파티가 잠적을 감춘 지난 몇 달, 디제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처음 코로나가 터질 때쯤에 새로운 파티를 준비 중이었어요. 초반엔 조금만 기다리고 그동안 더 준비하면 재밌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기간이 길어지면서 전처럼 사람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즐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많이 슬펐던 것 같아요. 요 몇 달 동안 많은 디제이들이 여러 방법을 통해 소통하면서 즐기는 것 같아 많은 힘을 얻고 있어요.
자가 격리 기간 중 가장 자주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은?
부모님께서 반찬이랑 고기를 보내주셔서 배달보다 집밥 위주로 먹었어요.
일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전보다 늦은 시간에 깨어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고 있어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장난으로 강제로 건강해지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음악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빌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제이로서 베뉴 활동이 금지된 이 시점이 가장 괴로울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올해의 계획을 변경했는지 궁금하다.
준비한 파티나 음악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이전보다는 많이 제한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해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앨범이나 파티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트랙마다 비주얼 디렉터와 협업해서 파티나 공연으로 보여드리고 싶고, 따라서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전시를 계획 중이에요.
지금 가장 주목하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전 세계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여러 플랫폼이 신을 지키려고 다 같이 움직여서 여러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멋있는 거 같아요.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 같은지?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한다고 가정한다면 한 장소에 사람 수 제한을 두거나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파티와 다르게 디지털 플랫폼을 많이 이용한 파티가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반대로 실내에서 활동하며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나 취향 또는 디깅의 결과물이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Låpsley – [Through Water]
Jeff Parker – [Suite for Max Brown]
Anteloper – [Kudu]
Cortex – [Troupeau bleu]
요즘 뭘 하며 지내는가?
넷플릭스, 홈 트레이닝 그리고 운전면허 연습을 하며 지내고 있다.
클럽이 문을 닫고 각종 파티가 잠적을 감춘 지난 몇 달, 디제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반강제적으로 갖게 된 휴식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내 몸의 균형과 면역력에 관해 더욱 관심이 생긴 계기가 되었다. 밤낮이 쉽게 바뀌는 디제이라는 직업이 건강한 삶과 맞닿아있는 느낌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자가 격리 기간 중 가장 자주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은?
마라탕. 마라로 체온을 높여 코로나를 퇴치하고자 하는 ‘마라 테라피’를 실천했다.
일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건강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음악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빌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제이로서 베뉴 활동이 금지된 이 시점이 가장 괴로울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올해의 계획을 변경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음악이 너무 틀고 싶어서 웨어하우스 파티 기획에 도전한 바 있다. 그걸 계기로 도심을 벗어나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앤티도트(Antidote)’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지금 가장 주목하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현재 전 세계의 많은 클럽, 콜렉티브 그리고 디제이들이 라이브 스트리밍을 이용해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스트리밍으로는 베를린의 ‘호페토세(Hoppetosse)’라는 베뉴와 베를린 기반의 멀티아트 콜렉티브 ‘머드쇼(Mudd Show)’가 협업해 진행하는 ‘호페토세 라디오(Hoppetosse Radio)’가 있다.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 같은지?
지난 주말, 도쿄 기반의 디제이 카부토(Kabuto)는 자신의 파티, ‘데이즈 오브 페이즈(Daze of Phaze)’를 라이브 스트리밍 방의 입장권을 판매(+기부)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서 진행한 바 있다. 이와 같이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유료 콘텐츠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반대로 실내에서 활동하며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나 취향 또는 디깅의 결과물이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앞서 말한, 호페토세 라디오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을 애청 중이다. 실력파 디제이들이 대거 출동, 현재 약 25개의 영상이 준비되어있다. 잔잔한 다운템포 셋부터 신나는 댄스음악까지 취향에 맞게 골라 감상할 수 있다.
요즘 뭘 하며 지내는가?
작년부터 쭉 앨범과 라이브 셋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2020년 2분기 즈음 나올 예정이었다.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풀렝스 앨범이고 라이브라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섰는데 코로나로 모든 계획이 무산됐다. 한동안 멘탈이 좀 나가서 집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거 같다. 덕분에 생각은 많이 했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한다. 요 근래 다시 이런저런 계가로 불붙어서 오기로, 또는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앨범이 나올 때면 이야기할 게 많을 거 같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올해 안에 나온다.
클럽이 문을 닫고 각종 파티가 잠적을 감춘 지난 몇 달, 디제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디제이라는 직업 그리고 한국의 디제이 시스템에 관해 생각이 많아졌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와 닿는 경제적인 부분을 언급하자면, 디제이는 엄연한 직업인데 대다수의 디제이가 디제잉만으로 먹고살 수가 없다. 소수는 먹고 산다. 그건 모든 일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운 좋게도 풍족하진 않더라도 먹고살 수는 있어서 생계에 관한 고민은 사실 남 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수입이 딱 끊기니 생각하게 되더라. 인간은 참 간사하단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코로나가 아닐 때도 디제이들은 디제이 수입 외 다른 것들로 먹고 산다. 이걸 어느샌가부터 다들 당연시하니 짜증 나더라. 음악을 하면서 굶는 것과 디제잉을 하면서 굶는 건 조금 개념이 다르다. 음악을 하면서 사회 활동을 안 할 수는 있지만 디제이는 엄연한 사회적인 직업 아닌가. 그런데 직업 활동으로 편의점 알바보다도 돈을 못 버는 디제이가 다수라는 현재의 시스템에 화가 났다. 아니 그것보다도 그 시스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싫었다. “어쩔 수 없어. 언더그라운드라서 그래”. 뭐 이런 말들. 물론 여기서 디제이란 음악 어디서 한 두 번 틀고 나서 나 디제이야, 하는 부류가 아니다. 매주 음악 틀고 몇 년씩 하는 디제이들도 디제이 수입만으로 먹고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디제이가 모두 떼돈을 벌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편의점 파트타임보다는 더 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최소 시급 정도는 지킬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파고들자면 한도 끝도 없어서 생략하는데 궁금하면 나랑 술 마시자.
하여튼 불합리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나부터라도 목소리를 내고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많이 느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누가 제대로 디제잉을 하려고 하겠는가. 이 바닥에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는가.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서 시작하는 이들은 항상 있지만, 이 시스템 안에서는 지속성이 떨어진다. 굶어 뒤지는 걸 알면서도 용기 있게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언더그라운드라 하더라도 디제이, 기획자,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이 많아지려면 그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게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그래야 콘텐츠의 질도 높아지고 소비자들은 어떤 게 정말 멋있는지 구분할 수 있다.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들이 소비하게 되면 다시 창작자들은 콘텐츠를 즐겁게 만들 수 있다. 선순환이다. 따라서 불합리한 일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개인이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다고 해서 한국의 사정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봉준호의 성취는 한국 영화의 성취가 아니라 봉준호 개인의 성취인 것처럼. 물론 창작자로서 혹은 예술가로서의 성취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나는 좀 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우리가, 이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다 같이 행복하길 바란다. 우리가 좋아하는 댄스음악, 디제이 문화 자체가 혼자 즐길 수 있는 개인적인 문화라기보다는 굉장히 사회적인 문화니까.
자가 격리 기간 중 가장 자주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은?
원래 배달 음식을 잘 안 먹는다. 집밥을 좋아해서 간단해도 해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집에서 김치도 담가먹는다.
일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술이 줄었다. 플레이를 안 하니 확실히 줄었다. 아쉽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그래도 친구들 또는 그날 파티에 왔던 처음 본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서 다 같이 소주와 함께 먹던 감자탕은 확실히 그립다. 반면에 다시 옛날처럼 생각 또는 사유할 시간이 많이 주어져서 좋다. 음악 작업도 역시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나오는데, 그간 인풋이 너무 부족했다. 마치 스무 살 때 하는 거 없이 이것저것 꿈꾸면서 집에 있던 시절 혹은 군대에 있을 때 같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음악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빌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제이로서 베뉴 활동이 금지된 이 시점이 가장 괴로울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올해의 계획을 변경했는지 궁금하다.
딱히 괴롭지 않다. 앨범이 밀린 거 말고는 변경한 계획도 없다. 그냥 시간이 생겼으니 더 좋은 음악 만든다. 끝.
지금 가장 주목하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움직임이라기보다는 디제이들의 개인 스트리밍? 디제이들이 음악 트는 건 이전에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지만, 격리 생활 중 그들의 집 혹은 작업실이나 작업 방식을 구경할 수 있어서 재밌다. 무슨 방법론으로 음악을 만드는지, 어떤 악기를 사용하는지, 집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고 사는지 등 그런 걸 훔쳐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코로나의 여파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 같은지?
크게 변할 거 같지는 않다. 장기화되더라도 끝이 있기 마련이니까. 디제잉이나 파티 또는 공연은 100% 디지털로 넘어갈 수 없다. VR 또한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고 모여야 하는 문화이기에 크게 변할 거 같진 않다. 작은 변화라면 음악 하는 이들이 스트리밍 플랫폼과 친해졌다는 거? 유튜브도 처음에는 거부감이 심했지만, 이제는 너도나도 유튜브를 하지 않나. 그러나 아직까지 트위치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는 거부 반응을 보이는 거 같다. “여캠이나 게임 방송 보는 데 아냐?”.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벌써 그게 완화될 조짐이 보인다. 내가 구독하는 채널에 음악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아, 보이즈 노이즈(Boys Noise)도 트위치 채널 팠더라. 내가 좋아하는 침착맨은 옆 방송에서 막 하스스톤 하면서 소리 지르는데, 보이즈 노이즈는 시꺼먼 방에서 모듈러 신스로 우주선 소리 내며 음악 만든다. 재밌다.
반대로 실내에서 활동하며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나 취향 또는 디깅의 결과물이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음악을 찾아서 무언가를 재창조하거나 이익을 창출하거나 하는 직업은 정말 몇 없을 거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디제이는 창작자라기보다는 큐레이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실 디깅이란 건 시간을 투자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지만, 일반인이 일상에서 정신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여유와 시간이 부족해 닿기 어려운 지점까지 대신 가보고 겪고 난 뒤 개인적인 코멘트와 함께 소개해주는 직업이랄까. 그렇기에 좋고 싫음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디제이의 취향이 드러나게 되고, 아는 만큼 음악을 더 잘 소개할 수 있다.
따라서 디제이는 가끔 댄스음악이 듣기 싫어도 매주 플레이해야 하기에 직업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다. 가끔은 디제이도 댄스음악이 듣기 싫을 때가 있지만 사람에게는 시간이나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어서 댄스음악이 아닌 다른 음악을 들을 여력이 없어진다. 그런데 요즘은 일적으로 들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니 반대급부로 아예 댄스음악을 안 듣게 되더라. 근래는 베토벤이나 바흐를 실컷 들었다. 내가 말하면서도 웃기지만 진짜 많이 들었다. 허세가 아니라 클래식 정말 좋다. 아이디어, 기술, 감성 모두 멋지다. 잘 때도, 설거지할 때도, 청소할 때도, 요리할 때도, 밥 먹을 때도 다 좋다. 교향곡이나 스케일 큰 것보다는 피아노 소나타나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좋아해서 특히 바흐 평균율 시리즈와 베토벤 소나타 시리즈 많이 들었다. 뭐 대충 이런 거.
에디터 │ 권혁인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종이잡지 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